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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2 _ 이희정의 「보들레르 평전 _ 도서관에서」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2. 10. 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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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 평전

- 도서관에서

 

이희정

 

이곳은 경배의 땅

그림자의 묘역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우거져 사는 곳

 

때 이른 저주에 사로잡혀

농락당한 악의 꽃

 

몸보다 큰 날개

스스로는 날 수 없어

 

벼랑 끝 아득한 심연, 추락하는 고독은

 

단 한 권 죽지뼈에 박힌

앨버트로스의 자서

 

캄캄한 태양을 뚫고

서가로 날아든

 

그늘로 가기 위해 더 높이 갇혀버린

 

눈부신 글라이더의

행방을 묻고 있다

- 『내 오랜 이웃의 문장들』, 시인동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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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후반 프랑스인들의 위선과 교만을 꼬집는 시, 보들레르의 「악의 꽃」! 착한 척, 도도한 척, 고귀한 척하는 당시의 프랑스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을 위트있게 조롱하고 비판하는 작품이다. 그 조롱과 비판의 방법으로 그는 순수 ‘악惡’을 찬양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공중도덕 훼손죄’로 기소되어 일부 시가 삭제되고 벌금형에 처해지는 등 법적 처벌을 받았다. 거의 100년이 지난 1949년 5월 11일, 보들레르에게 무죄의 판결이 내려졌고, 삭제된 6편의 시가 다시 출판되었다. ‘너희들 안에 악마는 없냐’고 물으며, 왜 착하고 고고한 척만 하느냐고 비아냥거리는 듯 물었던 보들레르. 그는 인간 본성에 ‘솔직해 보자’는 의미에서 악을 찬양한 것인데 불건전하고 사탄을 숭배한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악의 꽃」의 시적 화자는 사회 부랑자, 술주정뱅이, 탐욕스런 신화 속 인물들,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그리스·로마 시대의 신神들이다. 보들레르는 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인간들을 시적 화자로 내세워서 그 당시에 위선 떠는 인간들을 비판하고 조롱하려고 했던 것이다.

“몸보다 큰 날개/ 스스로는 날 수 없어”. “벼랑 끝 아득한 심연, 추락하는 고독은”, “단 한 권 죽지뼈에 박힌/ 앨버트로스의 자서”다. 앨버트로스는 뱃사람으로부터 능욕을 당한다. 시인은 그 처지가 자신을 닮았다고 했던 보들레르를 만난다. 이 새가 바로 저주받은 보들레르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보들레르는 세상을 나와 자유롭게 날고 싶었으나 도서관에 묶여 사람들 발길도 닿지 않은 서가에 잠들어 있다. 시인은 자유롭게 날고 싶었던 보들레르의 마음을 넘겨 가며 읽는다. 그의 마음이 위선 떠는 자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순간을 곱씹으며. (이송희 시인)

 

 

이송희

 

2003 조선일보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했으며 열린시학 등에 평론을 쓰며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환절기의 판화, 아포리아 숲, 이름의 고고학, 이태리 면사무소,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평론집 및 연구서 아달린의 방, 눈물로 읽는 사서함, 길 위의 문장, 경계의 시학, 거울과 응시, 현대시와 인지시학, 유목의 서사 등이 있다.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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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2 _ 이희정의 「보들레르 평전 _ 도서관에서」 - 미디어 시in

보들레르 평전- 도서관에서 이희정 이곳은 경배의 땅그림자의 묘역이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우거져 사는 곳 때 이른 저주에 사로잡혀농락당한 악의 꽃 몸보다 큰 날개스스로는 날 수 없어 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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