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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코드를 매력적으로 활용한 갈망과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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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5. 8. 29.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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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명 시인의 첫 시집 난 늘 첫사랑만 해요시인의일요일시인선으로 발간

 

 

하린 기자

 

2022시와사상을 통해 등단한 김광명 시인의 첫 시집 난 늘 첫사랑만 해요가 시인의일요일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그는 첫 시집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탁월한 상상력과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김광명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단면들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를테면 시 노랑 구역지역감정이나 젠더와 같이 사회를 양분하는 갈등의 요소를 노랑이라는 상징적인 색채로 치환하여 보여주는데, 이는 단순한 사회 비판을 넘어,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경계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유동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그는 복잡한 사회 현상을 직설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시적 상상력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사유하고 결론에 도달하도록 이끌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또한 이 시집의 특징 중 하나는 인간 내면의 심리적 풍경을 탐색하는 시인의 독창적인 시선이다. 시인은 앨리스 증후군을 통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표현하거나, ‘피노키오의 코를 통해 진실과 거짓, 그리고 그 경계의 모호함을 다루며, 인간 본연의 심리적 상태에 집중하려는 시적 자세를 보여준다. 내면을 풍경화(감각화) 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시인이다.

 

시집 난 늘 첫사랑만 해요에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으로 지금의 현실을 돌파하고, 현실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으며 자기 본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본원적 의지가 녹아 있다. 두려움 없는 순정과 용기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살아내고, 지금의 사랑을 완성하려는 의지는 오직 첫사랑의 욕망에서만 가능하다. 김광명의 첫사랑은 인간의 내면까지 통제하려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저항의 사유이며, 가두고 갇히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테두리를 만들지 않음으로 자유를 얻는, 물불 가리지 않는, 매번 새롭게 재생되는, 치열한 시적 갈망과 시적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집 난 늘 첫사랑만 해요는 주관적 관점과 상상으로 재구성한 허구적 진실을 통해 삶의 보편적 진실에 다다르고자 한다. 이러한 보편적 진실은 공동체가 믿길 바라는, 또는 시인이 믿고 싶은 가치의 범주에 속한다. 물론 상상으로 빚은 세계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일은 수월하지 않다. 그럼에도 시인이 품은 내적 갈등이 상상을 통해 어디로 어떻게 몸짓하는지, 뻗어가는지 따라가며 살펴보는 일은 이 시집을 읽는 흥미로운 재미에 해당할 것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드로잉, 앨리스

 

김광명

 

1

태어나면서 알았어

세상은 내가 발명한다는 것을

돋아나는 귀를 자르며 뛰어다니는 당나귀와 등으로 기는 강물과 초침만 도는 시계탑과 퇴근하지 않는 한낮

 

2

3월에는 붉은 열매가 하늘을 덮었지

봄이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겠지만 내겐 한 번쯤 날 쌍년이라 불렀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계절

이상한 나라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앞만 보고 걸을 때 욕을 먹는 나는 자란다 다 자라면 손톱 때만큼 작다

작아도 토끼굴에 들어가려면 서걱서걱 소리가 나는 망막이 어울리겠지

 

3

고양이가 사는 나무에는 잎이 달리지 않네

가지 사이로 노란 새들이 배를 부풀려 날고

지저귐에 맞춰 나를 물어뜯는

고양이는 혀가 뾰족한 해부학자

 

4

오늘은 지하철을 타고 칭찬을 먹으러 왔지 심술 가득한 미나리들이 눈폭풍처럼 휘몰아치네

어쩌면 세상은 하나같이 들통난 거짓말 같을까

나는 날마다 미술관에 가고 싶고 생트 빅투아르에 가서 할머니가 되고 싶어 손톱을 깨물 때 물감처럼 내가 번지면 좋겠어

지금은 살아서 지옥을 스케치하는 시절

 

5

이마를 짚으려고 키가 자랐지 하얀 프릴이 달린 앞치마를 두르고

너무 자라면 북극에 닿을까 무서워

자른 머리통을 품에 안고 밀과 보리가 자라네를 불러 주었지

 

6

난 미끄럼틀이 좋아

떨어져도 즐겁잖아

 

걱정 마 페티코트를 걸친 꼬마 아가씨

 

우린 모두

새소리에 찢어진 구두 한 짝

 

하늘엔 쪼아 먹다 만 붉은 열매들, 지상엔 내가 돌아갈 집이 모래처럼 널려 있지

 

*앨리스 증후군: 우리의 시공간은 삐삐 나일론 스타킹, 울렁울렁 게보린의 시간

 

