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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7 _ 김영주의 「가로등도 졸고 있는」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3. 2. 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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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도 졸고 있는

 

김영주

 

아파트 경비실 앞

시든 부추 한 단 놓고

 

할머니 쪼그려 앉아 일어날 줄 모르네

 

누군가 떨이해줄 손

금방이라도

올 것 같아

 

― 『오리야 날아라, 현대시학,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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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아왔던 풍경이지만 특별히 다가올 때가 있다. 필자의 아파트에도 날마다 노점이 열리는 곳이 있다. 횡단보도 맞은 편, 이웃한 아파트 높은 담에 등을 기댄 할머니 몇몇이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도 모를 푸성귀들을 눈만 뜨면 늘어놓는다. 하루 품도 되지 않을 목록들.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곁일을 몇 단 풀어놓고 온종일 손 쉴 틈 없이 웃음꽃을 피운다. 노인들의 노점은 예전처럼 없어서라기보다 시간의 소비와 관련이 깊다. 경로당의 우두커니가 되느니 푼돈이라도 벌이로 이어지는 잔 노동에 즐거움 있어 자꾸만 담 밑으로 모이게 하는 것이다.

서정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 시는 할머니의 시간에 집중되어 있다. “시든 부추에서 느껴지는 시간은 기다림이라는 맹목적인 행위의 지속을 가져오고, 이것은 늦은 시간까지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애틋한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누군가”, “금방이라도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시든 부추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떨이해줄 손이라면 아마도 만취한 중년 남자가 아닐는지. 이미 세상에 없는 제 어머니 생각에 물건의 상태 따위는 따져볼 틈도 없이 계산을 끝낼 것이다. 검은 봉지를 비틀비틀 들고 가는 나이 많은 아들의 늦은 귀갓길이 졸고 있던 가로등을 깨울 것이다.(표문순 시인)

 

 

 

표문순

2014시조시학신인상 등단,시집공복의 구성,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열린시학상,나혜석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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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7 _ 김영주의 「가로등도 졸고 있는」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7 _ 김영주의 「가로등도 졸고 있는」 - 미디어 시in

가로등도 졸고 있는 김영주 아파트 경비실 앞시든 부추 한 단 놓고 할머니 쪼그려 앉아 일어날 줄 모르네 누군가 떨이해줄 손금방이라도 올 것 같아 ― 『오리야 날아라』, 현대시학,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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