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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in> _ 포토포엠 _ 표문순 시인의 「크로키」

포토포엠

by 미디어시인 2022. 12. 26.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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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키

 

표문순

 

사발면에 해수면만큼 설움을 부었다

3분간 기다린 후 잘 저어 드시라는데

못 미쳐 꼬불꼬불한 감정들을 엿본다

 

뚜껑을 열자 밀폐 속 잠겨있던 온도가

뜨거운 기억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설익은 문장을 왈칵 쏟아내고 만다

 

젓가락을 빠져나가는 생면부지 날얼굴

고명처럼 얹혀있던 자잘한 오인誤認들이

이토록 매운 국물의 내력이 되었을까

 

물 붓는 순간 시작됐던 부답의 물음들

씹을 사이 없이 후루룩 삼키고 나니

입가에 벌건 집착이 흔적으로 남는다

 

― 『공복의 구성, 고요아침,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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