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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학아카데미 제2집 (단시조집) 『모든 날들은 느닷없다』 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3. 5. 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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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기자

 

 

등단작가 중심으로 구성된 소규모 문학 창작공동체 광주문학아카데미가 회원들의 작품 성과를 한데 모아 두번째 공동 작품집 모든 날들은 느닷없다(다인숲, 2023)를 펴냈다.

 

광주에 문학적 뿌리를 둔 동인들은 시(시조), 평론, 아동문학(동시, 동화)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고성만, 김강호, 김화정, 이송희, 이토록, 임성규, 염창권, 정혜숙, 최양숙 시인의 시조 각 7편과 디카시 각 1편씩을 담았다. SNS 시대의 변화된 문학 양식에 부응하고자 그동안 진행해 온 짧은시(단시조)’ 쓰기 활동이 모든 날들은 느닷없다에 담긴 점이 이채롭다.

 

광주문학아카데미는 등단작가 중심의 모임 성격에 따라 각자의 개성과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데 관심을 두었다. 처음에 서넛이었다가 지금은 열 명 내외로 모여서 합평회를 하고, 때로는 출판 자축연을 열었다. 장르 구분 없이 모였으므로, 각자 독자의 입장으로 돌아가 안목을 가진 입장에서 서로 간에 도움을 주는 합평회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데, 모두가 배우는 데 열성적이었다. 날카롭거나 신랄한 합평보다는 서로 우애하면서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고, 발표 전에는 서로에게 선보이는 과정을 통해 점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강령이나 에콜(ecole) 같은 것을 내세운 적은 없으나, 광주문학아카데미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전방위적 미학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처음부터 작정한 것이 아니라 모이다 보니 그와 같은 방향성이나 색채감이 생긴 것일 뿐이다. 서정 갈래에서 다성성의 문제, 환상적 리얼리즘이나 신표현주의, 시조 갈래의 구술적 특성, 장르혼합 등의 선견된 지점에 대해 소망을 피력한 회원도 있었으나, 이를 전면화할 만큼 논리적 미학적 기반이 담보된 것은 아니었다. 각자의 마음속에 창작의 구심점 같은 것이 있었고, 누군가 언뜻 그러한 소망을 내비치더라도 그것은 공통의 것이 아닌 그 개인만의 것으로 존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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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집 속 단시조 맛보기>

 

누드

 

고성만

 

한조각 허울조차

송두리째 던져버렸다

 

뼈대로 남은 생

고개 숙인 중심

 

울 수도,

안 울 수도 없다

오늘은 정년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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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박힌 녹슨 말

 

김강호

 

내 귀에 잘못 박힌 나선형의 녹슨 말을

 

누군가 역회전의 드릴로 꺼내 보인다

 

, 순간 확장된 귀에 차오르는 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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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저는

 

김화정

 

예견된 가난이면

달이라도 품겠다

 

수없이 물레가 돌고

 

발아래 누운 저녁

 

내 마음 불꽃 피우며

떠오르실 그대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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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박정호

 

한 세기가 지난 뒤 누가 나를 읽을 것인가

바람의 씨앗은 구름 속에나 묻히는 것

넘겨 볼 페이지 없는 몸, 그냥 물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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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처럼

 

이송희

 

눈길이 닿자마자

새벽별이 사라졌다

 

어둠에 귀를 대고

문 닫는 소리 듣는다

 

시작이 끝이었던 밤을

기억 속에 털어 넣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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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이토록

 

말갛게 씻긴 뼈가

꺾일 듯 애처롭다

 

육탈도 끝이 나서, 마음 그늘 깊어질 때

 

이승이

여태 그립다고

꽃부터 보낸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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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임성규

 

그을음이라 써놓고

그리움으로 읽는다

 

오래된 바닥에 눌러 붙은 불의 기억

 

닦는다

속살 보일 때

붉어지는

네 낯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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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 뒤에, 그 바닥에서 사리舍利를 줍네

 

염창권

 

내 얕아진 마음의 부력을 디디고 간

기다림의 낱장까지 넘겨지던, 그 이동 거리

 

태생이 바닥인 돌들, 흉터 혹은 사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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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오는 소리

 

정혜숙

 

단문의 엽서로 이곳 안부 전합니다

 

이제 어디로 가나

 

접힌 지도 펼치는데

 

꽃들이 문 닫는 소리

 

서둘러 저녁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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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

 

최양숙

 

지나 온 모든 길에

방점을 찍을 수 없다

 

내몰리고 부서진 채

거슬러 갈 수도 없다

 

한 번은

살아 보자고

솟구치는 저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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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문학아카데미 제2집 (단시조집) 『모든 날들은 느닷없다』 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등단작가 중심으로 구성된 소규모 문학 창작공동체 〈광주문학아카데미〉가 회원들의 작품 성과를 한데 모아 두번째 공동 작품집 『모든 날들은 느닷없다』(다인숲, 2023)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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