사과는 둥글고 악수는 어색하게
하두자
우리는 날마다 착하게 인사를 하지
동글동글 사과는 접시에서 제 무게를 잘 지키고 있지
입술에 웃음 걸어 놓아도 당신의 손은 언제나 불안해
뜨거운 찌개 같이 끓고 있거든
당신과 나의 세상은 같으면서도 서로가 달라서
가끔은 푸른 다알리아 꽃을 손에 들고 사랑이라는
거품 문 문장으로 당신은 나를 물어뜯고
나는 두통이 멈추길 기다리지 소용돌이에 갇혀서
했던 말과 하지 않은 말들이, 나쁘거나 나쁘지 않는 말들이
귓구멍을 파고 들 때
주어가 되는 사과는 어색한 목적어로 변할 수도 있다는 걸
키보드나 핸드폰 두드린 손가락이 허공에다 스프레이 뿌려대는 것처럼
한 사람은 말의 사실만 기억하고
또 한 사람은 말의 느낌만 기억했지
당신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어
내가 한 일은 당신이 알고 당신이 한 일은 내가 알아
주먹을 쥔 채 악수를 하고
사과를 받아먹어야 된다는 거지
내 사과는 점점 줄어드는데
당신의 사과는 수북하게 쌓여만 가네
― 『프릴 원피스와 생쥐』, 현대시학사, 2020.
강재남 시인 _ 포토포엠 (0) | 2023.02.25 |
---|---|
차유오 시인 _ 「침투」 (0) | 2023.01.28 |
박정은 시인 _ 「크레바스에서」 (0) | 2023.01.28 |
김서하 시인 _ 「드로잉」 (0) | 2023.01.28 |
이린아의 「돌의 문서」 (0) | 2023.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