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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11 _ 김강호의 「밑줄」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3. 6. 1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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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김강호

 

구겨진 신문을 펴자 솟구치는 전쟁 소식

포연에 묻힌 청춘들 곤두박인 진흙 뻘엔

신음이 검붉게 터져 불길처럼 번진다

 

눈뜨고 읽을 수 없는 에일듯한 내력들이

덜컹이며 내달리는 협궤열차 같아서

, 차마 읽지 못하고 먼발치만 보고 있다

 

피 젖은 들꽃들이 흐느끼는 드네프르강

실체적 진실마저 쓸려간 긴 강둑엔

길 잃은 영혼들 모여 천둥 울음 울고 있다

 

피눈물 흘러가서 흑해에 잠겨들 때

종전을 위한 기도가 줄임표로 놓이고

평화에 긋는 밑줄도 죽은 듯이 멈췄다

 

― ≪정형시학202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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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전쟁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전쟁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권력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개인 및 국가 간의 갈등이 정점에 도달하여 세력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폭력의 민낯을 드러내게 된다. 고고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미 선사시대에도 집단 학살이나 무력 충돌, 처형, 식인 등의 과격한 난행이 빈번하게 행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전쟁의 흔적을 거슬러 가다 보면 인류의 존속에서 혐오와 증오, 적대감은 인간이 개인이나 집단, 사물에 가지는 공격적인 감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의 참극은 무고한 희생자를 낳는다는 점이다. 20222월부터 현재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도 기습적인 공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협당하고 있다. 두 국가는 외교 안보, 국제질서, 동맹, 무역과 같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립을 증폭시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강호 시인의 밑줄에서는 서로를 적대하는 세력, 국가들이 서로를 악이라고 생각하면서 발산해 내는 참혹의 에너지, 그 병폐를 보여준다.

신문을 펴면 매일같이 쏟아지는 전쟁 소식”, 오늘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포연에 묻힌 청춘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목격한다. 고통과 신음과 통증은 검붉게 터져 불길처럼 번진다. 전쟁의 사악함은 눈뜨고 읽을 수 없는 에일듯한 내력을 새긴다. 죄 없는 생명들이 속절없이 스러져 가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볼 때 무력감은 더 커진다. “피 젖은 들꽃”, “진실마저 쓸려간 긴 강둑에서 길 잃은 영혼들이 모여 천둥 울음 울고있는 형상은 한없이 작고 초라해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터를 바라보며 최선의 희망을 기대해 본다. “종전을 위한 기도평화에 긋는 밑줄이 자유와 해방의 혁명이 되기를 바라며. (김보람 시인)

 

 

 

김보람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이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망작가에 선정되었다. 21세기시조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11 _ 김강호의 「밑줄」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11 _ 김강호의 「밑줄」 - 미디어 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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