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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시인의〈시조시각〉1 _ 윤금초의 「엘니뇨, 엘니뇨」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2. 10. 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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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엘니뇨

 

윤금초

 

들끓는 적도 부근 소용돌이 물기둥에

우우우 높새바람, 태평양이 범람한다.

엘니뇨 이상 기온이 내안 가득 밀린다.

 

날궂이 구름 덮인 심란한 나의 변방.

이름 모를 기압골이 상승하고, 소멸하는…

엘니뇨 기상 이변이 거푸 밀어닥친다.

 

바닷가재, 온갖 패류, 숨이 찬 산호초에

우리 친구 물총새 끝내 세상 뜨는구나,

저마다 세간을 챙겨 부릉부릉 뜨는구나.

 

― 윤금초, 『질라래비훨훨』, 시인생각,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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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스 기사를 통해 거대한 얼음덩이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현상을 본 적이 있다.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지속되면서 세계 곳곳에는 극단적인 형태의 폭우나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더 크게 실감하고 있다.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증가하고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폐기물 처리 업체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빨라지는 지구 멸망의 속도를 경고하고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지구의 날’은 범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공감대를 확대했다. 다행히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마련되면서 시민들은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분리배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친환경 소재 개발의 상용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미 자연은 인류를 향한 경고를 넘어서고 있다.

환경 문제는 이제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위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인류가 자연을 훼손하고 짓밟은 대가로 인해 우리의 삶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인문학적 성찰과 소통이 필요한 이 지점에 윤금초 시인의 「엘니뇨, 엘니뇨」가 놓인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를 바라보며 일찍이 시인은 자연의 파괴가 결국 인류의 멸망을 가져온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들끓는 적도 부근”에서 시작된 “엘니뇨 기상 이변”은 “상승”과 “소멸”을 반복하면서 “심란한 나의 변방”에 이르고 있다. 수온의 지속적인 상승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다 생물들은 끝내 세상을 뜨고 만다. “세간을 챙겨 부릉부릉 뜨는” 착잡한 심경이 인간의 안녕을 묻고 있다. 과연 지금 우리는 안녕한가?(김보람 시인)

 

 

 

김보람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당선. 시집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이 있음.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망작가 선정, 2019년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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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시인의〈시조시각〉1 _ 윤금초의 「엘니뇨, 엘니뇨」 - 미디어 시in

엘니뇨, 엘니뇨 윤금초 들끓는 적도 부근 소용돌이 물기둥에우우우 높새바람, 태평양이 범람한다.엘니뇨 이상 기온이 내안 가득 밀린다. 날궂이 구름 덮인 심란한 나의 변방.이름 모를 기압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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