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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장 시인의 첫 번째 시조집 『느루』 열린시학 정형시집으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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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4. 1. 2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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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언어와 팽팽한 시조 리듬, 현실의 바깥과 안쪽을 두루 살피는 시조집

 

 

 

정지윤 기자

 

수의사이자 시인인 김현장의 첫 번째 시조집이 출간되었다. 김현장 시인은 전남 강진 출생으로 전남대 수의과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시조창작전공)을 졸업했다. 2022년 중앙일보 신춘시조상 당선. 12회 목포문학상 남도 작가상을 받았다. 현재 강진 백제동물병원 원장이다.

 

시인은 중앙일보 시조 신춘문예 당선 소감에서 시조의 정형 미학, 그 절제와 압축 속에 모든 삶의 진실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부지런히 습작했습니다. 우리 시대 현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독자와 호흡하는 시조를 쓰기 위해 늘 고민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시조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며 정진을 다짐했다.

 

이번 시조집에서 독자는 시골 수의사의 하루를 엿볼 수 있는 동시에, 생명의 시작과 끝을 장엄하게 펼치고 있는 시인만의 독특한 감성을 만날 수 있다. 시인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남도의 특별한 풍광과 함께 시인 내면의 시적 풍경도 함께 할 수 있는 이번 시조집은 시조의 리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삶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독자에게 사색과 서정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시집의 해설을 쓴 이지엽 시인은 시인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사실 시조는 관념적인 언어의 조합이 많기 때문에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점에서 시인은 대부분 작품에서 구체적인 형상화를 통해 시상을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에 매우 단단한 시적 바탕을 구축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살 찬 바람떼 지어 나는 철새”, “시린 눈”, “눈 내린 들판은 실제의 상황을 연출한다. 이에 반해 거울 속에 갇힌 눈 감은 햇빛들내 안의 마른 꽃향기”(곡두)는 실제 상황의 양념이라 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실제 상황과 버무려져 생생한 화폭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곡두이자 시적 상상력인 셈이다. 이로 인해 시는 보다 탄력적이고 긴장감이 넘친다. 이는 관념을 넘어서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인 셈이다. 나는 시인이 이런 곡두와 같은 시적 상상력을 폭넓게 구사해주기를 바란다. 여기에 우리 시조 미래의 한 방향이 있을 것이다.’ 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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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 시 맛보기>

 

 

우영이

 

김현장

 

맹우盲牛로 태어나서 어미 젖 못 찾아도

제 이름 불러주면 달려와 손을 핥던

여러 배

새끼를 낳아

내 아이들 학비 대던

 

그러다 난소 이상, 불임 진단 받은 후엔

사료의 양을 늘려 비육을 시작했다

우시장

경매 소들 사이

귀를 세운 우영이

 

초점 없는 눈 굴리며 소리를 찾고 있다

다가가 쓰다듬고 이름을 불러주니

긴 혀로

쓱쓱 핥으며

눈물 뚝뚝 떨구던

― 『느루, 고요아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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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루

 

김현장

 

노을빛 짙은 갈대숲 지나는 바람 무리

 

그대 종종걸음 서둘지 마세요

 

갯벌 속 계절의 향기가 숨어들고 있어요

 

꽃구름 슈크림처럼 넌출 거리며 오고 있네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강바닥 느린 유속으로 가없이 흐르기로 해요

 

거꾸로 매달린 종유석이 자라나고

 

갓 베인 시간들은 논바닥에 쓰러져

 

늦가을 햇살 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네요

― 『느루, 고요아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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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커브로 간다

 

김현장

 

너는 늘 직구를 원하지

남자가 뜨뜻미지근하다고 타박하면서

 

그러나 직구가 언제나 스트라이크가 되는 건 아니지 볼 빠르기만 자랑하다 컨트롤 난조로 조기 강판하는 투수가 얼마나 많은가 사랑은 날아가는 속도 보다 스트라이크 존에 얼마나 정확히 꽂히느냐가 중요하지 너를 향해 커브로 날아가는 동안 마음의 궤적이 일으키는 파동을 조절하며 심장에 안착하는 꿈을 꾸지 회전력에 따라 파워커브 너클커브 슬로커브등 이름도 다양하지만 입을 활짝 열고 있는 너의 글러브를 향해

 

매조지 마지막 한 구의 커브를

힘차게 뿌리고 싶지

― 『느루, 고요아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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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장 시인의 첫 번째 시조집 『느루』 열린시학 정형시집오로 발간 - 미디어 시in

정지윤 기자 수의사이자 시인인 김현장의 첫 번째 시조집이 출간되었다. 김현장 시인은 전남 강진 출생으로 전남대 수의과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했으며, 경기대 한류문화대학원(시조창작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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