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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식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삶창시선으로 발간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4. 3.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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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의 날갯짓과 울음이 갖는 확장성

 

 

하린 기자

 

2015유심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노식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를 삶창시선으로 발간했다. 시인은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등을 펴냈으며,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며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박노식 시인은 시 세계의 특징 중에 하나는 사물이나 대상을 섬세하게 감각하고 그 대상이나 사물에 내재되어 있는 울음’(떨림)을 감지한 후 그 떨림을 곧바로 받아 적는 게 아니라 그 울음에 동참해서 시의 을 함께 피운다는 점이다. 그렇게 사물의 울음에 감응하는 것은 어쩌면 시인 자신의 가슴에 이미 울음이 당도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시인이 이르고 싶은 시 쓰기의 아름다움은 어떤 것일까.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은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시인이 벼려내고 있는 시작(詩作)의 내공과 함께(고명철 평론가) 미의식과 깊이 있는 암시가 골고루 스며들어 있다. 가령, 시인은 햇살에 가지가 부러진 겨울나무가 노래가 될 때까지견디는 것을 보고 나무의 가슴이 먼저 울어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처를 아름답게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상처의 울음을 따뜻하게 애잔하게 그려냈다.

 

서정시를 단지 가슴으로 쓰는 것이라는 인식은 자칫하면 가슴마저 이라는 진리를 놓치게 한다. 물론 서정시는 순간순간 을 떠날 때가 있고 을 초월한 다른 세계를 펼쳐 보이기도 한다. 박노식 시인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근원과 거기에 이를 수밖에 없는 여정을 감안한다면 그것이 어떤 초월의 날갯짓임을 느낄 수 있다.(고명철, 평론가)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는 가독성이 좋고 독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이 시집을 통해 박노식이 갖는 초월의 날갯짓과 울음이 갖는 확장성을 자연스럽게 확인하길 바란다.

 

 

 

<시집 속 시 맛보기>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박노식

 

눈 그친 후의 햇살은 마른 나뭇가지를 분질러 놓는다

때로 눈부심은 상처를 남기고

산새는 그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거나 종종거리지만

시린 몸이 노래가 될 때까지 겨울나무는 견딘다

하지만 그가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은 가슴이 먼저 울어버리기 때문이다

박노식,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삶창,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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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봄날을 잊지 말아요

 

박노식

 

그 봄날에 울어본 이는 설움의 극치를 아는 사람

어찌하여 잠 못 드는 밤에 별들마저 숨어버리는지

새들은 소리를 잃고 바다는 파도를 잃었네

땅은 검고 하늘은 부옇고 나무들은 메말라서 암흑뿐,

너의 다섯 발가락과 너의 다섯 손가락이 지워졌네

초침이 떨어져 시계는 온전치 못하고,

누가 저 암울한 유리 벽을 깨부수고

올바른 우리의 숨소리를 바로 살릴 수 있을까

어두워도 오,

샛별은 그믐달보다 앞서서 외롭고,

그 봄날에 울어본 이는 떠나지 말아요

수평선처럼 지평선처럼

잔잔한 파도를 만들고 아름다운 아지랑이를 만들어요

가슴을 껴안 듯

그 봄날을 잊지 말아요

그 봄날을 잊지 말아요

박노식,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삶창,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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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의 하루

 

박노식

 

나의 손바닥에는 슬픔이 있다

얼굴을 문지르면 지난 별들이 다시 돌아와 몹시 앓는다

 

눈을 감았다 뜨는 하루가 물속 같다

 

나는 왜 고요의 집에 갇혀 침묵을 수놓는가

 

폭설,

 

세상은 여기에 없다 너무 고통받았으므로

 

고립이 나를 키울 때

나는 입술을 오므리고 착한 까마귀 울음소리를 배운다

박노식,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삶창,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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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식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삶창시선으로 발간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노식 시인이 다섯 번째 시집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를 삶창시선으로 발간했다. 시인은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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