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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두자 시인 _ 「사과는 둥글고 악수는 어색하게」

포토포엠

by 미디어시인 2023. 1. 2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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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둥글고 악수는 어색하게

 

 

 하두자

 

 

우리는 날마다 착하게 인사를 하지

동글동글 사과는 접시에서 제 무게를 잘 지키고 있지

입술에 웃음 걸어 놓아도 당신의 손은 언제나 불안해

뜨거운 찌개 같이 끓고 있거든

 

당신과 나의 세상은 같으면서도 서로가 달라서

가끔은 푸른 다알리아 꽃을 손에 들고 사랑이라는

거품 문 문장으로 당신은 나를 물어뜯고

나는 두통이 멈추길 기다리지 소용돌이에 갇혀서

했던 말과 하지 않은 말들이, 나쁘거나 나쁘지 않는 말들이

귓구멍을 파고 들 때

주어가 되는 사과는 어색한 목적어로 변할 수도 있다는 걸

키보드나 핸드폰 두드린 손가락이 허공에다 스프레이 뿌려대는 것처럼

 

한 사람은 말의 사실만 기억하고

또 한 사람은 말의 느낌만 기억했지

당신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어

내가 한 일은 당신이 알고 당신이 한 일은 내가 알아

주먹을 쥔 채 악수를 하고

사과를 받아먹어야 된다는 거지

 

내 사과는 점점 줄어드는데

당신의 사과는 수북하게 쌓여만 가네

 

― 『프릴 원피스와 생쥐, 현대시학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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