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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데뷔한 한승태 시인, 『고독한 자의 공동체』(걷는사람, 2023)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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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4. 1. 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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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실패하려는 단단하고도 굳센 마음을 가진 단독자들의 세계

 

 

 

하린 기자

 

2002현대문학신인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한승태 시인의 시집 고독한 자의 공동체가 걷는사람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집 바람분교』 『사소한 구원과 산문집 #아니마시와 애니메이션의 미메시스를 집필하며 왕성한 활동을 선보여 온 한승태 시인이 독자들을 새로운 시집 속으로 초대했다.

 

우리는 왜 고독할 수밖에 없는가. 시인은 이 질문에 골몰하며 가만히 시의 정황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진솔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하는 시인을 따라 발을 옮기다 보면, 과열된 공동체의 일부로 존재하는 화자들이 보인다. 이들은 내 맘대로 되는 거 하나 없는”(출근길) 세계에서 저마다의 자리를 책임감 있게 지켜내며 연봉과 서열에 따라”(다만 다리 밑을 흘러왔다) 구분되는 삶을, “허기진 영혼마저”(신석기 뒤뜰) 빼앗기는 기분이 드는 현실을 묵묵히 감내하는 존재들이다.

 

오직 한 번의 쓰임을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 컵에 적힌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당신이라는 안부)라는 빤하고도 씁쓸한 안부를 맛보는 사람들, “건너편 옥상에자신과 같이 의자들”(꿈틀거리는 어둠)이 나란히 놓고 쌉싸름한 기분을 맛보는 사람들. 시인은 그들이 가진 거대하고도 일상적인 고독을 들춰내며 자본주의 사회의 면면을 투시한다.

 

시인의 통찰이 비단 거대한 공동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한승태의 시 세계에선 모양도 크기도 다른 여러 가지 형태의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들이 서로의 삶을 살피고 이해하기 위해 힘쓴다. “사는 소리”(다행이다)를 만들어내며 적막한 삶에 온기를 보태 주는 애틋한 이들, “모르는 이의 수고가 없다면 하루도 살기 힘든”(전문가라는 직업) 현실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수고에 감사할 줄 아는 태도를 지니는 마음들을 시인은 섬세하게 보듬는다.

 

그러니 삶을 공유하는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과 믿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낡지 않고 함께 살아가겠다는 다짐은 생이 꿈틀거리는 감각을 묘파하는 것으로 이어지며,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단독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위로 삼아 더 멀리 발을 떼어 보는 풍경은 그래서 더욱 눈부시다.

 

해설을 쓴 박다솜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이 공동체를 와해시키고 인간을 자연과 멀어지게 만든 산업화를 비판하는 지점에 주목하며 한승태의 시적 화자는 속절없는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상실된 것들을 애도하는 한편,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일의 어려움을 노래하고 있다고 밝힌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삶은 결국 실패란 것을, 따라서 나 역시 실패할 것을 알지만 최선을 다해서그것을 하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할 수밖에 없음을, “그늘까지 녹으려면 꽤 지나야겠지만 오는 봄을 막지(차례)는 못함을 고독한 자의 공동체는 짚어낸다.

 

이 책은 고독할 수밖에 없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최선을 다해 실패하려는 단단하고도 굳센 마음을 가진 단독자들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고독과 당당하게 맞서거나 고독을 아예 껴안고 몸부림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의미 있는 책으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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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 시 맛보기>

 

남은 햇살을 쥐고

 

한승태

 

죽은 자의 결계를 뚫어야만 보이는 당신

중환자실 병상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발

햇살의 세계로 어떻게 돌려놓을 것인가

 

만나면 무릎이 자주 꺾이고 헛발질을 해서

강 건너 숲을 지나는 솔바람 소리 따라

어차피 가야하는 곳 먼저 가는 거라 했는데

 

서로 뭔가 들킨 듯하여* 눈을 맞췄는데

그때 당신을 모른 척 지났어야 했어! 그냥

매일 스치기는 하지만 마음이 남지 않게

 

잊지 못하는 것은 오래 앓아 온 햇살 같고

가야 할 길은 절반이나 남았는데 스러진 바람

저쪽에서 건너와 당신 바닥까지 내려가는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대사 중에서

— 『고독한 자의 공동체, 걷는사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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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한승태

 

이미 나는 죽었던 거야 너에게서

뼈는 사라지고 먼지마저 사라졌지만

나의 귓속말은 남아 밀어로 떠돌고 있어

사랑은 어떡해서든 너에게 달려가서

몸을 만들고 온기를 만들어 걸음을 돌이키지

지금 여기에, 빛나는 너의 이름은

방금 불꽃이 스러진 나는, 나의 이름은

천년 전 은하 건너편 별빛이 지금 오듯

마지막 폭발 직후의 빛속에는

나의 말은 아직 따스해서 속삭여

사랑 한다고 서로 뭉쳐 있던 마음도

너와 내가 은하 저편에서 서로

더듬다 비벼 안았던 몸도 안녕

떠돌다 뭉치거나 뭉쳤다 흩어진 나는

연어나 장어가 되어 처음으로 돌아가지

빚과 어둠이 만드는 파도 너울따라

태어나기도 전 뭔가를 냄새 맡고

꼬리를 움직이고 빛을 흔들어 가지

— 『고독한 자의 공동체, 걷는사람,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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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거리는 어둠

 

한승태

 

왜 나는 대낮 꽉 찬 햇살 아래서만

비둘기 울음 같은 내 속의 징징거림을

비현실적인 맑음으로 소비하나 왜

버려진 의자같이 한쪽으로 기우나?

건너편 옥상에도 나 같은 의자들 삭아서

오그라드는 물 때는 들고 일어났다 한때

거기 빗물의 화면에 감힌 내가 깜빡였다

무엇이든 열심인 모니터의 커서처럼

밤 오지 않는 사무실엔 앉아 있지 못하고

하루에 몇 번씩 옥상을 오르내리는 만년

끝어 안을 고통도 없이 담배 연기에 흩어지고

출구 없는 사옥은 햇살에 포위되어

시침 분침이 돌고 있는 고층의 그림자

꽉 차서 오히려 텅 빈 사무事務를 채우고

이렇게 비현실직인 하루를 소비해도 되나?

건너편 옥상에도 나와 같은 의자들

— 『고독한 자의 공동체, 걷는사람, 2023.

 

2002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데뷔한 한승태 시인, 『고독한 자의 공동체』(걷는사람, 2023) 출간.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2002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데뷔한 한승태 시인, 『고독한 자의 공동체』(걷는사람, 2023)

신간 소식 하종기 기자 2002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한승태 시인의 시집 『고독한 자의 공동체』가 걷는사람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집 『바람분교』 『사소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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