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키
표문순
사발면에 해수면만큼 설움을 부었다
3분간 기다린 후 잘 저어 드시라는데
못 미쳐 꼬불꼬불한 감정들을 엿본다
뚜껑을 열자 밀폐 속 잠겨있던 온도가
뜨거운 기억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설익은 문장을 왈칵 쏟아내고 만다
젓가락을 빠져나가는 생면부지 날얼굴
고명처럼 얹혀있던 자잘한 오인誤認들이
이토록 매운 국물의 내력이 되었을까
물 붓는 순간 시작됐던 부답의 물음들
씹을 사이 없이 후루룩 삼키고 나니
입가에 벌건 집착이 흔적으로 남는다
― 『공복의 구성』, 고요아침,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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