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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4 _ 류미야의 「레 미제라블」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2. 11. 1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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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류미야
 

날아든 돌멩이가 뾰족할수록 말여, 맞은 놈 설움이사 갑절 더한 벱이제 그러니 농이나 진탕 눙치든지 말든지
 

자자, 이거나 들어 속 푸는 덴 최고니께 속 다 쎅이고 따짐 뭐혀 죄다 한통속인 걸 참말로 생각할수록 웃기는 짬뽕들이제
 

울 거튼 무지랭이야 안중에나 있겄어? 거 뭐냐 표 구헐 땐 지랭이같이 기더구만 그담 달 이짝 동네는 강제철거 들갔당께
 

넨장할, 어째 인생이 살수록 겨울인감 울 엄니 아부지는 세월 어찌 녹이셨누? 철들자 무덤 가겄네…… 억울해서 워쩌!
 

분탕질 쳐보든가 쌈박질 해보든가 머리 박고 대거리한들 뾰족한 수나 있간디? 자 자 자, 술이나 먹자고 피차 진탕 아니겄어?

- 류미야,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서울셀렉션,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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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의 저자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단테가 『신곡』을 통해 자신이 상상했던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면, 자신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이 자체가 살아있는 지옥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이라는 표제 자체도 ‘불쌍한 사람들’이란 의미가 아닌가.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의 민중들은 절대왕권이 무너지고, 전국민이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자기를 확립하고 평등한 권리를 보유할 수 있는 시대를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로베스피에르의 독재와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그리고 루이 18세의 왕정 복고가 이어졌고, 프랑스 민중들의 고난과 시련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서 프랑스 민중들의 지옥과 같은 삶을 보여주고자 하였던 것이 레 미제라블이다. 민중들은 정치인들을 항상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올바른 정치를 했을 때는 지지를, 올바르지 못할 선택과 결정을 하였을 때는 기꺼이 탄핵도 시켜야 한다. 국민들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울 거튼 무지랭이야 안중에나 있겄어? 거 뭐냐 표 구헐 땐 지랭이같이 기더구만 그담 달 이짝 동네는 강제철거 들갔당께”라는 말속에는 당선 전후 정치인의 이중성이 담겨 있다.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며 마치 지역 살림을 모두 챙겨줄 것처럼 구걸을 했던 정치인들이, 막상 당선이 되면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가며 공약을 파기하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정책을 펼쳐간다. 문제가 있다고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하고 “분탕질 쳐보든가 쌈박질 해보든가 머리 박고 대거리한들” 뾰족한 수가 없다.

국민들은 그저 ‘레 미제라블’일 뿐이다. 민중은 최선의 지도자를 나올 것이라는 기대조차 잃었다. 그저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그나마 민중의 열망을 실현할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야 그나마 덜 고통스럽다. 항상 권력에 희생자는 힘없는 민중들이다. 빅토르 위고가 말한 프랑스 혁명 이후 시대의 비극과 지금의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다. “죄다 한통속인 걸 참말로 생각할수록 웃기는 짬뽕들”이다.(이송희 시인)

 


 

이송희

2003 《조선일보》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했으며 『열린시학』 등에 평론을 쓰며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환절기의 판화』, 『아포리아 숲』, 『이름의 고고학』, 『이태리 면사무소』,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평론집 및 연구서 『아달린의 방』, 『눈물로 읽는 사서함』, 『길 위의 문장』, 『경계의 시학』, 『거울과 응시』, 『현대시와 인지시학』, 『유목의 서사』 등이 있다.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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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류미야 날아든 돌멩이가 뾰족할수록 말여, 맞은 놈 설움이사 갑질 더한 벱이제 그러니 농이나 진탕 농치든지 말든지 자자, 이거나 들어 속 푸는 덴 최고니께 속 다 쎅이고 따짐 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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