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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지은 시집의 첫 시집 『페이퍼돌』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2. 10. 1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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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 질문과 무수한 세계들

 

하종기 기자

 

2015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2020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지원사업에 선정된 바 있는 김지은 시인이 첫 시집 『페이퍼돌』(파란, 2022)을 발간했다. 이 시집 속에는 생명력을 가진 질문들이 다양하게 자리한다. 그것은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질문을 위한 질문’처럼 화자의 심리 상태나 존재 양태, 감추어진 세계 등을 암시하는 코드이다. 그로 인해 드러난 무수한 세계는 김지은 시인이 이 시대 독자들에게 던지는 또 다른 질문으로 변주된다.

추천사를 쓴 이혜미 시인은 그런 김지은의 시적 방향성을 “우리가 헤쳐 나가야 했던 가시덤불”로 인식했고, “온갖 덫과 방해를 넘어” 당도한 시의 세계를 “녹지 않는 자두맛 캔디를 입안에서 굴리며 책 속을 걷다 보면” 만나는 “다정한 슬픔” 혹은 “기꺼이 품을 내주는 문장”, “사랑했던 자리에서 무성한 마음들이 범람하는 지금”이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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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시인에게 〈미디어 시in〉에서 몇가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등단 7년 만에 첫 시집 『페이퍼돌』을 발간하셨는데 첫 시집을 발간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A: 정말 신이 나면서도 이제 하나의 장을 마무리하는 새로운 출발이라는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핫핑크색의 표지는 파란 출판사 대표님께서 추천해주셔서 선택하게 됐어요. 저는 처음에는 좀 더 어둡고 짙은 색, 팥색이나 짙은 푸른색의 표지를 고려했었는데 채상우 대표님께서 다양한 요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셨거든요. 막상 책이 출간되고 보니 핫핑크 색의 표지가 정말 예쁘더라구요.. 그래서 블랙 핑크의 핑크 베놈을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음악으로 설정해 뒀는데 조금 과장된 행동인가 걱정을 하면서도 핑크색과 연관된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등단을 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2학년 시절부터 전업작가를 희망하며 시 창작에 몰두했는데 실제로 등단은 2015년에 하게 되어 거의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거든요. 그런데 등단 이후에 개인적으로 정말 다양한 일들을 겪으며 시간이 이렇게 금세 지나갈 거라고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어느새 돌아보니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어 새삼스럽게 놀라움을 느낍니다. 이렇게나 빠른 시간이 무섭기도 합니다.

Q: 첫 시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지향점은 어디인가요?

A: 시집을 7년 만에 묶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처음 시를 쓸 때의 지향점과 최근에 주목하게 된 문제의식이 조금씩 변화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세계를 마주한 시적 주체의 정서에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런 감정도 있을 수 있네, 정도의 발견이 되었으면 합니다.

시를 쓸 때 저는 잃어버린 것들과 잃어갈 것들, 또 향하는 마음과 향하던 도중 분실 되는 마음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시인의 말에 이러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제가 속하거나 속해 있던 관계 및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에 대한 염려가 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그곳에 없더라도(당신과 나의 관계가 종료 되었더라도) 그곳이 잘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시집을 준비하면서 만난 힘들었던 점이나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들은 없었나요?

A: 시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한 작업이었어서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던 것 같아요. 저는 그저 50편 정도의 시가 모이면 출판사에 투고하고 책으로 나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 시들을 출간 직전의 형태에 가깝게 편집해서 투고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혹시 시집 원고 투고를 앞두고 있는 분들 중 저처럼 모르셨던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를 가장 응원해주셨고 저의 책을 기다려주셨던 친할머니께서 2년 전에 작고하셨는데 만약에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란 생각이 들어서 슬펐습니다. 시를 쓸 때 큰 위안과 응원이 되었던 반려묘도 15년의 삶을 마치고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너의 반려자가 늘 우울하고 슬픈 사람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아쉽습니다. 좀 더 재빠른 사람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저는 시를 쓰는데 오래 걸리는 편이더라구요. 앞으로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Q: 표제작을 「페이퍼돌」로 한 이유는 무엇이고, 작품이 갖는 매력은(본인이 생각하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실제로 발음될 때의 어감에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페이퍼돌, 이라는 어감이 우선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 시의 매력은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문장과 과격한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유년기에 어머니께서 비디오 가게를 꽤 오래 운영하셨는데 그 덕에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습니다. 또 영화를 정말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만화책을 정말 정말 좋아하는데, 왜 이렇게 영화와 만화책에 집착하는 것일지 곰곰 분석해보았더니 저는 시각적 이미지와 서사에 열광하는 사람이더라구요. 이런 취향이 시로 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Q: 전업 작가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시를 쓰는 일 말고 본인이 하고 있은 또 다른 일은 무엇인가요?

A: 저는 현재 대학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한곳은 경기도 이천에 한곳은 대전에 자리한 학교라서 일주일 내내 전국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Q: 향후 활동 계획이나 다음 시집에 대한 방향 설정은 없나요?

A: 저는 B급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진짜 많은 편이라 해 보고 싶은 일은 우선 해봐야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20대에 피어싱 가게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피어서로 살았고,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클럽 DJ로 활동했었어요(박치라는 점이 정말 치명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때의 경험들을 소재로 한 시를 쓰고 있습니다. 더 시간이 지나면 못 쓸 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요.. 생각처럼 잘 써지지는 않지만 최대한 재미있고 흥미로운 시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퍼즐

 

김지은

 

처음을 영원히 기억하는 병을 줄게

 

나의 조각을 주우며 당신은 말했다

 

사 차선이 두 개면 많이 위험할까요

횡단을 기다리며 느리게 감기는 눈

 

그림자의 흔들림에 혈관은 좁아 들고

비가 오기 전의 냄새가 났다

 

나는 먼지를 읽을 수 있고

너의 굴곡과 닮은 나의 손금 위에서

 

잃어버린다

언젠가 완성되거나 흩어져 버릴

 

알약을 씹으면 경쾌한 소리가 나지만

머릿속은 무겁습니다

 

아무도 진단하지 못했던 너와 나의 상태에

유일한 진실은

서로가 서로의 증상이었다는 것

그럼에도

 

어디가 불편하냐고 물으신다면

 

처음이, 계속 오고 있다고

― 『페이퍼돌파란,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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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김지은 시집의 첫 시집 『페이퍼돌』발간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2015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하고 2020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지원사업에 선정된 바 있는 김지은 시인이 첫 시집 『페이퍼돌』(파란, 2022)을 발간했다. 이 시집 속에는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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