―『난 늘 첫사랑만 해요, 시인의 일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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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에라자드

 

김광명

 

옛날에,로 시작하면 아슬아슬하다 넌 어떤 목소리를 가졌니 돌봐줄 게 아가씨야 무책임하지 않게 너를 건든다 떠미는지 쓰다듬는지

 

네가 사라진다 일주일 후의 사막에 서있다 발목을 잘라버리는 방식으로 끝맺는 너 머리통을 접시에 올리는 방식으로 살아나는 너 없는 얼굴로 입술을 잘근거린다 살려달라고 말한 적 없어서 살려주고 싶다

 

금방 보고도 오랜만이야 하는 사이, 꿈답다 꿈많은 아이들이 모래에 코를 박는다 자라면서 부르카를 쓴다 모래에 쓸려 익사한다 나는 익사자를 수집하는 아가씨를 수집한다 밤마다 첫날밤 낮마다 처형식 무료할 땐 홀딱 벗는 이야기를 듣는다 너도 이제 다 컸구나 가득 차오르는 춤을 추어라 위험해지려면 꽃병처럼 목덜미를 믿어야 한다

 

사막 아래 날름거리는 웅덩이, 꼬리치는 거야 구불구불한 행인, 레어를 원했지만 미디엄으로 요리된 궁전

거울을 등지고 앉았다 쌍둥이는 연습하지 않아도 닮고 너는 망사를 고쳐 쓴 버전으로 왕림한다 천 일은 잔혹해 혀가 떠내려가는 동안 네가 닳잖아

 

나는 목 늘어진 양말을 끌어올린다 부르카를 들춘 너는 지그재그로 온다 모래더미에 끌려간다 번지는 사막 찰랑찰랑 스치는 소리 너는 입자라는 것 너는 거물이라는 것 다리 아래 속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막도 한때는 물의 몸이었다

 

멈추기 직전에 변해야 한다 한 입에 싸 먹으면 안 되는 살덩이 질기다 옛날에, 옛날에, 바그다드에 먼저 도착한 디나르자드가 너를 질겅거리고 있다 천 하룻날 밤에

―『난 늘 첫사랑만 해요, 시인의 일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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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브리나, 재즈, 가이드북

 

김광명

 

그늘 굽는 냄새입니다 생각이 없어도 자라는 것이죠 식민지 줄무늬 비음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번역기에 돌린 말투, 손목을 그을 때 아메바를 닮았습니다

 

교대병입니다 원본을 찢은 후에야 발굴됩니다 정해는 미장원에 다녀와서 실종되었습니다 사촌은 나르키소스를 세척하고 말기 환자를 뱉는군요 퉤퉤, 자극입니다 반응입니다 샘소나이트를 버리고 몸을 섞었습니다 대회에서 떨어진 문장을 어릿광대의 고환과 교환했습니다

 

생물는 방학마다 인원 미달입니다 먼지다듬이와 배밀이와 프랜차이즈는 하교 후에 번성합니다 생물학자가 가야 할 여행지 같은 건 없습니다 가고 싶은 방향을 알려주는 잭 스패로의 나침반은 처음부터 고장 난 제품입니다

 

맹아는 작습니다 정자를 피해 도망가는 난자처럼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크기예요 친척들은 아기집의 세포 숫자를 세어보래요 예술을 모르는 나는 셀 수가 없어요 옆구리와 생식기는 뭐가 다른가요

 

소동입니다 연주용 잭을 뽑으면 재즈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소리는 얼룩진 마스카라를 숭배합니다 고개 너머는 그림자의 국경입니다 몽타주인가요? 살짝 만지게 해 주면 더 좋고

 

분더카머입니다 번지는 관절, 동어반복은 자주색입니다 숫자와 대가리와 주둥이는 찢어지며 자랍니다 뒈져라 꺼꾸러져라는 사납지만 사교성에 이바지합니다 20226월생 출입국관리소입니다

 

천장에 매달리지 말고 걸어야 합니다 죽어라 도망쳐서 죽었습니다 제기랄 우라질 빌어먹을 투신은 감탄사가 되었습니다 유연해진 손끝에서 혈거인이 자랍니다

곧 어두워집니다 그때 후회해도 괜찮습니다

―『난 늘 첫사랑만 해요, 시인의 일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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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코드를 매력적으로 활용한 갈망과 감각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2022년 『시와사상』을 통해 등단한 김광명 시인의 첫 시집 『난 늘 첫사랑만 해요』가 시인의일요일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그는 첫 시집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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