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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시집 『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은』 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2. 11. 2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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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현실을 마주하는 시선

서늘한 무덤의 세계에서 기록한 사랑과 회한

 

하종기 기자

 

전윤호 시인의 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은이 걷는사람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전윤호 시인은 1991현대문학을 통해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서정성이 강한 시세계를 그동안 보여주었다. 강원도 정선이 태생인 그는 주로 친근한 토속적 풍경을 농도 짙은 색채로 그려내며 척박한 오지의 풍광과 풍습, 사람과 삶, 언어와 기억을 담아내는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의 이번 시집은 섬세한 붓으로 그려낸 풍속화의 도록 같다. 여러 시편에서 그는 지역성에 담긴 공간과 시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만의 실존적 방식을 진솔하게, 실감나게 보여 준다.

전윤호 시인은 무덤의 방식으로 세계를 인지한다. 무덤 연작시에서 시인은 자신만의 현존의식과 세계를 기억하는 특별한 방식을 구축한다. 현대인들이 돈을 모아 땅을 사고, “더 좋은 묘지를 만들 때 시인은 벽돌을 지고 벽을 칠한다. 그들이 무자비한 자본으로 쌓아 올리는 거대한 무덤속에서도 그는 태워도 태워지지 않고/훔쳐도 훔쳐지지 않는/천 년 무덤”(종이무덤)뿐이다. “파라오도 천민도/평생 무덤을 만”(무덤족)드는 것처럼, 그는 본인의 존재 방식을 무덤의 세계로 펼쳐 보인다. 그가 천착하는 무덤의 실존적 사유는 삶의 너머를 지향하고 있는데, 시인은 일찍이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이치를 깨달은 듯하다. 역설의 방식으로 삶과 죽음을 넘나들면서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해설을 쓴 우대식 시인은 이번 시집을 실패한 연애의 형식이라고 명명한다. 시인은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는 것. 시편을 따라 그의 내면으로 들어가다 보면 그만의 도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은 오징어 내장이 산처럼 쌓이고/도루묵을 삽으로 퍼서 팔던 시절”(거진)에서부터 이제는 오징어 배도 보이지 않는 수평선에/누군가 등 돌리고 걸어”(강릉에는 바다가 없었네)가는, ‘바다가 없는쓸쓸한 강릉까지 이어진다. 시인이 호명하는 여러 공간과 장소에는 상실된 주체들이 짙은 그리움으로 유유히 흐른다. “도원에 대한 탐구가 보이지 않”(해설, 우대식)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편들은 소멸한 도원을 호명하는 것처럼 비친다. “강릉, 거진, 홍련암, 물치항 등의 공간을 언어 미학으로 그려내는 물기 어린 목소리에 흠뻑 젖어보길 권한다.

 

시인은 여전히 공간과 시간을, 세계와 내면을 자유롭게 오가는 여행자다. 그는 그저 시가 부는 방향으로 걷고, 시가 보이는 수평선을 따라 걷는다. 오직 시만이 자신을 자유로 인도하는 듯이 걷고 걷는다. “가장 간결하고 쉬운 언어의 방식으로 가장 멀리, 깊이 들어간다”(추천사, 고영민). 움푹한 발걸음마다 피어나는 시들로 그는 날개에 힘을 붙여/동천을날아오를 것이다. 그만의 또 다른 우주”(비오리)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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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아이

 

전윤호

 

무덤과 무덤이 만나

아이를 낳았지

관을 보며 자라는 아이

벽이 전부고

어둠이 친구지만

네가 무덤을 떠난다 해도

어차피 세상은 더 큰 무덤

너는 무덤의 아이

땅 위로 나가면

당분간 집 생각은 잊어버리렴

네 무덤을 만날 때까지

춤이라도 추고 있으렴

우리에게 햇볕은 너무 짧단다

 

― 『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은, 걷는사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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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호 시집『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은』 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전윤호 시인의 『밤은 깊고 바다로 가는 길은』이 걷는사람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전윤호 시인은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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