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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들강 시인 홍관희의 세 번째 시집 『사랑 1그램』(걷는 사람, 2022)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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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2. 10. 1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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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비추는 달빛처럼 웅숭깊은 시편들

하종기 기자

 

 

생에 대한 근원적 고찰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유를 개진해 온 홍관희 시인의 『사랑 1그램』이 걷는사람 시인선 66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홍관희 시인은 1982년 《한국시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녹색 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는 핵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를 펴냈으며, 두 권(『그대 가슴 부르고 싶다』『홀로 무엇을 하리』)의 시집을 출간했다. 세 번째 시집 『사랑 1그램』은 한층 농익은 시선으로 자연에 깃든 삶의 무늬를 섬세하고 온기 어린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시집의 주된 배경은 산과 강(남평 드들강변)이다. 삶과 자연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문장들은 자연을 고스란히 닮아 있다. 시인은 “서정적인 가족”과 함께 강가를 거닐었던 그곳에서 “그날따라 유난히 슬프도록 동그랗던 그 달”을 보면서 오래전의 “초록초록한 소년”을 떠올린다. 그러곤 “길 잃은 달의 손을 서둘러 잡아 주었던 착한 섬진강”을 보고 시인은 이내 깨닫는다. “이십여 년이란 세월이 지나도록” 그 소년은 “그날의 그 둥근 달과 섬진강을 날마다/집으로 데리고 오고”(「저 달을 집으로 데리고 가 주세요」) 있다는 것을. 사람(가족)과 자연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영상처럼 펼쳐내는 시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거대한 수압에 눌린 해저 울음들” 같은 정서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시인은 그 울음들에 결코 짓눌리지 않는다. 그는 “물기에 젖지 않는 것이 없는 세상과/하나가 되”(「흔들리는 섬」)어 기어이 ‘섬’ 같은 생애를 떠받치고 살아가고자 한다.

시인이 담담한 어조로 그리움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은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상실을 회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찍이 상실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 별이 뜨는 이유를 알아차리게 해 주는” 일이고, “일생 동안의 길들이/어느 순간 한꺼번에 몸 밖으로 나가/영원으로 닿는 길 하나를 내는 것”(「마지막 이사」) 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숙명을 받아들인 사람처럼 보인다. 숙명을 받아들인 사람은 평범한 자연을 비범한 생의 풍경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시를 읽다 보면 우리도 생의 소멸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인의 태도에 동조하게 된다. “그저 아무런 단서를 달지 않고 강물을 박차고 오른 날갯짓 하나만으로” 그의 ‘사는 법’에 경의를 느끼게 된달까. 물론 “스스로 어두워져야 비로소 바깥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조성국 발문, 「영혼이 흘리는 울림 깊은 눈물의 은유」) 되는 삶의 이치는 한순간에 깨달아지는 것이 아니다. 모진 고문 끝에 살아 돌아오신 젊은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뼛속까지 눈물뿐인 깊은 상처”(「송정리 1」)를 안고서도 사는 내내 ‘사랑 1그램’을 발굴해내고, 그것을 시로 써내고, 아침저녁으로 그 시를 강물 위에 흘려보낸 성실한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성취일 것이다.

무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시인의 아들이기도 한 홍승안 배우는 추천사를 통해 “시인은 한순간도 시와 사랑을 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면서 시인이 가지고 있는 문학에 대한 진정 어린 태도를 회고한다.

“무거운 산”을 이고 지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홍관희의 이번 시집은 드들강 강물 한 모금처럼 달고 시원하게 읽힐 것이다.

홍관희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1982년《한국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그대 가슴 부르고 싶다』 『홀로 무엇을 하리』을 발간했다. 현재 나주 남평 드들강변에서 카페 ‘강물 위에 쓴 시’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나를 놓아주자

  내가 길이 아님에도 기꺼이 나를 통과해 주던 것들이

  발걸음마다 쉼표로 따라붙었다

 

  발걸음마다 따라붙던

  쉼표 몇 개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남겨 두었다

 -청산도에 두고 온 쉼표 부분

 

 

하늘을 걷고 있는 저 달이 우리를 계속 따라오는데

길을 잃었나 봐요

저 달을 집으로 데리고 가 주세요

 

그 말을 엿들었는지 나보다 먼저

섬진강이 서둘러 달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슬프도록 동그랗던 그 달도

길 잃은 달의 손을 서둘러 잡아 주었던 착한 섬진강도

이십여 년이 지나도록 우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저 달을 집으로 데리고 가 주세요 부분

 

드들강 시인 홍관희의 세 번째 시집 『사랑 1그램』(걷는 사람, 2022) 출간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드들강 시인 홍관희의 세 번째 시집 『사랑 1그램』(걷는 사람, 2022) 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생에 대한 근원적 고찰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유를 개진해 온 홍관희 시인의 『사랑 1그램』이 걷는사람 시인선 66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홍관희 시인은 1982년 《한국시학》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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