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위에 저 소나무
아침 산책길마다 나를 안는 너
온몸을 비벼대며 배치기까지
도망치진 못하지만 이런 스킨십은 싫어
내 동의도 구하지 않았잖아
김이듬
-2022년 계간 《디카시》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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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스킨십은 분명한 범죄다. ‘가벼운 접촉이니 괜찮겠지, 이 정도면 별거 아니잖아’라는 인식이 당하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큰 수치심, 모멸감, 혐오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알아야 한다. 가볍게 던진 농담이라도 상대방이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면 그건 추행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접촉으로 상대가 불쾌하게 여긴다면 그것 또한 범죄다.
미투 사건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난 뒤 몇 년이 흘렀지만 뉴스에서는 여전히 성추행이나 성폭행 기사가 넘쳐난다. 특히 피해자는 10대의 미성년자도 있고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처벌이 가벼워서인지 아니면
무엇이 잘못인지를 모르는 것인지 추행이나 폭행의 가해 정도가 상상을 초월할 때가 많다.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범죄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줄 때가 허다하다. 오히려 피해자가 숨어 살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어느 정도까지 사회가 썩어야 이런 현상들이 활개를 치는 것일까.(이기영 시인)
이기영 시인
2013년 《열린시학》 신인상에 당선됐다. 2018년 제14회 김달진창원문학상과 2022년 이병주경남문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나는 어제처럼 말하고 너는 내일처럼 묻지』가 있으며 디카시집으로는 『인생』을 출간했다. 현재 ‘백세시대’신문에 ‘디카시’를, ‘경남신문’에 ‘포토포엠’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국디카시연구소와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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