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noise
이기영
몇 번씩 끝나가는 연애에도 잔인하게 밝은 달
끝내, 오지 않는 밤
시간의 귓볼을 생각하고
귓볼은 입술을 생각하고
입술은 애무를 생각하고, 생각하고
멈출 수 없는 몸의 절실한 신호를 생각하다
붉어진 뺨이라든가 끈적끈적한 소리로도 덮을 수 없는
변덕스런 거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건
뒤돌아선 당신 머리카락 하나가
달 속으로 계속 뻗어가기 때문이지
라디오를 켤 수 있는 자정은 참 편리하지
당신을 찾는 주파수가 계속되고
지지직거리는 신호음을 멈추지 않고 있으니
더 이상 깊어지지 않는 어둠
더 이상 오지 않는 잠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노래
몇 번씩 다시 시작하는 이별에도 다정하게 지는 달
밤의 허기를 생각하다 덩그러니
혼자 남은 밤의 억장을 생각하다 오지 않는
답답한 신호를 기다리고, 기다리는,
나는 여전히 불협화음 앞에 서 있는
―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천년의 시작 출판사, 2016
이기영 시인 _ 노이즈noise < 포토포엠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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