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모노드라마
박시교
오랜만에 인사동 골목 안 그 술집 갔었지
반갑게 마주치던 그 누구도 보이지 않고
주인장, ‘그 사람 며칠 전 혼자서 왔어요’
그랬구나, 그도 나처럼 발길 따라 왔었구나
사람이 그립다는 것은 자네나 나나 어쩔 수 없이 마음이 허하다는 것 어쩌겠는가, 그놈의 역병 탓이지 만나봐야 그냥 잔잔한 눈웃음에 술잔 권할 뿐이겠지만 그렇지, 긴 말 무슨 소용에나 닿겠는가만 아아 그래도 그렇지, 이 사람아 거리두기 그게 뭐라고, 자네와 나 사이에 무슨 거리가 가당키나 한 일이던가. 사람이 그리운 것은 우리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마련인 마음의 더께 그 앙금 아니던가
아니면 추억앓이 같은 삶 그 되풀이 아니던가
― 『동행』, 푸른사상,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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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우리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외출을 최소화하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온 사회적 활동들이 제한되었다. 더불어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 방식으로 생활 환경이 전환되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디지털 공간에 적응해야 했다. 일각에서는 뉴 노멀 시대의 물결이 개별자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화의 부상과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켰다는 점을 하나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소통의 부재가 피상적인 인간관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회적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의 인간관계 근본을 바꾼 사건이다.
여기 박시교 시인의 「코로나19 모노드라마」에서 우리는 정서적 교류가 줄어들고 접촉 빈도가 낮아지면서 사회적 연대감이 결여된 한 시대를 만난다.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현대사회는 고독한 시국의 외로운 자리를 보여준다. “반갑게 마주치던 그 누구도 보이지 않”는 “인사동 골목 안 그 술집”의 풍경에서 우리는 인간의 정감을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싹 튼 것은 그리움이라는 키워드다. “사람이 그립다는 것”은 결국 삶의 본질적인 가치와 목적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인간의 내밀한 욕망은 소통에서 시작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삶의 최고 목적이자 최상의 좋음 상태를 ‘행복’이라 보았다. 이때 행복은 인간의 생존과 안녕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인류는 다시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일상의 전환을 위하여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자네와 나 사이에 무슨 거리가 가당키나 한 일이던가”. 멀어진 몸과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면서 우리의 무대를 지키는 힘,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와 같은 궁극의 질문으로 연결될 것이다. (김보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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