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jiha
박명숙
당신이 들여다보면 쥐구멍이 되는 곳
금쪽같은 햇살이 구둣발에 밟히면
반 뼘쯤 지상으로 난 숨구멍도 막히는 곳
— 『맹물 같고 맨밥 같은』, 고요아침,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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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라는 공간은 옥탑방, 지하방, 쪽방 등과 함께 가난을 상징적으로 가지고 있는 주거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한동안은 옥탑방이 달동네처럼 빈민들의 거주공간으로 구설되곤 하였는데, 옥상층에 부여된 경치 때문에 낭만적 이미지로 포장되어 요즘은 ‘반지하’로 그 위치가 이동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우리나라 반지하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상과 지하에 절반만 걸쳐서 사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찾아오는 것들은 보통 거세된 햇빛, 길바닥에 붙은 발목, 늦은 밤의 취객, 이끼를 뒤집어쓴 곱둥이 그리고 비오는 날의 물 폭탄 등등의 것들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반복되는 침수피해와 사망사고, 언젠가부터 ‘banjiha’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 반지하는 존재한다)
“현대 문명과 인간사회에 내재된 불합리·부조리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박명숙, 『맹물 같고 맨밥 같은』, 고요아침, 2022. p.97)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이 작품은 3장의 단시조로 표현하고 있지만 서술된 내용으로 보았을 때 더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화자에게 반지하는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집이 되지 못한다. 당신이 보게 된다면 “쥐구멍”처럼 숨고 싶은 공간이며, 지상으로 드러난 채광창은 활보하는 사람들의 발목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금쪽같은 햇살”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마저 “구둣발로 밟”혀 희망을 상실하게 된다면 “반 뼘쯤 지상으로 난 숨구멍도 막”힐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시는 ‘반지하’의 특성을 가져와 우리 사회 소외된 공간에서 발견되는 부조리한 현상들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좀 더 확장해서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포스트 펜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시대, 반지하적 삶은 반지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 수 있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청년 세대ᄋힹ 삶이 그러할 것이고, 위태롭게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중년들의 삶도 예외적일 수 없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현상도 언제 우리의 삶을 반지하로 이끌지 모른다. 이처럼 시적 대상을 확장된 시선으로 바라볼 때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세계의 깊이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표문순
2014년《시조시학》신인상 등단,시집『공복의 구성』,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열린시학상,나혜석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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