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 기자
이정은 시인 『평범한 세계』 낭독회가 지난 5월 12일 일요일에 제주 한림읍 위치한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에서 진행되었다. 이 행사는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관장:김성수)이 주관하고 ‘2024 꿈차롱 시인학교’ 초청으로 이루어졌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호응이 이루어져 성료가 되었다.
이정은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은 제주 한림에 살고 있다. 2023년 제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하면서 『평범한 세계』 시집을 시인동네에서 출간하였다. 이 시집 처음부터 끝까지 총 58편을 참가자 스물두 명 전원이 한편씩 읽어가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이정은 시인이 첫 시 <너는 바람이 아니라>를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한 편 한 편 시를 읽어 나갔다. ‘너는 바람이 아니라’ 정서가 시집의 흐름 저변에 자리 잡으며, 시 <평범한 세계>에 ‘촛불이 켜져 있지 않은 케이크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의문과 비극적 세계관이 전개되었다고 시인은 설명했다. 시집 속 2부는 이정은 시인이 제주에 살면서 쓴 시들을 모았는데, <근조>에 쓰인 구절 ‘나는 어떤 장례에 누워 있는가’처럼 삶과 죽음에 대한 중첩이 제주에 기반을 두고 삶을 사는 참가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시 낭독 후 간단한 질의 문답 시간이 있었다. 논술을 지도하는 한 참여자는 시가 논리적이지 않고 문법 파괴적인 모습이 생경하다고 <가젤처럼 뛰었다> 시에서 왜 슬러시(/) 표기가 사용되었는지 질문하였다. 이정은 시인은 가젤처럼 뛰는 모습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려는 실험적인 시도였다고 슬러시와 함께 사용된 마침표 등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축하 공연이 끝나고 <사람 목소리는 영역표시에 불과해, 에드몽이 말한다 에드몽은 누구일까> 시를 이정은 시인이 아끼는 시라고 자청해서 독자에게 직접 읽어주었다. 계속해서 참가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시를 읽어나가며 분위기가 고조되었는데, 마지막에 실린 <얘야, 양을 세야지> 시에서 ‘죽어가는 양을 세야지/아버지 한 마리’로 끝나는 부분이 아버지의 힘이라는 거대담론을 상징한다는 걸 다 함께 느꼈다. 화자가 결국 그 상징을 없애며 끝내는 것을 통해 이정은 시인이 갖는 페미니즘적인 양상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정은 시인은 “우리는 과연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가?” 라는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평범한 세계』 시집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즉, ‘아버지’라 지칭되는 권력의 힘, 자본의 논리, 가부장적 자장 또한 생물학적인 아버지에서 사회적인 아버지, 더 나아가 종교적인 아버지까지 다루고 싶었다고 창작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전체 낭독회가 마감한 후에도 질문과 소감이 계속 이어졌다. 안민희님은 “시집 속 시 중에서 가장 애정하는 시가 무엇이며 그 이유가 뭔지” 질문하였고, 이정은 시인은 <빨간 망토>라고 대답하며 창작 동기와 과정 등을 이야기 했을 때 안민희님도 여성 문제에 관심 있는 데 그 작품에 공감한다고 했다.
한 동화 작가는 시라는 장르에 깊이 빠져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며, 『평범한 세계』 낭독회가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낭독회 참여한 금능 마을 주민은 처음 시를 읽어나갈 때는 이해 안 되고 어려웠는데 점 점 이정은 시인 『평범한 세계』 시가 마음에 젖어들면서 그 깊이를 알게 되었고 마지막 시까지 다 읽은 후에는 다시 첫 장을 읽고 싶어졌다며 감회를 표현하였다.
사진작가 이재정님은 “시인의 계급을 다시 한 번 곱씹게 해 준 낭독회였다. 그녀의 시를 두고 벌어진 페미, 반페미의 논쟁은 이해되지 않았고 이해할 수 없는 문장으로 인식되어진 사람들의 시평이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빨간 망토가 필요한 것일까. 세 번쯤 읽으면 경험인가 상상인가를 질문하는 자들의 입을 닫게 해줄까. 몇 가지가 내게도 과제로 남겨졌다. 독자들의 인식에 관한 문제인지 시인의 내적 오류가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시인은 행복해 보였고, 독자의 머리 위에서 군림하는 인상에 나는 즐거웠다. 덕분에 결코 평범하지 않아 좋았던 이정은 시인의 『평범한 세계』 낭독회로 기억될 것이다.” 라고 소회를 밝혔다.
카투니스트 백금아 작가는 “이정은 시인의 시는 뻔하지 않았다. 마치 지니어스 게임에서 형벌 방에 들어가 문제 1개를 해결해야 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처럼... 시를 읽는 내내 흩뿌려진 단어들을 조합하며 빨리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정이 생겼다. 이정은 시인의 시 세계를 더 알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꿈차롱 시인학교 양민숙 교장선생님은 2020년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진행되고 있는 “2024 시인학교 시즌3은 ‘시창작교실’, ‘시합평교실’, ‘북콘서트’, ‘시낭독회’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다. 이에 이정은 시인을 초청하여 『평범한 세계』 낭독회가 열리게 되었다. 시인의 시 한 편 한 편을 소홀히 하지 않고 귀하게 여겨 시집 전체를 읽어보는 시간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기획 동기를 밝혔다.
이날 15시에 시작한 낭독 회는 두 시간이 지나도록 참가자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이정은 시인에게 질문을 하면서,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그 열기가 뜨거웠다. 시집 전체를 다 읽은 독자들은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고, 문학과 시를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며 앞으로 이정은 시인의 작품세계가 더욱 기대된다고 하였다.
“태양이 휘청거린다 절벽의 솟구침”- 과연 우리는 평범한가? < 현장+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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