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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정 시인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외로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

현장+뉴스

by 미디어시인 2023. 10. 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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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기자

 

4선경문학상에 하기정 시인의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4편이 선정되었다. 심사를 맡은 오민석 평론가와 박형준 시인은 하기정 시인의 작품들은 쓸데없는 난해성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안이한 접근으로 시를 가벼이 만들지 않되, 수려하고 유창한 문장 위에 시적인 것을 미끈하게 잘 띄우는 능력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하기정 시인의 시는 추상의 끝에서 늘 구체로 돌아오며 구체가 사물의 의미를 가두는 순간에 추상의 문을 여는 내공을 갖추고 있고, 전체적으로 매우 고른 수준의 작품들은 그의 시작 능력에 깊은 신뢰를 준다고 심사 배경을 밝혔다.

 

4선경문학상수상자인 하기정 시인은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밤의 귀 낮의 입술고양이와 걷자가 있으며 ‘5·18문학상’, ‘작가의눈 작품상’, ‘불꽃문학상’, ‘시인뉴스포엠 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수상작과 수상소감 그리고 심사평은 2024상상인봄호(7)에 소개될 예정이며, 시상식은 122(. 오후 3) 선경산업 강당(인천광역시 계양구 서운산단로31(서운동))에서 열린다. 상금은 일천만 원이며 상금 등 부대비용은 선경산업에서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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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선경문학상수상작

 

 

자책

 

하기정

 

책망은 나의 취미가 되었다

나는 나의 말 속에서 늙었다

 

지난여름의 녹청색 손잡이가 닳도록

가동했던 청춘의 발전기 앞에서

소용을 다한 겨울나무들

 

한때는, 이라는 시간의 표창장을 달고

쓸모없어진 발명품처럼 버려졌다

한물간 참외처럼 늙은 씨앗만 주저리주저리

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인공심장을 달고 있다

버리기에 아까운 유물처럼

 

나는 나의 생각 속에서 굴을 팠다

말의 무덤 속에서

적군에게 베인 귀의 무덤처럼

명백하게

선풍기 앞에 놓인 빙수처럼

녹지 않을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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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와 나비

 

하기정

 

폐타이어에 앉아있는

사월의 나비는

 

죽어서 바퀴 굴리는

사람으로 오네

 

죽은 꽃들의 모가지에 앉아

입다 만 셔츠의 단추를 잠그고

신다 만 신발에 발을 넣어보고

식탁의 미역국 냄새를 맡아 본다

 

내 눈앞에 제비꽃으로 앉은

죽은 당신은

거짓이 없네

욕심이 없네

 

냄새를 주머니에 불룩하게 담아가는 사람은

허공을 공터처럼 일궈놓고

 

가슴에 커다란 구멍으로 일군

빈터가 있다고

공증하러 날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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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세권

 

하기정

 

나의 말년은 숲을 누려보려 해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나무들

내려다보면 브로콜리 숲 같은

 

내겐 요일이 필요 없고

생활을 받아넘겨 줄 바통이 필요 없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눈송이들은 작은 새처럼 날아와

머리에 부딪히겠지

그러면 나는 새에게 은혜 갚은

최초의 사람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가는

가구를 들이려 해

두려운 뱀이 유리벽을 타고 올라와도

놀라지 않으려 해

 

차가운 심장과 나비를

길러보려 해

 

녹빛 덩굴이 목을 타고 절정에 오르면

마지막으로 목도리를 짜야지

그때 적당히

죽을 복을 잘 타고 태어난 사람처럼

초록의 팔에 매달리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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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려장

 

하기정

 

지팡이가 가리키는 쪽으로

여름이 자라고 있다

명아주잎이 물컹하고 비릿하게

 

매미는 새보다 일찍 일어난다

가로등이 햇빛처럼 비추는 나무 아래서

좋아하는 것들 틈에서

 

여름이 자라고 있다

초록의 질투는 뿔처럼

여린 죽순에 받힌 송아지가 여름을 마주 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네가 쥐고 있다

등 뒤에서 여름이

여름을 덮고 있다

 

손잡고 돌아가는 사람들

풀이 자란 쪽으로 길이 생길 것 같다

 

손가락이 없는데 움켜쥐고 싶은 것이 있다

바닥을 짚고 일어설 때마다

푸른 지팡이가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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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하기정

 

그늘을 깊게 파는 사람을 알고 있다

거푸집에 누워 왼손바닥을 찍는 중이었다

 

그것이 그토록 기다려왔다는 듯이

그는 도끼로 계단을 내고 나무에 오르는 일을 경멸했다

기름을 바르고 처참하게 미끄러져 내리는 일에 열광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는 늘 미안해서

안녕이 없는 사람

그리하여 그는 돈을 받지 않고도

아름답고 처절하게 잘도 팔았다

무엇을? 이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슬픔을 덤으로 얹어주었다

그는 매일 밤 요령부득으로 짠 스웨터를 입고

터진 옆구리를 꿰맸다

 

요령이 방울 소리를 내며

실패꾸러미를 안고 왔다

꽃병을 응시하다 정물의 배경이 되는 조연들은

필사적으로 필사하는 일이 파국으로 치닫도록

코너로 몰고 가는 중이었다

 

여전히 지하에서 촉수를 기르는 사람

아직도 제 눈을 찌르고 있는 사람

 

화살이 일제히 머리를 향해 날아들고 있다

 

 

하기정 시인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외로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 < 현장+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하기정 시인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외로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제4회 〈선경문학상〉에 하기정 시인의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외 4편이 선정되었다. 심사를 맡은 오민석 평론가와 박형준 시인은 하기정 시인의 작품들은 쓸데없는 난해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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