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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시인의 두 번째 시조집 『제라하게』 작가기획시선으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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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4. 1. 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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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존재자들을 옹호하는 귀한 마음

 

 

 

정지윤 기자

 

1회 정음시조문학상, 2021년 중앙시조신인상을 수상한 김양희 시인의 두 번째 시조집 제라하게가 도서출판 작가기획시집으로 출간되었다. 김양희 시인은 제주 한림에서 태어나 경기대 예술대학원 독서지도학과를 졸업했다. 2016시조시학등단과 2018푸른 동시놀이터동시조 추천완료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20년 첫 시조집 넌 무작정 온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되었으며, 이번에 펴내는 두 번째 시조집 제라하게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간지원) 에 선정되어 출간하였다.

 

유성호(한양대학교 인문대학장) 문학평론가는 김양희 시조에는 부족방언으로서의 제주어가 지금-여기를 역설적으로 밝혀주면서 시인 김양희의 발생론과 궁극적 존재론을 함께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그녀의 시조는, 언어가 가지는 비표준화의 창조력과 함께, 제주어의 현재형을 앞으로도 선명하게 알려줄 것이다. 그 점에서 그녀의 시조는 사라져가는 존재자들을 옹호하는 귀한 마음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평한다.

 

신상조 문학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김양희의 시를 구부러짐의 시학으로 해석한다. “‘구부러짐은 양가적(兩價的)이다. ‘구부러진 터널의 입구 쪽에 서 있는 사람은 터널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힘겹게 길을 걸어온 사람의 눈에 환한 빛으로 가득한 출구(‘’)보이고, “그는 구부러진 터널의 모퉁이를 돌아 이제 막,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이라고 평한다. 그리고 이는 김양희의 시를 예감케 하는 증거가 아닐까? 라고, 질문한다.

 

독자들이여, “느리고 가장 긴 노래를 통해 햇살이 밀어 올려 다시 내는 구불길을 펼쳐가는 김양희 시인의 힘찬 존재론적 도약이 보이는가. “물질은 바다보다 깊은 숨이라는 그녀의 시조에는 정말 새 숨이 솟구쳐 올라 고비를 벗은 비경이 넘쳐나고 있다. “대자연을 켜는 빛을 충일하게 선사하고 있는 김양희 시조의 구부러짐의 행간 속으로 아름다운 시조여행을 떠나보자.

 

 

<시집 속 시 맛보기>

 

세렝게티

 

김양희

 

새끼 잃은 누 떼가 느린 바람으로 간다

 

이따금 응시하는 젖은 눈망울 언뜻

 

부시다

휜 보복 너머

대자연을 켜는 빛

― 『제라하게, 작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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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하게

 

 

김양희

 

 

어머니 오늘도 책 하영 읽었수광

 

오게 우리 딸 시집도 읽고 성경책도 읽었쪄 니네 키우멍 덮어놨던 책 보젠허난 눈도 아프곡 머리도 지끈거리곡 오죽 곱곱헌 말이가 경허여도 읽엄시난 재미정 소리내멍 읽엄쪄 소리내영 읽다보민 나 말고 꼭 누게 이신 거 닮아 당신 목소리에 당신이 기대어 사시는구나, 책 읽으멍 하영 배왐쪄게 남헌티 더 잘 허여사켜 엉턱도 부리지 말곡 이 나이에 무신 부릴 엉턱이나 이시냐마는

 

책 보멍 제라하게 좋은 건 시간이 어떵 감신지 몰람쪄
― 『제라하게, 작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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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뿔 

 

김양희

 

까만 염소에 대한 새까만 고집이었다

힘깨나 자랑하던 뿔에 대한 나의 예의

어머니 구슬림에도 끝내 먹지 않았다

 

염소의 부재는 식구들의 피와 살

살 익은 비린내에 입 코를 틀어막았다

엊그제 뿔의 감촉이 손바닥에 남아서

 

그 겨울 식구들은 감기에 눕지 않았다

고집을 부리던 나도 눈밭을 쏘다녔다

염소의 빈 줄만 누워 굵은 눈발에 채였다

― 『제라하게, 작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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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시인의 두 번째 시조집 『제라하게』 작가기획시선으로 발간 - 미디어 시in

정지윤 기자 제1회 정음시조문학상, 2021년 중앙시조신인상을 수상한 김양희 시인의 두 번째 시조집 『제라하게』가 도서출판 작가기획시집으로 출간되었다. 김양희 시인은 제주 한림에서 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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