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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시인의 〈감동과 감탄〉 9 _ 김남조의 「심장이 아프다」

포엠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3. 10. 1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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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아프다

 

김남조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

한참 후일에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들었다

 

심장이 말한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

심장은

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

그러나 심연의 연주여서

고요해야만 들린다고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

바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

김남조, 심장이 아프다, 문학수첩,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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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시인의 시집 심장이 아프다 삶에 대한 시인의 농익은 진맥으로 가득 차 있다..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혈을 짚어내듯 정확히 인간의 외연과 내면을 읽어낸다. 불완전 상태이거나 상호보완적 존재인 인간에게는 치유와 대리 구원이 필요하다. 김남조의 시는 그런 역할을 한다. 타 대상에 대한 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시에서도 구원과 치유의 방식이 나오는데, 관념적인 구원이나 치유가 아니라 실체적인 구원이나 치유다. 그래서 독자들과 함께 하는 공유지점이 넓다. 근본적인 고통과 아픔, 죽음, 불안 등은 누구에게나 공유 가능한 요소들이다. 그런 요소들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과 진단이 시인에게 끊임없는 탐구의식을 낳게 했고, 그 탐구의식이 빼어난 시적 언어를 만나 김남조만의 시 세계를 탄생시켰다. 시인은 특히 종교적 메시지가 가미된 인간 본연의 구원과 치유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종교는 특별한 영적 경험이다. 그런 특별한 경험을 시적으로 표출하려 들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재미가 없어진다. 그것을 시인은 실생활 속의 구체적인 시적 정황과 결부시켜 빼어나게 표출했다.

 

위의 시 심장이 아프다는 김남조 시인이 86세라는 물리적 나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잃지 않고 정열적인 시 쓰기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에 해당하는 시다. 시인은 어느 날 심장이 아프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이 희미하게 들린다. 한참 후일에 또 심장이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말한다. 그때는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시인은 심장의 아픔을 알아본다. 심장의 아픔은 곧 의 내면적 아픔이다. 그런데 그런 아픔을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하다가 고요의 성숙이 있은 후에야 알아본다. 고요는 깊게 조용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므로 아픔은 육체적 아픔보다 정신적 아픔에 가깝다. 그 아픔이 절정의 상태에서는 파고가 일고 갈등이 증폭된다. 그러다 그 과정이 모두 지나면 아픔이 성숙되어 고요해진다. 그때 심장의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진정한 아픔은 고요함 속에서만 들리는 것이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을 가진 것도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음악이기에 고요 속에서만 들을 수 있다. 그런 고요 속에서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 바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하는 심장의 말이 들린 것이다. 이것은 자기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자기 구원은 어설픈 심장의 소리만 듣고는 할 수 없다. 깊은 고요 속에서 들리는 심장의 진짜 소리에 귀 기울이고 생활 속에 그것을 실천할 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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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2008시인 세계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서민생존헌장, 1초 동안의 긴 고백이 있고, 연구서 정진규 산문시 연구와 시 창작 안내서 시클과 창작 제안서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이것만 알면 당신도 현대 시조를 쓸 수 있다가 있음. 청마문학상 신인상(2011), 송수권시문학상 우수상(2015), 한국해양문학상 대상(2016),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2020) 수상.

 

 

하린 시인의 〈감동과 감탄〉 9 _ 김남조의 「심장이 아프다」 < 포엠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하린 시인의 〈감동과 감탄〉 9 _ 김남조의 「심장이 아프다」 - 미디어 시in

심장이 아프다 김남조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한참 후일에“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심장이 말할 때고요가 성숙되었기에이를 알아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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