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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 _ 이종문의 「봄날」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2. 10. 2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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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이종문

 

참 좋은

봄날이다

나 그대와 함께라면

마라소와 안소* 되어 쟁기라도 끌고 싶은,

그러다 매를 맞아도

춤이라도

출 것

같은,

*마라소와 안소: 두 마리 소가 끄는 쟁기의 오른쪽 소와 왼쪽 소.

―《정형시학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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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태도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봄이나 가을은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화려한 개화, 쓸쓸한 낙화 어느 쪽으로든 정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특별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화자가 느끼는 봄은 참 좋은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것은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발생적 감동을 보유하고 있는 감정으로, 대상에 대한 화자의 느낌에서 우러나온 한 마디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날 그대를 호출하게 되는 것은 풍경의 완성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중장, 종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마라소 안소는 쟁기를 끄는 소를 말한다. 주로 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는 오지의 돌밭, 비탈밭을 일구는 일소인데, 오른쪽 소는 마라소 왼쪽 소는 안소라고 부르고 이 둘을 합해 한 겨리라고 한다. 좌우가 정해 있어서 서로 위치를 바꾸면 한쪽 방향으로 뱅뱅 돌아 일이 안된다고 한다. 두 마리 소가 한 쌍이 되어 밭을 가는 것은 그만큼 땅이 척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척박한 땅에서 같이 쟁기를 끌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좋은 봄날이며, 일하는 도중 풍경에 빠져 딴짓을 하다가 매를 맞더라도 그대와 함께라면 춤을 출 수 있다는 사랑의 마음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다. 봄은 그렇다. 막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설렘을 준다. 내재되어 있는 존재를 불러내는 힘이 있다. 이 시가 그렇다. 종장 둘째 구 춤이라도/ 출 것 /같은,” 3행으로 배치되면서 긴 여운을 느끼게 한다. 마음속에 한 폭의 그림이 그려지는 회화성이 두드러진 작품으로 읽혀진다.

 

 

표문순

 

2014 시조시학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등 수상, 문학박사 졸업(한양대).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 _ 이종문의 「봄날」 - 미디어 시in

봄날 이종문 참 좋은 봄날이다나 그대와 함께라면마라소와 안소* 되어 쟁기라도 끌고 싶은,그러다 매를 맞아도춤이라도출 것 같은,*마라소와 안소: 두 마리 소가 끄는 쟁기의 오른쪽 소와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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