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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시인의 〈디카시 향기〉3 _ 복효근의 「닭싸움」

포엠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2. 11. 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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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싸움

 


 

싸움닭 두 마리가 목깃을 부풀리고 서로를 노려보는 풍경 저쪽

짝다리 짚고 지켜보는 사람들 있다

싸움으로 흥정하고 챙기는 사람들 있다

피 흘리는 한반도가 어른거렸다

복효근

― 2020년 계간 《디카시》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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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판돈이 걸린 투전판은 아닌 것 같다. 재미삼아 아니면 소일거리 삼아 약간의 돈을 걸고 닭싸움을 붙인 사람들의 자세는 그리 진지하지 않다.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라는 저 짝다리를 보는 독자들은 불편해진다. 죽일 듯이 덤벼드는 닭은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어느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움을 그치지 않을 텐데,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은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구경 중이다. 작가는 이 광경을 남북의 대치상황으로 치환하고 강대국의 잇속을 챙기려는 속셈을 읽어낸다. 그들은 어느 한 쪽이 이기든 지든 크게 타격을 받지 않는다. 다만 손익 계산을 따져 그게 얼마가 되었든 간에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인 나라들이다. 닭은 모른다. 왜 눈앞에 적을 두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지, 결과가 어떻게 될 건지, 다만 싸워야하는 상황만 놓였을 뿐이다. 씁쓸한 현실.

닭이 싸우고 있는 시각적 이미지는 이미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서 단 4행의 문장이지만 더 이상의 다른 문장이 필요치 않다. 디카시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사진과 4행의 문장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이 작품은 충분히 작가의 역사의식이 어떠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기영 시인)

 




이기영 시인

2013년 《열린시학》 신인상에 당선됐다. 2018년 제14회 김달진창원문학상과 2022년 이병주경남문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나는 어제처럼 말하고 너는 내일처럼 묻지』가 있으며 디카시집으로는 『인생』을 출간했다. 현재 ‘백세시대’신문에 ‘디카시’를, ‘경남신문’에 ‘포토포엠’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국디카시연구소와 한국디카시인협회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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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싸움 싸움닭 두 마리가 목깃을 부풀리고 서로를 노려보는 풍경 저쪽짝다리 짚고 지켜보는 사람들 있다싸움으로 흥정하고 챙기는 사람들 있다피 흘리는 한반도가 어른거렸다복효근―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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