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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버릇처럼 가게 문을 닫고 열어요 』를 통해 세상의 슬픔을 필사하는 시인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2. 11. 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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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을 넘어 삶의 예술로 가는 시

 

하종기 기자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맡았던 신경림, 정호승, 정일근 시인은 박송이 시인의 시에 대해 애매모호함을 극복하는 선명성도 좋았다 …… 가능성이 높았다며 만장일치의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박송이 시인은 이번 두 번째 시집 나는 입버릇처럼 가게 문을 닫고 열어요에서 그의 시적 특장인 선명성과 더불어 슬픔의 연대 의지를 보여준다. 눈밝은 심사위원들의 기대를 꽃피운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잔 손택은 타인의 고통에서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은 어쩌면 뻔뻔하거나, 부적절한 반응이거나,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알리바이가 될 수 있다며 이제 타인의 고통은 연민이 아니라 연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충고한 바 있다. 박송이 역시 아픔과 상실의 고통에 침잠하지 않고 그것을 품고 가는 더 넓은 삶을 갖고, 이웃과 연대하는 시쓰기를 시도한다. 그는 시가 결국 삶을 쓰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새 체득한 모양새다.

이 시집을 지탱하고 있는 두 개의 큰 축은 시쓰기의 의미 발견과 슬픔에 대한 연대이다. 시 쓰기에 관한 다수의 시편들을 통해 박송이 시인은 시가 자신의 존재이며 삶 그 자체라는 통찰이라는 인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타자의 아픔과 슬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인간과 자연, 인간과 생명,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성찰한다.

인간의 삶에 대한 본원적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박송이 시인은 소멸되지 않는 삶의 힘이 있다는 것을 믿고, 우리와 그 믿음을 나누려 한다.

돌아가신 엄마의 스웨터를 장롱에서 꺼내며 그 온기를 확인하는 보풀이나 죽은 송아지를 구덩이에 묻으며 송아지가 밤나무 감나무 쑥부쟁이 곁으로 이사를 갔다고 하는 겨울이사 시 쓰는 일은 과거의 슬픔과 대면해 그 엉킴을 푸는 일이라고 깨닫는 시창작교실 등의 시는 박송이 시인의 시가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자기 성찰을 통해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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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책방

 

박송이

 

짧아지는 연필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

딱딱한 솔방울을 궁굴리며 궁굴리며

용기의 얼굴을 내밀고 가야겠다는 생각

손바닥 같은 숲속 작은 사람들 곁에서

우산을 펼쳐야겠다는 생각

신앙을 가져야겠다는 생각

첫 시집을 내고 예술가라기보다는

생활인에 가까워졌다는 생각

시집을 팔아야겠다는 생각

깨진 보도블록 탓하지 않으면서

까인 무릎을 껴안아 줘야겠다는 생각

저마다 바다를 띄우고

그마다 닻을 품고

이마다 파도를 버틴다는 생각

쓰러진 볏잎들을 묶어 줘야겠다는 생각

도탑게 도탑게 골목을 돌 때마다

툭툭 솔방울이 떨어지고

작은 시집을 파는 책방이 문을 연다

똑똑 문을 열면 낱말들이 몰려와

슬픔이 무사하다는 생각

 

― 『나는 입버릇처럼 가게 문을 닫고 열어요, 시인의 일요일,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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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버릇처럼 가게 문을 닫고 열어요 』를 통해 세상의 슬픔을 필사하는 시인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심사를 맡았던 신경림, 정호승, 정일근 시인은 박송이 시인의 시에 대해 “애매모호함을 극복하는 선명성도 좋았다 …… 가능성이 높았다”며 만장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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