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 기자
도서출판 걷는사람이 ‘걷는사람 시인선’ 시리즈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100호 기념 시집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를 출간했다. 걷는사람 시인선 1호(김해자 시집)는 2018년 4월 25일 세상에 나왔고, 99호(휘민 시집)는 2024년 8월 31일에 출간되어 지금껏 모두 98명의 시인이 참여했다.(정덕재 시인이 ‘걷는사람 시인선’ 이름으로 두 권의 시집을 상재하여 99명이 아닌 98명이다.) 이번 시집은 시인선 1호에서 99호까지 함께해 온 시인들의 시집에서 대표작 1편을 엄선해 실었다.
걷는사람 시인선은 “세상의 부조리에 항거하는 리얼리즘 시의 영토를 굳건히 지켜 왔다”는 평을 받는 김해자 시인의 『해자네 점집』을 필두로 송진권(『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고』), 안상학(『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박남준(『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 김명기(『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등 중견 시인을 재조명했을 뿐 아니라 개성 있는 젊은 시인 김은지(『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이소연(『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 원보람(『라이터 불에 서로의 영혼을 그을리며』), 김미소(『가장 희미해진 사람』) 등을 발굴해 내며 독자들에게 꾸준한 호응을 받았다.
1호부터 99호까지 나온 시집의 표지 디자인도 이목을 끌었다. 기존 시집들과 다르게 기하학적 패턴을 적용한 모던하고도 신선한 감각의 표지를 선보이며 ‘시’라는 장르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한층 더 부여한 것. 처음에는 다소 이질적이라는 반응을 보인 경우도 있었지만 ‘과감하다’ ‘파격적이다’라는 반응이 연이어 들려왔고 저자의 특성, 화자의 어조와 시의 분위기를 색과 조형으로 표현한 데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 ‘삽사리문고 읽다 까무룩 잠들면’, 2부 ‘밤새 우는 아기를 안은 창백하고 질긴 얼굴’, 3부 ‘왜 아직 거기에 있는 걸까 붉은 노을은’, 4부 ‘한 발 나갔다가 두 발 물러서는 사랑’이라는 부제로 편집되어 있다. 비교적 초창기에 나온 시집의 대표작으로 구성된 1부에서는 문명에 대한 통찰과 동시대성을 견지하고 있는 김해자·현택훈·최치언·황형철·이진희 시인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창작 활동을 이어 온 시인들의 작품을 폭넓게 만나 볼 수 있다. 제주 홍경희 시인을 비롯해 광주/전남 김호균·이기영·백애송, 충북 김영미·신영순, 경남 손남숙, 대구/경북의 안상학·피재현·손진은·임수현, 대전/충남의 정덕재·이돈형 시인 등의 작품은 지역의 장소성 담긴 생생한 사투리, 구어(口語) 등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밀도 있게 구현하고 있다. 3부에서는 현대인이 발 담그고 살아가는 공간(자연/도심/지구)에 관한 질문과 통찰이 깊이 있게 펼쳐지며, 4부에서는 몸과 마음의 통증에 대한 인식, 일상 속 경이로움과 위트를 포착하는 섬세한 시선이 돋보인다.
“뒤집힌 양말처럼 다시 뒤집을 혁명이 있는가, 나는, 시를 쓰면서, 귀와 눈과 코와 입술이 뚜렷한 입체적 사랑과 구체적 결말을 예견하는가, 이 모든 눈송이를 뭉쳐 질문처럼 던질 수 있는가, 나는”(하기정, 「뒤로 나아가는」)이라는 구절처럼 아흔여덟 명의 시인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순진무구한 꿈과 혁명을 담금질했고, 그 도저하고 성실한 걸음이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라는 한 권의 시집으로, 살구꽃 터지는 봄날처럼 지금 우리 앞에 당도했다.
<시집 속 시 맛보기>
걷는사람 시인선 100호 기념 시집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 출간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걷는사람 시인선 100호 기념 시집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 출간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도서출판 걷는사람이 ‘걷는사람 시인선’ 시리즈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100호 기념 시집 『시 읽는 일이 봄날의 자랑이 될 때까지』를 출간했다. 걷는사람 시인선 1호(김해자 시집)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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