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소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거의 모든 기쁨』 K-포엣 시리즈 27번째로 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2. 10. 19. 23:01

본문

시에 깃들어 있는 모든 미학적 순간들

 

하종기 기자

 

2014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후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와 에세이집 『고라니라니』를 펴낸 이소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거의 모든 기쁨』을 발간했다.

시인은 여성과 환경, 생태, 언어 등에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며 세상 만물에 깃들어 있는 시적 순간들을 발견한 후 그것을 미학적 시선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시에 깃들어 있는 모든 미학적 순간을, 거기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기쁨’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이 시집은 탄생했다.

 

 

 

다음은 이소연 시인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Q: 두 번째 시집과 첫 번째 시집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나 모티브, 관통하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A: 대부분 시인이 그렇겠지만 첫 시집에 남다른 애정이 있어요. 서툴지만 서툴러서 애를 쓴 흔적들이 좋아요. 서투름 그 자체로 시가 되는 지점이 있어요. 두 번째 시집은 첫 번째 시집과 달리 유머랄까? 뭔가 좀 더 여유가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시집에서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했다면 두 번째 시집에서는 절망적인 시적 상황에 함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대화할 때도 인상을 쓰고 이야기하면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열기가 힘들잖아요. 웃으면서 얘기할 때 상대방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쟁이나 코로나19 등, 이 세계에 내재한 폭력성을 이야기할 때, 그것을 읽는 것만으로 힘들어지는 독자들을 떠올리게 돼요. 그래서 폭력적인 세계에 반응하는 즉흥적인 감각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감정에 함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비탄에 빠져 다음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첫 시집을 내고 2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하셨는데, 부지런한 시인이란 말을 들을 것 같습니다. 언제 주로 시를 쓰고, 시를 쓰지 않을 땐 무슨 일을 하나요?

A: 저는 제 소개를 “사람을 좋아하는 시인입니다.”라고 한 적이 있어요. 동네 책방에서 만난 사람들, 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서 만난 사람들과 느슨한 연대를 사랑해요. 저는 혼자 있을 때보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 시가 와요. 문장이 오고, 소재가 와요. 사람을 만나면 그만큼 세계를 향한 시선을 확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람들과 놀 때는 즐겁게 놀고 마감이 왔을 때 시를 쓰는 편입니다. 시를 쓰지 않을 땐 사람을 만나고요.

 

Q: 첫 시집 『나는 천천히 죽어갈 소녀가 필요하다』에서 수없이 상처받는 존재의 순간들을 기록하면서 아픔의 근원과 본질성을 읽어내고 발화하는 작업을 했다면, 두 번째 시집은 조금 더 차분한 심리 상태에서 존재의 이면이나 대상이 가진 결을 따뜻하게, 솔직하게, 발랄하게 읽어내고 있습니다. 아래 「빨래집게」도 그러한 시 중에 하나입니다. 이 시를 창작하게 된 배경이나 동기 그리고 독자에게 선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보통 젖어 있잖아요

우리가 만지던 생각들은

실패한 휴지로 쓰레기통이 넘칠 때

난 왜 그게 욕조 같죠?

내가 사는 동네는

걸핏하면 대야에 담가져 있고

그래도 숨이 멎지 않는 것들을 너무 많이 봐왔어요

누구도 쉽게 죽지 못합니다

젖은 빨래처럼 세상 밖으로 꺼내진 나도

그냥 덮어둘 수는 없어서 페이지를 넘기며 살아갑니다

가끔 귀여운 것들을 안으며 꾸역꾸역

작고 알록달록한 양말들을 집게로 집으며

버리고 갈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해요

쓰레기통 앞에서 고꾸라지며 들어요

주워, 네 거잖아

그러면 한 번쯤은 뒤집어 말리고 싶은 것들이 생겨요

탁탁 턴 질투의 어깻죽지를 집어 넌다든가

지체되는 밤을 소매부터 뒤집어 본다든가

밤을 널었더니 새벽 첫차를 기다리고 있다든가

걱정 말아요

방학동에서 시를 쓰는 사람은 아마 지겹도록 살 거예요

― 「빨래집게」 전문, 『거의 모든 기쁨』, 아시아, 2022.

