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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42 _ 고성만의 「모래는 바위의 울음을 알고 있다」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6. 8. 10. 20:16

본문

 

 

 

모래는 바위의 울음을 알고 있다

 

고성만

 

달구어진 모래에

귀를 대면 들린다

 

어디 먼 데

심장을 두드리는 고동소리

 

화산이 폭발하는지 피어오른 잿빛 연기

 

바위와 자갈들

강을 따라 흐른다

 

모서리와 모서리를

부딪히며 구를 때

 

뜨겁게 흐른 눈물을 핥아주던 온기들

 

해변가 조가비에

눈 맞추면 보인다

 

섬광 번쩍번쩍

부서지는 천둥번개

 

새 떼가 내려앉은 바위섬

밝아오는

아침해

― 『마늘, 다인숲, 2025.

 

-

 

  오래된 기다림과 고독 속에서도 언어를 믿으려는 마음이 시인의 말에 고요히 배어 있다. 삶이 곧 시라는 말도, 시가 삶과 동떨어졌다는 말도 모두 밀어내며 그 어긋남 속에서 방황하던 시간들. 그럼에도 시인은 결국 밤하늘에 별처럼 빛날 너의 생일 축하!’라는 다정한 메시지 하나를, 그 간절한 언어를 꿈꾼다. 고성만의 시집 마늘은 그 십수 년의 침묵과 방황 끝에, 지극한 믿음으로 다시 피어난 언어의 기록이며, 이 기다림의 미학은 시 모래는 바위의 울음을 알고 있다에서 존재의 시린 역사로 확장된다.

 

  시인은 모래라는 작고 흔한 이미지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스란히 남아 있는 바위의 기억고통의 잔여를 더듬어 나간다. 바위는 시간과 마찰 속에서 자갈이 되고, 자갈은 또다시 강을 따라 흘러가며 깎이고 부서져 모래가 된다. “달구어진 모래에 귀를 대면 들린다는 시적 주체의 지극한 행위는, 이 모래가 단지 침묵 속에 죽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에서 왔는지를 온몸으로 기억하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모래가 품고 있는 심장을 두드리는 고동소리화산의 잿빛 연기는 태초의 불안과 격렬함을 상징하며, 그 안에 담긴 바위의 고통이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십수 년간 시의 언어를 기다려온 시인의 내면적 고독이, 거친 풍화의 시간을 견뎌낸 모래의 고동소리와 긴밀하게 닮아있는 듯하다.

 

  이러한 물질적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 시인은 존재의 흔적과 근원을 가만히 응시한다. 강을 따라 흘러오며 바위는 끊임없이 모서리와 모서리를 부딪쳐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단순한 물리적 마모가 아니라, 존재가 깨어지며 겪는 생의 지독한 통증이다. 그러나 모래는 그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뜨거운 온기로 기억하고 핥아준다. 해변가 조가비와 천둥번개, 새떼, 그리고 마침내 밝아오는 아침 해와 같은 이미지들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반복되는 무너짐과 다시 서기의 숭고한 과정을 상징한다. 바위에서 시작된 존재가 모래가 되어 허무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새로운 자연의 풍경으로 변화하고 재구성되는 여정인 것이다. 결국 이 시는 소멸 속에서도 지속되는 삶의 감각을 이야기한다. 시인의 오랜 고독이 끝내 마리골드 꽃처럼 피어났듯, 모래는 단순한 입자가 아니다. 바위의 울음을 품고 살아 있는, 그리하여 마침내 눈부신 아침 해를 맞이하는 위대한 기억의 증거인 것이다. (이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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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2003조선일보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했으며 열린시학등에 평론을 쓰며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환절기의 판화,아포리아 숲,이름의 고고학,이태리 면사무소,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대명사들,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평론집 및 연구서 아달린의 방,눈물로 읽는 사서함,길 위의 문장,경계의 시학,거울과 응시,현대시와 인지시학,유목의 서사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 고산문학대상, 오늘의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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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42 _ 고성만의 「모래는 바위의 울음을 알고 있다」 - 미디어 시in

모래는 바위의 울음을 알고 있다 고성만 달구어진 모래에 귀를 대면 들린다 어디 먼 데 심장을 두드리는 고동소리 화산이 폭발하는지 피어오른 잿빛 연기 바위와 자갈들 강을 따라 흐른다 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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