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네잎 기자
시와 비평 전문지 《포엠피플》은 2023년 제1회 신인문학상에 「솜뭉치」 외 4편을 응모한 이은주 씨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포엠피플》 제1회 신인문학상 공모에 총 948편이 접수 됐다. 2023년 9월 3일 예심 1차를 통과한 응모자가 총 19명이었다. 예심 2차는 9월 7일 예심 1차를 통과한 19명 중에서 8명을 선정하는 심사를 진행했다. 9월 10일 드디어 최종심이 논의되었다. 본심을 맡은 고광식⦁정진혁 두 심사위원은 “신인상 심사는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가 보다는 서툴고 거칠더라도 발견을 찾아 떠나는 이 땅의 유배자를 찾는 시간이었다.”며 이견 없이 「솜뭉치」 외 4편을 응모한 이은주 씨를 당선자로 결정했다.
고광식 심사위원은 이은주의 시는 “시적 착상은 낯설면서 완성도가 높았고, 시적 사유의 진행은 주제로 가는 응집력을 강하게 보여주었다. 전통적 서정시가 문제로 지적되는 감정의 과잉도” 없었고 “짐짓 현학취로 철학적 냄새를 풍기지도 않는다”며, 신인으로서의 갖추어야 할 균형 감각과 패기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절대적인 상상력에서 생겨나는 시적 이미지로 의미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놀라운 점, 결코 “낭만적 유희로 독자를 현혹하지 않은 점”도 높이 평가했다.
제1회 《포엠피플》 신임문학상 수상자인 이은주 씨는 1995년생으로 올해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수상자는 당선 소감에서 “가장 바라는 건 저의 시가 누구에게나 자유롭고 재미있게 읽히는 거예요. 저는 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 잘 아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저로 인해 시의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당선작과 당선 소감 그리고 심사평은 《포엠피플》 2023 겨울호(제4호)에 발표한다. 시상식은 11월 12일(일, 오후 3시) 선경산업 강당(인천광역시 계양구 서운산단로 3길 1(서운동))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신인문학상 수상자에게는 3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당선작 미리 맛보기>
솜뭉치
이은주
우리는 서로의 입에 솜을 넣어주기로 했다
많은 대화는 우리를 구름 위로 올려주었고 나는 푹신하다고 말하려는데, 자꾸만 입 안으로 하얀 솜이 들어왔다 완성되지 못한 대화는 토막 난 채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인형의 움직임을 보았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양 볼을 손으로 꾹꾹 눌렀다 이렇게 하면 솜이 들어갈 자리가 더 생길 거야 너는 절대 솜을 삼키지 말 것을 당부했다
네가 떠나기 전날
너는 내 입을 꿰맸다
축축해진 구름이 입 안에 돌멩이처럼 구르는 느낌 묵직하고 불쾌함 비구름의 물비린내 침대에서 미끄러진 심장은 파아랗게 멍이 들었다 블루홀 속에 뛰어들자 느껴지는 짜증스런 두근거림 더러운 진동을 타고 오는 통신 네가 완전한 인형이 되었다는 소식 명치가 따가워 손톱으로 살가죽을 긁었다 휴대폰을 열고 닫을 때마다 선명해지는 너의 초대장
솜 인형의 티 파티 오시는 길: 심장의 멍 자국을 따라 걸어오세요!
꾹 다문 입술에서 침이 흘렀다 -푹신한 삶은 어때?― 솜 인형이 된 네가 솜 인형들의 티 파티에서 내게 물었다 너는 축축하고 툭 튀어나온 주둥이로 갈색 홍차를 홀짝였고 바닥으로 흡수되지 못한 액체가 주륵주륵 흘렀다 표정이 없는 우리는 뻔뻔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어금니로 입 안의 솜을 씹었다
네가 나를 쳐다본다
지긋이
계속해서
나는 벌떡 일어나 너를 밀쳤다 불끈 쥔 주먹을 네 얼굴에 내리꽂았다 실밥이 터져버리길 바라면서 재봉선이 선명한 네 목을 조르면서
다급해진 인형들이 달려와 양팔을 붙잡았다 너네도 입 안에 솜뭉치가 있잖아 묻고 싶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멍청한 인형들의 파티 멍청한 뭉텅이들
손에 잡히는 대로 때리고 할퀴는데
이상하게 조용한 촉감 푹신하고 안정적인 감각
깨진 찻잔의 조각 위에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우리
— 제1회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당선작 중에서
제1회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솜뭉치」 외 4편을 응모한 이은주 씨 선정 < 현장+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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