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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가족이 만든 어떤 날씨 속에서 살아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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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5. 12. 1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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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분홍의 두 번째 시집 가족이라는 기후상상인시선으로 발간

 

 

 

하린 기자

 

2015국제신문신춘문예 당선된 후 첫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아 2020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된 바 있는 김분홍 시인이 두 번째 시집가족이라는 기후를 상상인시선으로 발간했다.

 

김분홍 시인은 이번 시집 가족이라는 기후에서 제목 그대로 가족을 하나의 관계망이 아니라, 숨과 온도, 압력과 기류가 뒤엉킨 하나의 기후 시스템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시적 상상력으로 예리하게 읽어낸다. 수록된 시편들을 통해 가족과 사랑, 사회와 자아는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늘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날씨에 가깝다라는 것을 암시하는데,(해설 참조) 독자들은 시인이 던져놓은 이미지의 장치들 사이를 오가며 가족들 간에 서려 있는 징후적 기후가 어떤 의미를 띄고 있는지 감지하게 된다.

 

<미디어 시in>에서는 김분홍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가족이라는 기후발간을 기념하여 미니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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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김분홍 시인님 두 번째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발간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답변: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시집가족이라는 기후는 첫 시집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이후 5년 만에 출간했습니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애증의 관계였던 남자와 작별한 느낌입니다. 아쉬움과 후련함이 공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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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제목에서 독자들은 가족 간의 관계적 양상을 암시받게 됩니다. 제목에 담긴 의도나 특별한 의미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답변: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첫 문장은 모 재벌의 세기의 이혼소송상고 이유서에 인용될 만큼 유명한 문구인데요. 저도 저의 시집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시집 여러 군데에 가족 이야기가 포진해 있더라고요. 사실 가족은 피로 맺어진 관계인데 가장 아프게 하는 대상 또한 가족이거든요. 가족의 기분에 따라 가정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고요. 타인과 만나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살아온 과정이 기후 변화처럼 민감하게 작용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시집 제목을 가족이라는 기후로 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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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고봉준 평론가는 추천사에서 김분홍의 시는 사물에 대한 이미지와 연상의 흐름을 따라 쓰였고, 독자 또한 그 연쇄를 따라가며 읽으면 사물에 대한 낯선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사물에 대한 낯선 감각을 전면화함으로써 사물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물에 관한 시가 아니라 그 너머의 세계에 관한 것으로 읽어야 한다는 의미이다.”라고 평가했는데, 김분홍 시인에게 사물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답변: 시의 물성은 메타포(metaphor)70%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를 쓸 때 사물을 통해 사람 이야기를 하는 편이에요. 저의 시집에는우엉」「폭염」「분지」「던킨도넛」「명란」「수박등이 나옵니다. 이런 사물을 사람 이야기로 변주합니다. 고봉준 평론가는 그걸 맥거핀(Macguffin)효과라고 표현했는데요. 저는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한 후, 사물과 사람의 유사성과 차이점 분석해서 그 너머의 세계에 관한 것을 들여다보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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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작품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답변:던킨도넛은 저의 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반추해서 쓴 시예요. 아이가 중학교에 다니던 무렵, 저의 가정에 우환이 찾아왔어요. 아이의 침샘 근처에 악종 종양이 생겼어요. 아이는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팬텀처럼 얼굴에 하얀 가면을 쓰고 방사선 치료를 30번 받았어요. 주치의는 한 방울의 희망도 주지 않았어요. 저와 아이는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병원 문턱을 안방처럼 드나들면서 힘든 치료 과정을 견뎠어요. 무거운 내용을 가볍게 쓴 시가던킨도넛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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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첫 번째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의 변별점과 공통점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답변: 첫 번째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와 두 번째 시집 가족이라는 기후모두 주로 사물을 가지고 썼다는 공통점이 있고요. 변별점은 첫 번째 시집에 있던 모호함이 두 번째 시집가족이라는 기후에는 많이 사라졌어요. (시집을 읽은 독자가 그렇게 알려 주더라고요.) 앞으로 시를 어렵게 쓰기보다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뭉클한 구절이 들어간 시를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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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를 쓸 때 김분홍 시인님만의 패턴이나 루틴, 혹은 버릇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답변: 어떤 대상을 접할 때 섬광처럼 찾아오는 문장이 있어요. 저의 신춘문예 당선 시 아령 또는 우리의 왕을 쓸 때도 그랬어요. 그때는 제가 마라톤에 미쳐 아령을 들고 한달에 200km 이상을 달렸어요. 저의 꿈은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하는 거였어요. 보스턴 마라톤 참가 자격이 풀코스(42.195km)4시간 안에 들어와야 했거든요. 몸과 생각이 슬림했던 시절이었어요. 아령을 들고 달리는데 권력에 군살 한 근 붙지 않느다.’ 는 문장이 찾아왔어요. 그 문장에 꽂혀 상상력을 확장해서 나머지 문장을 완성했어요. 그리고 신문사에 투고했는데 그 시가 신춘문예에 당선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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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나에게 시란 슬픔이다.”와 같은 구조의 문장처럼 김분홍 시인에게 시란 무엇인가요? 귀뜸해 주세요.

