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 기자
웹진 〈시인광장〉이 주관하는 제17회 ‘올해의 좋은 시’ 수상자로 황인찬 시인이 시 ‘당신 영혼의 소실’이 선정되었다.
201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황인찬 시인은 그동안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등을 출간했고,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의 좋은 시’는 선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최초에 ‘좋은 시 500선’을 편집 위원들이 선정한 후 그 작품을 다시 선정된 분들에게 보내 추천을 받아 ‘100선’을 선정한다. 또다시 100편을 선정된 분들에게 보내 ‘10선’을 선정한 후 그 10편을 심사위원들이 최종적으로 검토해서 1편의 수상작을 결정한다. 올해엔 박성준의 ‘고덕 ’ 황인찬의 ‘당신 영혼의 소실’ 하린의 ‘로드킬 ’ 신철규의 ‘취한 꿈’ 조용미의 ‘연두의 습관’ 문정희의 ‘6번 칸’ 이수명의 ‘오늘의 자연분해’ 장옥관의 ‘밤의 커튼이 쳐진 빨래판’ 맹문재의 ‘사북 골목에서’ 육호수의 ‘희망의 내용 없음’이 ‘10선’에 선정되었고, 그중에서 황인찬 시인의 ‘당신 영혼의 소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황인찬 시인의 ‘당신 영혼의 소실’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카오스(혼돈)를 통해 명징한 시의 질서와 명확한 세계관을 보여준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 카오스는 단순히 무질서를 의미하지 않는다. 혼돈을 껴안고 그것을 뚫고 나오는 힘을 내재하고 있기에 가능성을 향한 생동감 있는 움직임이다. 무질서하게 보이는 시에서도 “논리적 법칙이 존재하고 있으며, 무질서 속의 시에서 또 다른 시의 질서를 찾아내는 의미의 꼬투리로” 이어진다. 때론 “혼돈은 세상과 시가 분리되기 전의 뒤섞여 있는 상태를 나타내기도” 하고, “질서와 혼돈(混沌)이 암수한몸처럼 하나로 육화되어 나타”기도 한다. 그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당신 영혼의 소실’은 “원하지 않는 부활이라지만 영혼을 잃어버리므로 끝내 어디로부터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편입해 갈 수 없는 현대인의 슬픔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언술했다.
아울러 심사자들은 황인찬 시인의 시가 가진 특장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황인찬은 시를 통해 늘 새로운 세계를 능청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현실이란 벽을 과감하게 부수나 새로운 시의 이미지를 발굴해내는 부드러운 힘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시는 작용반작용이 아니라 무저항이 가장 큰 저항이듯 유순하나 끝내 그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시를 끌고 밀어가는 뚝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상식은 2024년 1월 13일(토) 18시 예술가의집에서 열릴 예정이다.
<수상작 읽기>
당신 영혼의 소실
황인찬
<당신은 지금 죽었습니다
약간의 경험치와 소지금을 잃었습니다 >
밥을 먹고 있는데
그런 메시지가 어디 떠오른 것 같다
스테이터스 , 그렇게 외쳐도 무슨 창이 허공에 떠오른다거나 로그아웃이라고 말한다고 진정한 현실 세계로 돌아간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
식탁 위에는 1 인분의 양식이 있고
창밖으로는 신이 연산해낸 물리 법칙에 따라 나무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너는 분갈이를 해야 한다며
거실에 앉아 식물의 뿌리와 씨름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구면인 신이 찾아와 내게 말을 건다
<이것이 당신의 영혼입니다 >
―작군요
<이것이 당신의 슬픔입니다 >
―없는데요
<그것이 당신의 슬픔이군요 >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나무들의 흔들림이 멈춘다 )
회상이 끝나면 어느새 너는 없고 너무 커서 부담스러운 고무나무 한 그루가 거실 창가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 나무에는 너의 영혼이 깃들었고
이것을 잘 가꾸면 언젠가 네가 열매 맺힐 것이라 믿으며
나는 잘살고 있다
딱히 네가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신은 지금 죽었습니다 >
다시 내 머리 위 어디쯤
메시지가 떠오른 것만 같았고
―부활은 안 할게요
그렇게 말해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 『어선 테일즈』 2021년 겨울호(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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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기 기자 웹진 〈시인광장〉이 주관하는 제17회 ‘올해의 좋은 시’ 수상자로 황인찬 시인이 시 ‘당신 영혼의 소실’이 선정되었다. 2010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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