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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걸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해바라기 씨앗은 몇 개일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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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2. 11. 2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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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기 기자 

『해바라기 씨앗은 몇 개일까』는 더푸른 출판사의 ‘더푸른서정시’ 시리즈 1번으로 출간된 시집이다. 이 시집은 또한 조남걸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서 발간되어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조남걸 시인은 2020년 《열린시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한 이후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해오면서 친환경적인 사유와 생태학적 상상력을 펼쳐왔다. 자연물과 오늘날 우리가 자주 접하는 현상을 접목시며 상상력을 펼치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면 전부 다 작품성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자기소개서」「표절」「면접」만 봐도 그가 펼치고 있는 미학적 지향성과 작품이 갖는 깊이를 알 수 있다.

「자기소개서」는 봄에 잎이 나고 꽃을 피우는 존재를 자기소개서의 상황으로 치환해서 쓴 작품이고,「표절」은 희어리꽃과 치매에 든 어머니와 무덤 속 아버지가 각각 ‘노란색’과 ‘망각’과 ‘소멸’을 표절한다고 상상한 탁월한 작품이다. 스스로 원본인 자연과 저작권이 없는 자연물의 상황을 꿰뚫어 본 점도 놀랍다. 「면접」은 과수원에서 꽃을 따내는 적화와 열매를 솎아내는 적과를 면접의 상황으로 보고 농부의 눈에 들어야만 튼실한 과일로 탄생할 수 있다고 상상력이 시적인 쾌감을 준다.

조남걸 시인은 이렇게 자연물과의 밀착된 교감을 한 후 그것을 미학적 방식으로 치환하여 표현하는 작품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이런 작품 세계를 황치복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그리고 인공지능의 시대에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그것과 한통속이 되어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구가하는 이 시집의 시편들이 참신한 느낌을 주는 것을 무슨 연유일까?

그것은 아마도 타자들의 삶에 대한 관심, 그리고 그것들과 어울려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려는 덕성, 혹은 삶과 죽음이 삶의 자장 안에서 아름답게 공존하는 공감(sympathy)의 모습 등이 자아내는 이웃에 대한 환대와 위로의 시정신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지구의 한 켠을 공유하고 있는 뭇 생명들과 사물들, 그리고 그것들이 내포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함축하고 있는 품격에 대해서 사유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자신의 삶과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연관 고리를 발견하고 만다라와 같은 인연과 관계의 그물망을 관조한다.

이러한 공동체적 사고가 시인의 가장 중요한 시의식을 차지하고 있는데, 공동체적 사고방식은 인간 중심적인 생각을 벗어나 우주의 차원으로 확대되어 있다. 그래서 시인의 시적 상상력은 신화적 영역으로 승화되기도 하고, 죽음의 세계로 틈입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적 상상력의 확대와 심화로 인해서 시인의 시편들은 단순한 농경적 생활방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이라든가 생명의 화음(和音), 혹은 세계를 이루는 명암과 음영(陰影)을 포착하여 보여준다.”

또한 조남걸 시인은 독특한 약력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무형문화재 제50호 이천거북놀이 이수자인 동시에 농업기술센터 퇴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삶 자체가 친환경적이고 전통과 맞물려 있으며 땅의 원리와 우주의 원리를 읽어내고 실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에 이런 인생관과 문학관은 전체 60편의 시에 모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편안하게 자연과 우주와 인간이 교감하는 작품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해바라기 씨앗은 몇 개일까』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워낭 소리

 

조남걸

 

봄이 거친 숨을 내쉬며 오는 소리

진달래꽃 흐드러진 산밭 아래까지

힘내서 앞으로 가라고 부추기는 소리

이랴 이랴 이랴 이랴

미루나무 잎 필 때 들려오는 소리

느긋하게 노을이 달구지에 내려앉을 때

집으로 가라는 소리

어뎌 어뎌 어뎌 어뎌

제일 잘 알아듣는 소리

가장 듣고 싶었을 소리

멈추라는 소리

워 워

와 와

다시 듣고 싶어도

들리지 않는 소리

소는 많은데 그 소리를 찾을 수 없어

아버지 무덤가에 가서

나 혼자 기억으로만 불러내는 소리

― 『해바라기 씨앗은 몇 개일까』, 더푸른출판사, 2022.

 

 

 

자기소개서

 

조남걸

 

면접 따윈 필요 없건만

숲이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한다

스스로 주인이고 스스로 과정이며 스스로 결과인데

봄만 되면 왜 저렇게 분주한 모습인가

땅에 힘을 주고 마른 풀밭을 밀어낸다

곁가지가 자신감을 잔뜩 세우고

이파리 없이 스스로 꽃을 피운다

돋보이고 세련되게 연두를 껴입는 건 필수

숲에 어울리는 새소리와 물소리도 곁들인다

꽃은 생식을 위한 본능이니

경력 따윈 필요 없다

자기를 돋보이기 위한 전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꽃이 많다는 것은 열매도 많다는 증거

각자 자기만의 모양과 가능성을 뽐낸다

숲은 그 자체가 스펙이고 자격이다

나무 하나하나 역할이 적절하고

태양과 달과 바람을 다스리는 리더십이 뛰어나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숲의 조직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진녹색의 물결로 치달려도

색깔은 더 화려하게

모양은 더 요염하게

냄새는 더 향기롭게

― 『해바라기 씨앗은 몇 개일까』, 더푸른출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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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걸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해바라기 씨앗은 몇 개일까』 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해바라기 씨앗은 몇 개일까』는 더푸른 출판사의 ‘더푸른서정시’ 시리즈 1번으로 출간된 시집이다. 이 시집은 또한 조남걸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서 발간되어 남다른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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