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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데뷔한 서유 시인의 첫 시집 『부당당 부당시』, 시인의 일요일에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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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4. 1. 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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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 감각과 부정성의 경험으로 세상과의 불화를 꿈꾸는 당당한 시

 

 

 

하린 기자

 

2017현대시학신인상으로 데뷔한 서유 시인이 첫 시집 부당당 부당시를 시인의 일요일에서 발간했다. 시로 데뷔하기 전에 이미 소설가로 등단한 이력(2003경남신문신춘문예)을 가진 시인은 소설의 요소가 가미된 시들을 군데군데 펼쳐 보이며 첫 시집이 갖는 아우라를 드러낸다.

 

시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듯 뱉어내는 거침없는 언술, 이따금 독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입체적인 시점, 전통적 예술 개념에서 벗어나 대중적 취향과는 동떨어진 지점까지 시를 밀고 나간다.

 

부당당 부당시라는 시집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 있듯이 시인은 부르주아사회로부터 물러나 반상업적이고 반자본주의적 형식을 통해 예술의 자율적이고 고유한 가치를 보존하려 노력한다. 평균화된 취향에 극렬히 저항하면서, 낯설고 난해한 세계를 드러내면서, 거북하고 불쾌한 모습을 통해 개성과 시 세계를 구축한다.

 

21세기는 자본의 거대 담론이 본격화되면서 정신적 가뭄이 자리하게 되었고, 가볍고 즉흥적인 포스트모던을 지향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서유 시인은 당대성과 정치성(좌편향적인)을 감추지 않은 채 과감하게 아침부터 혁명을 이야기하고, 세상의 부당당함을 알리기 위해 기꺼이, “기괴한 표정을 찾아 방구석을 기어다니는 짐승과도 만난다. 암묵적 사회 지배 체계에 대한 저항과 순응 사이 주체들이 살아가면서 혼란스러움을 경험하기도 하고, 그 혼란스러움을 과감하게 형상화하면서 불안과 부당함을 뚫고 나간다.

 

서유의 시는 습관화되고 자동화된 감각에 덧씌워져 있는 관습의 꺼풀을 벗기고 새로운 감각을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예술이 지닌 의미와 내용의 도구화를 지양하고 사회적 소통마저 거부하려는 의지의 시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시집은 의미 있는 읽을거리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모던하우스

 

서유

 

새가 죽었다.

 

요구르트 아줌마는 카트를 끌고 지나는 중이었고

산책을 마친 어린아이들은 구령에 맞추어 돌아오고 있었다.

 

, ,

아이들이 손뼉을 쳤다.

 

마땅히 잘한 일이 있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요구르트 아줌마를 불러 세웠다.

경비아저씨는 새를 쓸어 담았다.

 

, ,

새가 시끄럽게 입구를 열었다.

보도블록 위로 시체들이 쏟아졌다.

 

커다란 에코백을 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워 담을 수 있는 깃털과 훔칠 수 있는 부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 ,

아이들이 박수를 쳤다.

 

마땅히 아무렇지 않게 통과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가방 속에는 사체들이 가득했고

누군가는 최선을 다해 집을 부수고 있었다.

― 『부당당 부당시, 시인의 일요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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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용 애인

 

서유

 

본 적 없는 애인이 나를 애인이라 부르면서 찾아왔다.

 

오랫동안 잠을 잔 것처럼 나른하게 하품하면서

 

셔터를 누를 수는 없겠다. 우리는 분명 사랑했을 텐데

 

과거와 현재가 섞이며

애인과 나는 어눌한 발음으로 밥을 먹는다.

 

묵묵히,

 

달아오르지도 못하고

 

우리는 밥알처럼 단순하다.

 

말라 가는 이마를 허공에 심으며 애인은

더 이상 고양이가 오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린다.

 

키웠던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처음부터

울기는 했을까.

 

웃지도 않고

심각하지도 않고 애인은

햇볕이 필요한 이파리처럼 오물거리기만 한다.

 

키스할까?

 

비릿한 애인의 입 속에서 나는 잠시 머물 수 있겠다.

 

우리의 육체는 모서리를 잃어 가는 말만큼 닳았고 헐렁해졌지만

나는, 애인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식물학에 앉아

죽은 돌물의 사체를 게걸스럽게 넘기면서

 

나의 질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 『부당당 부당시, 시인의 일요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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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시

 

서유

 

그래서

안녕할까요?

 

봄이 내렸고

여름은 누웠고

꽃은 사라졌습니다.

 

계절의 살갗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 나는

팽창해 오는 땅의 알갱이에 대해

묻고 싶어집니다.

 

잘 죽어가고 있나요?

 

어제는 당신을 만들어 작은 시집에 넣었습니다.

몇 번을 읽어도 알 수 없는 제목을 붙여 놓고

그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유령들을

 

구겨 버렸습니다.

 

사람이 되면 긴 숨을 참을 수 있다는 말.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없어

오늘은 그냥 숨만 쉴래요.

 

같이 외로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는 것들에게 지기 위하여 마음껏

당신이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는 기꺼이 바닥을 빌려 드리겠습니다.

― 『부당당 부당시, 시인의 일요일,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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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데뷔한 서유 시인의 첫 시집 『부당당 부당시』, 시인의 일요일

하종기 2017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데뷔한 서유 시인이 첫 시집 『부당당 부당시』를 시인의 일요일에서 발간했다. 시로 데뷔하기 전에 이미 소설가로 등단한 이력(2003년 《경남신문》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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