 

답변: 시는 불화하는 단어와 단어의 결합이라고 생각해요. (부부 사이가 안 좋은데 이혼하지 않고 사는 부부를 보면 그게 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는 화해 불가능한 두 단어를 결합시킨다.’(옥타비오 파스, 활과 리라) 이 말은 시를 설명하는 단적인 예이면서 적확한 표현이죠. 그래서 저는 시를 쓸 때 의도적으로 단어와 단어를 충돌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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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시집을 읽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롤랑 바르트독자의 탄생’, ‘저자의 죽음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가족이라는 기후는 이미 저의 손을 떠난 텍스트입니다. 독자분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저의 시집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저는 시를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고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고전을 읽고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죄와 벌, 후쉬킨예브게니 오네긴, 고골외투, 안톤 체호프벚꽃 동산등 러시아 문학을 심도 있게 읽었어요. 그 중 고골의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소설의 배경인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네프스키 거리를 여행하고 싶어요. 기회를 만들어 죽기 전에 고골을 만나러 갈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시집 속 시 맛보기> _ 시집 속 대표시 4

 

 

표준적인 사람

 

김분홍

 

벚꽃 개화에도 표준목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해마다 표준목에 고시한 세 송이 벚꽃이 개화의 척도가 된다

 

여의도 윤중로에 있는 표준목과 기술표준원에서 고시하는 표준은 달라 보였지만 실은 다르지 않다

 

한때 표준적인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다

 

사회의 표준목이 되고 싶었지만 나는 빈약한 줄기였다

 

수십 년 동안 개화하지 못한 채 꽃을 보여주겠다고 공덕동을 기웃거리거나 육교를 찾지 못해 난간을 걸어 다녔다

 

중심에서 밀려 난 나는 유행 지난 BCBG 꽃무늬 원피스에서 표준을 찾았다

 

어떤 해에는 표준을 벗어난 사람과 연애하다가 잠깐 개화했다

 

매년 기상청의 표준목 개화 시기 예측은 실패했고 벚꽃축제를 기다리는 상인들에게 혼선을 주었다

 

그때마다 벚꽃은 조금 늦거나 일찍 폈다

 

표준을 벗어난 벚꽃들

그 사이를 걸으며 나는 표준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규격 없는 규격 미달의 봄이 내게 만개했다

 

―『가족이라는 기후상상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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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베리, 킹스베리

 

김분홍

 

이 빌라는 노골적이에요

붉은 살을 드러내놓고 온몸으로 상대를 유혹합니다

 

지붕엔 검은 새똥 가득 쌓이고

유리창엔 수서역 기차 소리 익어갑니다

강남역세권은 아니지만

방은 공실이 없습니다

 

B02호 여자에겐 애인이 있습니다

어젯밤 애인과 나눈 밀애의 당도는 몇 브릭스일까요?

