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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 걷는 사람 시인선으로 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3. 4. 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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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시선으로 소외된 타인을 위무하는 노을빛 미학

 

 

 

김휼 기자

 

 

2013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 시작한 후 시집 눈물 이후와 합동 시집 시골시인 K을 출간한 바 있는 권상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걷는사람, 2023)을 출간했다.

 

권상진 시인은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사려 깊게 성찰하는 깊은 시안을 가진 시인이다. 그의 시를 읽는 독자는 행간에서 훼손되지 않은 숭고한 인간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가장 진절머리가 나는 것도 눈물 나게 그리운 것도 결국엔 사람이었다’, 라는 시인의 말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 어려운 관계를 특유한 이타적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따뜻하고 섬세한 그의 시선은 나를 벗어나 타자의 아픔에까지 뻗어 간다. 우리 사회 곳곳 불합리한 구조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 그늘지고 외로운 상태에 놓인 존재들. 그들의 아픔을 그들에게만 두지 않고 우리들의 아픔으로 전환하여 이끌어낸다. 나의 감정을 넘어 타인의 감정으로 발현하는 그것을 시인 만의 사랑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시집 제목의 의미도 특별하다. 일몰은 지구 반대편의 또 다른 일출이기에 노을 쪽에서 오는 사람이든 노을 쪽으로 가는 사람이든 하나의 연결고리를 갖는다. 그래서 시점과 방향은 중요하지 않다. 하루 하루 사위어 가는 우리 모두는 노을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지만 그것은 소멸이 아닌 또 다른 생성의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천사를 쓴 성윤석 시인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면서 대상과 나, 대상과 세상, 대상과 타인을 대할 때 어떤 인간의 태도가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문장으로 세상을 샅샅이 들춰 보고 그곳의 시적 인식과 사람의 태도를 찍어 올리는 데 고수인 이 시인의 시집을꼭 읽어 보라며 권했다.

아울러 정훈 문학평론가는 권상진의 작품이 사람과 말의 표면에서 어른거리는 아지랑이 같은 사태들의 문을 열고 기꺼이 바라다보고자하는 시라며, “윤리나 이념의 자장(磁場) 밖에서 이루어지는 순정한 실천생명의 가장자리에서 복판으로 뛰어들려는 장엄한 의식이라고 언술했다. 그런데 그 의식은 딱딱하거나 형식적이지 않고 부드럽고 내향적이다. 안으로 제 몸과 마음을 접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대를 향해 섬세하게 기울어지려는 방식인 셈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별의 입구

 

권상진

 

별을 향해 걷다 보면 걸어서는 끝내 별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발맘발맘 걸어서 다다른 종점 근처에 아직도 저만큼 떠 있는 별

 

보폭이 같은 사람들과 웃고 울다가 누가 걸음을 멈추면 그이를 땅에 심게 되는데 거기가 바로 별의 입구

 

일생 딱 한 번 축복처럼 열리는 작은 문

 

함께 걷던 이들이 눈망울에 비친 기억들을 문 앞에 떨궈놓고 이내 총총 흩어진다

 

그런 밤은 먼 하늘에서 배를 한 척 보내와 무덤과 별들 사이에 환하게 정박해 있다가

 

그믐이 되면 그 달 무덤까지 내려와 멈춘 걸음들을 서쪽 하늘로 데려간다

 

그리운 눈을 하고 가만히 보면 은하수까지 가득 찍힌 발자국들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걷는사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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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피어나는 유일한 방법

 

권상진

 

여자는 손목으로 울고 있었다

눈물만으로는 비워낼 수 없는

삶의 물꼬를 돌려놓고 싶을 때마다

손목에 칼을 댔다

외로움은 칼끝보다 더 고통스런 통점

남겨진 한쪽이 삶에 손 내밀수 없도록

깍지 낀 손이 기도처럼 단단했다

욕조는 붉은 잉크가 풀어내는 독백을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받아 적었다

선명해져 가는 문장 속에서

발갛게 피어나는 여자

어긋난 꽃차례를 따라가다 보면

어둠 속에 웅크려 있는 소녀를 만난다

골절된 날들에 부목을 대고

가만히 속내를 더듬어 가다 보면

손목엔 칼끝이 새긴 환생의 숫자들,

가만히 스캔해 보면

나를 잊지 말아요

 

― 『노을 쪽에서 온 사람, 걷는사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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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 걷는 사람 시인선으로 출간 - 미디어 시in

김휼 기자 2013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 시작한 후 시집 『눈물 이후』와 합동 시집 『시골시인 K』을 출간한 바 있는 권상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노을 쪽에서 온 사람』(걷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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