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승일 시인의 두 번째 목소리(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 시인의 일요일 출판사에서 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2. 10. 19. 23:15

본문

불편하지만 눈 감을 수 없는 폭력의 세계

 

하종기 기자

 

첫 시집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승일 시인이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를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그는 어느새 시를 통해 학교 폭력 근절에 앞장서는 실천주의 시인이 되었다. 이번 시집 역시 구조화되고 내면화된 우리 사회 폭력의 심층을 예리하게 파헤치고 폭로하면서 사과와 화해를 요구한다.

군대와 학교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가해지는 경악스런 폭력과 이로 인해 파괴된 한 개인의 내면을 시로 형상화해내고 있다. 폭력의 국면에서 고통과 공포, 수치와 좌절의 얼룩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감옥과 군대, 학교와 병원의 시스템을 규율 권력으로 설명하면서, 세상은 이미 거대한 감옥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시스템에 의해 작동하는 현대의 권력은 눈에 안 띄게 조용하고도 집요하게 시민들을 옥죄어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방법을 펼친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신의 힘을 교묘하고 정교하게 펼치는 근대의 폭력에 대해 김승일 시인은 당당하게 맞선다.

그는 학교폭력 예방·근절 운동가이다. 시를 쓰기도 하지만 시 쓰기의 바깥에서 직접 학생들을 학교 폭력에 대한 저항 의식을 고취시키고, 학교 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의 고통을 공동체적 공감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실천주의자이다.

김승일 시인은 이번 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에서 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따돌림과 괴롭힘 뿐만 아니라 대학원에서 갑을 관계, 군대에서의 가혹행위와 성폭력 등 다양하고 구조적인 사회 문제에 대해 온몸으로 저항한다. 학교와 군대의 구조적 폭력을 살피면서 그것들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예리하게 살피는 한편 폭력의 피해와 기억을 벗어날 수 있도록,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두려움을 이겨내도록 응원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의 동네서점을 다니면서 독자와 함께 시를 창작하고 낭독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직접적 만남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시집 해설을 맡은 이병철 평론가는 이 시집을 문제작으로 규정한다. 그는 피가 낭자한 상처 앞에서 우리는 폭력의 민낯을 본다. 폭력의 형태가, 폭력의 방식이, 폭력이 표정이 이토록 다양함에 새삼 놀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집을 읽는 독자들 역시 김승일 시인이 내놓은 이 폭력의 진실 앞에서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연민과 동정, 분노와 죄책감, 정의감 공범 의식 등으로 복잡해질 것이다. 이것은 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가 어떤 과도한 주제 의식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고통과 상처에 대한 감각에 의해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감정의 출렁임으로 이뤄지는 정서의 파장이, 고스란한 감각의 이미지로 그려져 있다.

우리가 김승일의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교묘하게 폭력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고, 그러한 폭력을 시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발화한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60년대~80년대 사이엔 참여시, 노동시, 민중시 등의 형태로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시의 다양성 측면에서 한국 시단에 하나의 맥락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떠나고 싶다고 말하고 떠나지 못하는 폭력에 대해 우리는 할 말이 없다

 

김승일

 

이 차갑고 어두운 우주에서 자기 자신을 손톱만큼도 생각 안 할 때

우리는 따뜻해질까

숨을 헐떡이며 깨어날까

절망으로부터 추스르지 못한 뜨거운 자세와

희망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오늘의 작디작은 구체를

나는 해명할 방법이 없다

이미 수많은 이별과 폭풍을 강제로 실험당한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일들이 그렇게 힘이 들었냐고 되물을 수 있을까

우리는 폭풍 앞에 서서 우리와 똑같이 두 팔을 허우적거리는 그가 신비롭고

안타깝다

그는 이별과 폭풍의 실험실 안에서 인체일 뿐

얼마간 사람인가

심폐소생술을 일부러 멈춘 우리들에 대하여

그는 어떤 형벌을 준비할 것인가 사랑을 갈라 버린

그가 맞은 따귀는 얼마만큼 억울한 폭력인가

페이지를 넘기기 싫어, 그의 책을 불태워 버렸다

- 「떠나고 싶다고 말하고 떠나지 못하는 폭력에 대해 우리는 할 말이 없다」 부분,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 시인의 일요일, 2022.

 

-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김승일 시인의 두 번째 목소리(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 시인의 일요일 출판사에서 발간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김승일 시인의 두 번째 목소리(시집)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 시인의 일요일 출판사에서 발

하종기 기자 첫 시집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승일 시인이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를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했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그는 어느새 시를 통해 학교 폭력 근절에

www.msiin.co.kr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