 

달콤한 밤은 전세 맛이었고

시큼한 밤은 월세 맛이었죠

 

아침이면 딸기 가는 소리가 들리고

애인의 입에서는

분쇄된 말들이 사방으로 비산합니다

 

하루는 갈린 대화에 뭉개지고

짓무른 감정을 졸여 잼을 만듭니다

 

딸기 한 동에 박힌

수십 개의 검정 씨앗이

배 속에서 발아하는 상상을 합니다

 

그녀가 애인을 자주 바꾸는 이유는

빌라를 바꾸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전세냐 월세냐의 차이일 뿐

기한이 차면 벽도 감정도 짓무르죠

 

빌라 호황에 균열이 생기면서

빌라M을 사랑한 빌라왕이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부동산 광풍에 매수한 빌라가 죄다 뭉개졌거든요

딸기가 빌라왕이라는 말은 치욕적이겠지만 사실이에요

 

한 철의 달콤한 뒤

욕망을 세척하지 못한 빌라가 지하층부터 짓물러갑니다

 

―『가족이라는 기후상상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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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가 장면 속으로 지네

 

김분홍

 

신한카드에서 국민카드로, 현금서비스에서 사채로, 생활을 돌려막았어 그럴 수 있었지 돌아다닐 발이 많으니까 벽에서 31쌍이나 되는 발을 끌고 나온 지네니까

 

밤마다 다리가 다리를 끌고, 한 쌍씩 증발하는 꿈을 꿨어 다리를 하나씩 떼어 버리면 어떻겠냐는 의사의 제안에 지네는 떼어낸 다리로 속눈썹 연장을 부탁했다가 거절당했지 그 후 의사는 다리 없는 뱀장어에게 지네 다리를 불법으로 이식하려다 실패했대

 

그게 다 무슨 얘기냐고?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어 있고, 내가 모르는 성형된 이야기들이니까 꼬리에 꼬리가 붙어서 원본을 알 수 없는, 지네의 발만큼이나 많은 말들이 우리 인생을 끌고 가잖아 그게 중요해 이상한 말 속에서 우린 헤매고 있어

 

왼발이 걸어가면 콧대가 높아지고 오른발이 걸어가면 쌍꺼풀이 생겨나는 이야기 31쌍의 연애와 31번의 이별과 31개의 얼굴과 31개월의 할부금 속에 통장은 단 한 개도 없어 허무한 문장이 더 허무한 문장을 돌려막기에도 부족하지만

 

지네의 결말에도 원칙이 있어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가 공존하는 장면과, 31쌍의 발로 뱀장어 집으로 들어간 지네가 붕대를 감고 벽 속으로 사라진 이유는 절대로 발설하지 말 것 그 이후는 어느 발도 말해주지 않았어

 

―『가족이라는 기후상상인,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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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석강

 

김분홍

 

밀물은 펼친 페이지 같았죠 바다가 해변을 읽으려고 올라오면 고백은 범람했고요 접힌 기억이 물에 잠기죠 오랫동안 방치한 당신은 어떤 절벽일까요 사암과 이암이 뒤섞인

 

퇴적은 개어 놓은 유니폼 같아서 다른 얼굴로 같은 표정을 지어야 해요 아름다운 지진은 수면제를 삼켰나 봐요 당분간 깨어나지 못할 거예요 절벽의 단층들은 가지런하게 눌린 페이지

 

절취선 없는 간조가 해변을 반납하죠 그때마다 채석강에 앉아 이끼 낀 마음을 닦았어요 구석구석 조개껍질이 박힌 격포해변, 썰물이 되면 당신을 열람했어요

 

일몰이 밀려오는 해변에선 그리움의 페이스를 조절할 수 없어요 축축해진 고백이 복리로 번식하고 격발된 노을에선 화약 성분이 검출되고요 한때 그런 저녁이 있었죠

 

 

당신은 어떤 가족이 만든 어떤 날씨 속에서 살아가고 있나요?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당신은 어떤 가족이 만든 어떤 날씨 속에서 살아가고 있나요?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2015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된 후 첫 시집 『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아 2020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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