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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 시인의 첫 시집 『질문을 닦다』 실천문학사에서 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3. 10. 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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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 가진 본질에 대한 섬세한 질문과 섬세한 탐구

 

 

하린 기자

 

201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명왕성 유일 전파사가 당선된 후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시 부문 대상, 황순원 디카 시 대상, 이병주 탄생 100주년 팬픽에서 금상, 호미문학상, 최충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한 김향숙 시인이 첫 시집 질문을 닦다실천문학사에서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시집의 제목 질문을 닦다처럼 사물과 인생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형상화한 작품 49편이 들어있는데, 한 편 한 편 섬세한 시선이 매력적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집의 해설을 쓴 방민호 평론가는 최근 필자가 본 시들 가운데 이 시인의 시들처럼 관찰다운 관찰을 보여준 사례를 본 적이 없었다.”라고 상찬했고, 아울러 추천사를 쓴 성선경 시인과 박덕규 시인은 삶의 본질을 관()하면서 통()하고 뭉개면서 일으켜 세운다.”(성선경) “사물을 드러내되 그것이 보여주는 일회적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조금씩 미끄러져 그 궁극의 가치에 도달해 가는 릴케 식 사물시(事物詩, Dinggedicht)에 조응한다”(박덕규)라고 짚어주었다.

 

세 사람의 평가를 통해서 우리는 김향숙 시인이 얼마나 놀랍고 특출한 질문자이자 관찰자로서의 눈을 소유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시집을 읽게 되면 그러한 평가가 적절하게 느끼지게 되고, 문장 하나 하나에 담긴 시적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감지하게 된다.

 

바야흐로 신춘문예 응모 기간이다. 신춘문예 응모를 준비하는 독자들은 김향숙의 시집 질문을 닦다를 읽어보길 바란다. 시집 곳곳에서 신춘문예가 요구하는 섬세한 관찰과 섬세한 사유, 섬세한 표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집 속 시 읽기>

 

연필의 국경

 

김향숙

 

힘을 주지 않았는데 연필이 부러졌다면 부리진 것은 연필심이 아니라 작심作心이다 힘을 뺀 손에 힘을 더 빼다 보면 뺀다는 의지만으로도 힘이 된다 연필은 속으로 저항한다 악력은 악한 필체를 떨게 한다 부러진다는 건 끝내 타협할 수 없는 결단이다 살을 깎아야 보이는 빼, 누가 칼을 들었는지 뼈가 검다 그러므로 백지를 가르는 선은 흑심이다 흑심을 품은 행간은 구겨지기 쉽고 백지를 가르는 흑심은 우리가 되기 어렵다 연필은 당연한 것을 흘린다 그것이 닳아 가는 줄도 모르고 몽땅 의식을 긁어낸다 거기에서 태어난 지우개는 지레 울게 마련이다 연필심에 침을 묻히듯 작심이 나를 점찍을 때 연필은 백지로 망명해 온다

― 『질문을 닦다실천문학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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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이라는 바퀴

 

김향숙

 

빗방울이란 이름

그건, 땅에 떨어지는 순간에만 얻게 된다

 

아주 짧은 순간을 일컫는

일그러지고 부서져야 얻게 되는

 

바람과 허공이 하얗게 부푼 민들레 속씨 뭉치처럼

빗방울도 날아다니는 항목들이다

 

바다에서 날아올라

구름 꽃으로 피었다가

당신에게 내려앉는다

 

오랜 시간 빗줄기로 내려오면서

동그랗게 뭉쳐지는, 짧은 순간 이름을 얻어

깨어지는 바퀴가 되어 흘러간다

 

순간은 빗방울처럼 위태롭다

그것들은 미끄럽다

창문에 동그랗게 붙어서

무수한 눈동자로 들여다보고 있다

 

방울들이 떨어져야 하는 곳이 있다면

그건, 바닥에서 얻게 된

이름들이다

 

동그랗게 뭉쳐져서

아직 깨지지 않은 것 몇 개를

눈동자로 쓰고 있다

― 『질문을 닦다실천문학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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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성분 검사서

 

김향숙

 

달빛 한 조각 책상에 올려두었다

재물대 위 광학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핀셋으로 한 자락 얇게 벗겨낸다

 

세포마다 애간장 타는 냄새와

백일홍의 젖은 숨소리가 묻어 있다

울음을 어루만지던 서늘한 달빛

가을 오동잎에 내려앉은

마지막 달빛이 야위었다

 

꽃잎에 묻은 지문과 뒤뜰을 지나간 발자국

뜨락을 쓸고 간 치맛자락의 무늬도 보인다

달을 마중 나오던 하얀 박꽃과 달맞이꽃

분꽃의 숨소리도 들어 있다

 

달빛이 모과나무 가지에 앉아 있을 때

나지막이 깔리던 밤바람

먼바다를 건너온 돛의 거친 펄럭임과

달의 맨손에 묻은 기도의 성분을 살피는 중이다

 

만월로 몸을 부풀린 신음과 문양을 관찰한다

낭떠러지를 걷어 달라는

순도 백 퍼센트 염원도 내포되어 있다

달의 그늘진 뒷면엔 기도 한 줌과

당신의 빈손도 들어 있다

 

분석된 달빛을 기록해 놓는 밤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는 달빛은 맑고 따뜻하다

― 『질문을 닦다실천문학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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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 시인의 첫 시집 『질문을 닦다』 실천문학사에서 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201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명왕성 유일 전파사」가 당선된 후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시 부문 대상, 황순원 디카 시 대상, 이병주 탄생 100주년 팬픽에서 금상, 호미문학상,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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