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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12 _ 조성문의 「로켓 배송」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3. 6. 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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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배송

 

 

조성문

 

 

허우룩 끼니 거른 한증막 물류 창고 끝

숱한 로켓 띠에 태워 빈 우주로 발사하고

 

까대기 소금꽃이 핀다

빠를수록 쌔빠진다

 

짐짝 하나 하루 1분꼴

휙 휙 휙 날려 보낸다

얼추잡아 3만 걸음쯤, 20km 넘는 달음박질

 

탑차 위 으스름달 뜬

손갓 멀리 달래는지

 

조성문, 시작, 2017,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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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배송 혹은 새벽 배송을 약속하는 상품을 주문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정 시간 안에 주문만 하면 몇 시간 후 주문한 상품이 집 앞으로 배송되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 그러나 우리의 편리함 속에는 속도전의 최전선으로 내몰린 많은 택배기사들의 희생이 있다는 것을 과연 알고 있을까? 한 택배사가 상품의 이동 거리를 줄여 로켓 배송을 도입한 이후 다른 유통업체들도 잇따라 오늘 배송’, ‘지정일 배송등과 같은 전략으로 속도 전쟁에 뛰어들었다.

신속한 배송에 소비자는 만족스럽겠지만 배송 노동자들은 무서운 속도 전쟁에 숨이 막힌다. 한 택배사의 물류센터에서는 8개월 동안 노동자 다섯 명이 사망했고, 다른 택배사를 포함하면 열여섯 명이 과로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우리가 누리는 다양한 혜택과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폭풍 성장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노동을 강요한다. “허우룩 끼니 거른 한증막 물류 창고에서 숱한 로켓 띠에 태워 빈 우주로 발사하고나면, “까대기 소금꽃이핀다. “빠를수록 쌔빠진다는 말속에 노동자의 극한의 고통이 담겨 있다.

짐짝 하나 하루 1분꼴로 배달해야 하는 택배 노동자가 하루에 걷는 걸음은 얼추잡아 3만 보로, 20km 정도라 한다. 신속하고 정확한 택배 혜택은 그들의 노동의 대가다. 또한 열악한 물류센터에서 난 화재는 무엇을 의미할까? 불은 신속함과 빠름을 상징하는데, 물류센터에서 불이 났다는 것은 빠르고 신속한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탑차 위 어둡고 침침한 으스름달이 뜨는 상황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쌔빠지게 일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이다. (이송희)

 

 

 

 

이송희

2003조선일보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했으며 열린시학등에 평론을 쓰며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환절기의 판화,아포리아 숲,이름의 고고학,이태리 면사무소,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평론집 및 연구서 아달린의 방,눈물로 읽는 사서함,길 위의 문장,경계의 시학,거울과 응시,현대시와 인지시학,유목의 서사등이 있다.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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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12 _ 조성문의 「로켓 배송」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12 _ 조성문의 「로켓 배송」 - 미디어 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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