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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 『민화』 파란시선으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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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4. 3. 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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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헌(疏疏軒)에서 발견한 소소(炤炤)한 시

 

 

김분홍 기자

 

성선경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 민화가 파란시선으로 발간됐다. 1960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난 성선경 시인은 1988한국일보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고산문학대상, 산해원문화상, 경남문학상, 경상남도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널뛰는 직녀에게』 『옛사랑을 읽다』 『몽유도원을 사다』 『모란으로 가는 길』 『진경산수』 『, 풋가지행()』 『서른 살의 박봉 씨』 『석간신문을 읽는 명태 씨』 『파랑은 어디서 왔나』 『까마중이 머루 알처럼 까맣게 익어갈 때』 『아이야! 저기 솜사탕 하나 집어 줄까?』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 『햇빛거울장난』 『민화, 시조집 장수하늘소, 시선집 돌아갈 수 없는 숲』 『여기, 창녕(공저), 시작에세이집 뿔 달린 낙타를 타고』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 산문집 물칸나를 생각함, 동요집 똥뫼산에 사는 여우(작곡 서영수)를 썼다.

 

민화에는 시종일관 민화를 소재로 한 65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집에 수록된 모든 시가 표제시인 셈이다. 민화 1은 작약(함박꽃)과 모란이 소재인데 이 꽃들은 비슷한 듯 보이지만 다른 꽃들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작약보다는 모란을 설명하는 편이 쉬울 것 같다. 모란은 비교적 대중에게 익숙하다. 화투장에 그려진 꽃으로 6월이나 여섯 끗을 나타낸다.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나 조영남의 노래 모란동백에서 많이 접한 꽃이기 때문에 모란이라는 어휘만 들어도 아련한 그리움과 향수가 느껴진다.

 

성선경 시인은 일상에서 발견한 소재를 작약태연자약등의 동음어를 이용해서 언어유희를 하고 있다. 아내에게 보약 한 첩을 지어주고 맛있어? 묻었는데 아내의 대답이 맛이 써!”(민화 8) 라고 대답한다. 민화 33무릎무릇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언어유희를 이용한 시 쓰기 방법은 위트와 웃음이 묻어난다. 구모룡 문화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웃음과 체관의 시라는 제목으로 시집의 전반적인 내용을 아우르며 축약한다. 또한 민화 3에선 앵두를 반복함으로써 앵두의 메타포가 눈빛, , 생각, 나이, 말투, 휘파람으로 치환되면서 기존의 에로틱한 앵두 이미지를 뒤집으면서 새로운 앵두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현승 시인은 민화추천사에서 민화의 정의를 반복, 머라카노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리듬, 봄 여름 가을 겨울, 생로병사, 희로애락, 거기서 거기, 흔하디 흔한 것,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리듬, 해학, 말놀이, 창원소방서 맞은편 밀면집 사훈처럼 길을 내고 문을 여는 말 등으로 요약했다.

 

이렇듯 민화는 사회 계층이나 신분의 구별이 없이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이다. 민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재미있으면서도 슬프다. “나뭇잎을 나무 입이라 적으니/저 이파리들 말들이 너무 많아 시끄럽다”(민화 27부분), “꽃씨를 심는 게 아니라 화단에 묻는다/기억이 없는 화려한 시절 향기로운 시절/심는 게 아니라 꼭 꼭 흙속에 묻는다”(민화 37부분), “불안(不安)은 불의 안쪽, 펄펄 끓는다/뜨겁다”(민화 50부분) 이런 유머와 깊이가 있는 문장들은 성선경 시인이 그의 서재 소소헌(疏疏軒)에서 발견한 소소(炤炤)한 시들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민화 3

 

성선경

 

 

앵두나무 아래로 가서 저 할머니 금방 앵두다

앵두 같은 눈빛, 앵두 같은 볼, 앵두 같은 생각

열일곱, 열여덟 입술이 붉어진

앵두를 따며 앵두 나라로 망명하여

앵두 나라의 시민

처녀 적 앵두 나라의 시민

앵두나무 아래로 가서 저 할아버지 금방 앵두다

앵두 같은 나이, 앵두 같은 말투, 앵두 같은 휘파람

열일곱, 열여덟 눈빛 초롱한

앵두를 주우며 앵두 나라로 망명하여

앵두 나라의 시민

총각 적 앵두 나라의 시민

앵두나무, 앵두나무 아래로 가서.

 성선경,민화, 파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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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10

 

성선경

 

 

군밤장수가 있었네 눈이 오는데

펄펄 눈이 오는데 군밤장수가 있었네

내 팔짱을 낀 그니에게 무얼 사 줄까?

걱정할 필요도 없게 노릇노릇

군밤장수가 있었네 눈이 오는데

징글벨 징글벨 눈이 오는데

군밤장수가 있었네 따끈따끈한 군밤이

한 소쿠리에 삼천 원 군밤장수가 있었네

그분이 오신 날을 며칠 앞두고

펄펄 눈이 오는데 군밤장수가 있었네

가난이 가난을 덮으며

징글벨 징글벨 눈이 오는데

내 팔짱을 낀 그니에게 무얼 사 줄까?

걱정할 필요도 없게 노릇노릇

군밤장수가 있었네 따끈따끈한 군밤이

한 소쿠리에 삼천 원 군밤장수가 있었네.

 

 성선경,민화, 파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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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56

 

성선경 

 

 

동지매(冬至梅)를 보려거든 아직 녹지 않은 겨울도 약간, 불같은 사랑을 하려거든 거짓말도 약간, 복수초가 피었다고 저 봄을 가지려거든 꽃샘도 약간, 네게로 가는 기쁨 다 가지려거든 불안도 약간, 화사한 봄볕을 즐기려거든 봄바람도 약간, 내 사랑을 다 전하려거든 짠 소금도 약간, 빼곡한 책장에는 빈 공간도 약간, 봄 오는 화단에는 쓸쓸함도 약간, 미안하다 말하려거든 눈물도 약간, 좋은 그림을 그리려거든 여백도 약간, 아직도 우리에게 사랑이 남았다면 헤어질 준비도 약간, 아네모네가 피었는데 어쩌나 아내 몰래 눈길도 약간, 늘 우리와 함께하는 약간.

 

 성선경,민화, 파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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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경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 『민화』 파란시선으로 발간 - 미디어 시in

김분홍 기자 성선경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 『민화』가 파란시선으로 발간됐다. 1960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난 성선경 시인은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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