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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시인 _ 테이블

포토포엠

by 미디어시인 2024. 2. 1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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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이소연 

 

이 호수는 허구한 날 나를 불러 자기 앞에 앉힌다

 

왜 자꾸 불러내

가장자리로 떠밀려 온 것들은 모두

호숫가 벤치처럼 앉아 있다

마음 한 귀퉁이 털어내고 싶어서

물결 진 얼굴을 하고 땅콩 껍질을 바스러트린다

맥주를 따르면서

 

이 호수는 일어설 수가 없다

대답하지 않는다

그냥 내뱉는 말들마다 잉어 지느러미를 달아

수면 아래로 지나가게 한다

얜 늙지도 않나 봐

이 호수는 나이 든 남자의 불거진 뼈를 보여줄 때가 있다

환풍구가 없는데

고인 냄새가 자꾸만 사라졌다

 

두근거린다와 두려워하다가 서로 다른 온도에서 변질되듯이

이 호수 앞에서는 조금씩 다르게 말하고

아주 다르게 듣는다

 

환기가 안 되는 곳에서도 오염되지 않는 건

너무 오래되어서 새것 같은 단어 몇 개뿐일 거야

 

내가 만난 호수는 모든 말이 선명하게

흐려져서 좋다

후회하는 싸움들도 좋다

 

나는 오로지 팔꿈치를 적시려고

당신을 불러다 시를 쓴다 

 

―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걷는사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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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이소연 이 호수는 허구한 날 나를 불러 자기 앞에 앉힌다 “왜 자꾸 불러내”가장자리로 떠밀려 온 것들은 모두호숫가 벤치처럼 앉아 있다마음 한 귀퉁이 털어내고 싶어서물결 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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