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중독자
이영숙
사람들은 왜 자다가 깨어
냉장고 문을 연 채로 서서 물을 마시지?
팔꿈치 관절이 굳어가는 마네킹이나
꿈을 꾸다 제소리에 놀라 깨어난 봉제 인형처럼
가령, 날아가며 똥을 날리는 새들이나
추억을 되새기는 사람의 표정으로 건초를 되새김질하는 소
콘크리트죽을 섞으면서 달리는 레미콘은
스무드하게 현재를 수행한다
접시를 씻거나 마우스를 부리는 일로
회전근개파열 따위
욱신거려 돌아눕지 못할 때
후회 없는 생이란 없지
카페인이 아니라 후회 때문에
어두운 광장을 지나 낯익은 냉장고를 찾아가는데
신호등 앞에 멈춰 서서
무료한 되새김질을 반복하던 한낮의 레미콘
훅 끼치는 건초 냄새
잡식의 새똥 냄새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에 내걸리는 현수막이 과격한 것은
물기 다 빠져 금이 쩍쩍 간 외벽의 금단현상 때문이다
콘크리트죽을 자주 쑤는 꿈속에선
계속 물이,
물이 모자라고
지퍼가 열렸다 동굴 입구였다
습하고 서늘한 기운이 환하게 끼얹어졌다
― ≪문학저널≫ 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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