 

A: 동인 활동 가운데 쓰게 된 시입니다. 아르코에서 매년 공모하는 작가스테이지에 켬 동인도 <쓰레기 낭독회>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때쯤엔 저희 동인이 공동창작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어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력이 되는 일이나 서로 연결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빨래집게는 당시 동인 모두가 “주워, 네 거잖아”라는 문장을 공유하는 시를 쓰기로 했어요. 같은 문장이 서로의 시에서 전혀 다른 뉘앙스를 가지는 점이 놀라웠어요. 심지어 같은 문장을 쓴 게 맞나 싶어질 정도로 각자의 시 속에 녹아들어 있는 거예요. 어쨌든 함께 어떤 시도를 했을 뿐인데 마음에 드는 시가 남게 되어서 동인 활동을 좋아해요. 우울하고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쓴 시가 빨래집게예요. 그때 제게 삶을 연속하게 하는 힘을 준 건 사실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니었거든요. 내 아이가 신고 벗어 놓은 작고 앙증맞은 양말을 집게로 집는 일이나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를 탁탁 털어 너는 일 덕분에 그 시기를 잘 지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런 작은 일상이 주는 힘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어요.

 

Q: 이병일 시인과 함께 부부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부부 시인이라서 좋은 점은 무엇이고, 불편하거나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A: 창작할 때 정말 뜻밖의 수많은 질문 앞에 서게 되는데 그걸 이해시키지 않아도 같이 알고 있다는 것이 좋아요.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될까?”하고 물어보면 남편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주는 위안이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책상에 앉아있으면 ‘시를 쓰는구나’ 생각하는 아침이 좋아요. 그런데 둘 다 집중하는 상태에서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챙기는 게 쉽지 않아요. 아이가 엄마나 아빠를 부르는데 둘 다 다른 세계에 가 있을 때가 많고, 그럴 땐 둘 다 시인인 것이 조금 불만일 때도 있어요. 그래도 시는 짧잖아요. 금방 일상의 즐거움을 찾으니 큰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부부가 둘 다 프리랜서이다 보니 경제적 안정이 힘들다는 게 단점이 아닐까 해요.

 

Q: 창작 동인 <켬>으로 활동 중인데, 동인 소개를 짧게 해주시고, 그들과의 공유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고, 그것이 창작 활동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말씀해주세요.

A: 창작 동인 켬은 이소연, 주민현, 이서하, 전영규 이렇게 세 명의 시인과 한 명의 평론가로 구성된 동인이에요. 2017년부터 매해 낭독회를 꾸리며 페미니즘, 문화예술, 환경문제, 기후 위기 등의 사회적 주제에 대하여 나름의 방식으로 명랑하게 돌파하는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처음부터 좋을 줄은 알았지만, 같이 활동을 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응원이 될 줄은 몰랐거든요. 실질적으로 작품의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는 수준으로 영향을 받기도 해요. 동인 활동을 거창하게 시작한 건 아닌데 함께 하는 일이 하나씩 하나씩 쌓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일이 늘어가는 게 신기해요. 각자 개인적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일에 앞서서는 흔쾌히 모여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려고 합니다.

 

Q: 두 번째 시집 발간 이후 바쁘게 활동을 하고 계실 텐데, 시집과 관련되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그리고 앞으로 창작할 작품들은 세 번째 시집에 수록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떤 방향성을 띠고 있나요?

A:요즘은 팟캐스트 <도심시> 진행과 도서관 상주 작가 일로 좀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시집과 관련되어서는 낭독회도 너무 지치지 않는 선에서 성실하게 할 예정이에요. 신간 시집이 출간되어서 그런지 반가운 원고청탁이 많이 들어왔어요. 프로젝트 제안도 많이 받아서 세 번째 시집이 더 기대됩니다. 여러 활동 속에서 쓰게 된 시들이 묶여 세 번째 시집이 될 텐데, 지금 자유롭게 열려 있는 상태잖아요. 시가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겠지만 기대가 돼요.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소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거의 모든 기쁨』 K-포엣 시리즈 27번째로 발간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미디어 시in webmaster@msiin.co.kr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