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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 시집 『내 마음 좀 알아도고』 시인동네 시인선 200호 기념으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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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3. 4. 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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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고향을 찾아

 

 

정지윤 기자

 

 

1993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종문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내 마음 좀 알아도고가 시인동네 시인선 200호 기념으로 출간되었다.

 

이종문 시인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저녁밥 찾는 소리, 봄날도 환한 봄날, 정말 꿈틀, 하지 뭐니, 묵 값은 내가 낼게, 아버지가 서 계시네, 그때 생각나서 웃네와 시선집 웃지 마라니까 글쎄, 산문집 나무의 주인을 펴냈다. 한국시조작품상, 유심작품상, 중앙시조대상,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계명대 한문교육과를 정년 퇴임하고, 가야산 농막에서 소요하며 작품을 쓰고 있다.

 

시가 일상의 생활 속에서 소비될 때, 해학의 언어는 매우 필수적인 것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종문은 유머의 급진주의”(테리 이글턴T.Eagleton)를 아는 시인이다. 이종문의 언어의 고향에선 시와 노래가 서로를 껴안고, 단순성의 미학이 존중받으며, 유머의 급진주의가 화석화된 이분법을 깨뜨린다. 이 시집은 너무 첨예하며, 너무 진지한 작금의 문학판에 신선한 경종이 될 것이다.

 

해설을 쓴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는 시가 가진 음악성원형성을 강조하며 이종문 시에 나타난 기원언어의 향취의 성향과 노래적 요소에 주목했다. “후발 언어가 아무리 노래를 죽여도 시에는 여전히 노래의 피가 흐르고 있다. 노래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처럼, 마치 집단 무의식처럼, 시 안에 살아있다. 원형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잊히거나 흐려질 뿐이다. 이종문은 시와 노래의 행복한 결혼 상태를 시조에서 찾는다. 그 가락은 단순하지만 친근하고, 잊혔지만 다시 기억나는, 한때 우리 모두의 흥얼거림이었던 노래라고 평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고 가슴 뭉클한 시집을 내는 것이 꿈인 이종문 시인. 그가 등단 30년을 맞아 펴낸 내 마음 좀 알아도고는 문학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이룬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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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 시 맛보기>

 

 

호박씨 하나 속에

 

 

이종문

 

 

참 놀라운 일이구나, 이 호박씨 하나 속에

 

새파란 떡잎 두 장 고이 엎드리고 있다

 

각질을 우지끈 깨고 두 팔을 딱, 벌리다니

 

어안이 벙벙하구나, 바로 그 떡잎 속에

 

담장을 온통 덮을 긴긴 문장 품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풀어 자서전을 쓴다는 게

 

기적이 따로 없구나, 그 문맥 젖줄 물고

 

누렇게 익은 호박 그 소복한 씨앗마다

 

새파란 떡잎 두 장이 고이 숨어 있다는 게

 

 

- 내 마음 좀 알아도고, 시인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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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오줌 소리

 

 

이종문

 

 

결혼 전 마누라가 우리 집에 인사 와서

재래식 화장실에서 오줌을 눈 적 있다

참다가, 참다가 누는 오줌 소리 시원했다

 

그 순간 내 가슴이 참 벅차게 요동쳤다

우리 둘 오줌이 섞여 들판으로 간다는 게

거룩한 우주 교감의 성사처럼 느껴졌다

 

살다가, 살다가 보면, 성질날 일도 많아

마누라가 막무가내 막 미워져 올 때마다

그날의 오줌 소리가 귀에 쏟아지곤 했다

 

 

- 내 마음 좀 알아도고, 시인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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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땅 애벌레야

 

 

이종문

 

 

어머니가 보내주신

채소들을 다듬는데

 

애벌레 한 마리가

그냥 툭, 떨어졌다

 

온몸을 둥글게 말고

시치미를 딱 뗀다

 

아무리 벌레라도

내 고향 땅 애벌렌데

 

아파트 창문 밖에

내동댕이칠 순 없고

 

벌레와 한 이불 덮고

같이 살 순 더욱 없고

 

애벌레야~ 애벌레야~

내 참말로 미안타만

 

풀밭에 놓아 주꾸마

제발 부디 죽지 말고

 

나비 돼 고향 가거라

내 고향 땅 애벌레야

 

 

- 내 마음 좀 알아도고, 시인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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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 시집 『내 마음 좀 알아도고』 시인동네 시인선 200호 기념으로 출간 - 미디어 시in

정지윤 기자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종문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내 마음 좀 알아도고』가 시인동네 시인선 200호 기념으로 출간되었다. 이종문 시인은 경북 영천에서 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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