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행: 하린 시인
‘스페셜 집중 조명’에 김규성 시인을 초대했습니다. 김규성 시인은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200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후 시집으로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신이 놓친 악보』, 『시간에는 나사가 있다』, 『중심의 거처』와 산문집 『산들내 민들레』, 『뫔』, 『모경(母經)』, 『산경(山經)』 등을 발간했습니다. 김규성 시인은 2010년부터 전남 담양군 대덕면 용대리 555번지에 작가들을 위한 집필실 ‘글을 낳는 집’을 짓고 15년째 운영 중입니다. <미디어 시in>에선 인터뷰를 통해서 집필실 운영에 관한 여러 이야기와 시인으로서의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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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미디어 시in>에 초대하게 되어 기쁩니다. 집필실 <글을 낳는 집>을 여전히 내실 있게 운영하고 계신대요. 이렇게 오랫동안 한 개인이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 집필실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집필실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척 궁금합니다.
답변: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문학 활동과 사회활동 양면에 걸친 하린 시인의 상생적 인연관리와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에 거듭 박수를 보냅니다.
제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산중에 새 삶의 터전을 마련한 동기는 그동안 밀린 집필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사하고 보니 두 내외가 사용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크고 빈 방이 많아서 이의 활용 부분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때 마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모집 중인 ‘창작 공간 문학 집필실’ 모집 요강을 보고, 즉시 참여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다소나마 작가들의 창작활동과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작가들의 열정에 저도 자극을 받아 집필에 정진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2. 전국에 있는 집필실 운용하시는 분은 나름대로 집필실은 운영하는데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정한 원칙이나 ‘철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답변: 집필실 운영의 일차적 목적은 작가들의 활발한 창작활동에 있습니다. 따라서 쾌적한 창작 환경 조성과 유지에 목표를 두고 그 실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못지않게 자칫 소홀하기 쉬운 작가들의 건강을 위한 식단관리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창작활동의 가시적 활성화 부분에 대해서도 꾸준히 연구, 실천하고 있습니다.
3. 아 그렇군요. 아울러 집필실 운영에 관한 질문을 더 드리겠습니다. 운영하시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정부 지원이나 지방 자치 단체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답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금과 일부 자부담을 합해 운영하고 있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습니다.
4. 예.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익이 하나도 없는 집필실을 운용하는데, 정부 지원금이나 지자체 지원금은 다 실비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많은 비용이 따를 텐데요. 그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시나요?
답변: 식재료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는 텃밭 가꾸기, 토종닭 기르기, 버섯 재배 등 자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지원금 이외 소요되는 비용은 효소, 식초, 장류, 초밀란, 차 등 소규모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5. 집필실을 운영하다 보면 언짢은 일도 있겠지만 보람된 일도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낳는 집>을 거쳐 간 문인들이 성장한 예시나 성과를 이룬 예시, 혹은 서로 간에 유대감이 생긴 예시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답변: 언짢은 일보다는 보람된 일이 압도적(?)으로 많지요(하하). 신진 작가나 초보 작가들이 선배 작가들과 긴밀한 문학적 유대관계를 맺고 작품 활동에 도움을 받은 사례는 흔합니다. 전체 혹은 소그룹으로 이루어지는 합평회나 토론회를 통해서도 지식, 정보, 창작법의 숙지에 크고 작은 효과를 쌓아갑니다. 이 외에도 작품 퇴고와 교정, 출판사 소개, 발표지면 소개, 문학적 지인 소개, 북 콘서트 참가, 지역작가와의 교류, 좋은 문학 인연 맺기, 인생 상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6. 전국에 있는 집필실 평가 중에서 음식 맛이 좋은 장소로 손꼽힙니다. 전통 발효 식품을 연구하시고 ‘세설원’을 운영하는 사모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모님께서 생각하시는 음식에 대한 원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답변: 아내는 평생 약선 요리 연구에 나름의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이 부분은 작가들의 건강관리와 효율적으로 직결되는 접점이기도 합니다. 작가들의 개별적 건강 상태에 맞춘 아내의 식단 배정과 그 효과는 제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통해 맛보는 즐거움과 같은 맥락의 보람입니다.
7. 집필실에 대한 마지막 질문입니다. 집필실에 신청할 수 있는 자격과 방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그리고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답변: 신춘문예나 우수문예지로 등단한 작가, 최근 3년 이내 우수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한 작가, 최근 5년 이내 작품집을 발간한 작가 중, 한 항목에 해당하는 작가로 선정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또 창작활동에 전념하며, 창작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생활 수칙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8. 이제부터는 글을 쓰는 김규성 시인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은 서정시의 본향을 바탕으로 서정시가 실물로 다가오게 시를 쓰시는 것 같은데요.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서정시란 어떤 시이고 실제로 그런 서정시를 쓰기 위해 본인이 노력하시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답변: 늦게 등단한 탓으로 제가 작품 발표를 시작할 즈음, 시단에서 서정시는 새로운 시의 조류로 인해 그 실질적 명맥이 급격히 퇴조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시의 본령이 서정에 있다는 사실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문학은 당대의 언어로 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 기본 서정을 시의 바탕으로 하되, 그 표현 기제로서의 언어는 현대적 감각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점은 서정시와 포스트모던 이후의 시가 만나는 접점일 수 있을 것입니다.
9. 독서량이 풍부하다고 들었습니다. 본인의 삶의 영향을 준 책과 시 세계에 영향을 준 책, 아니면 <미디어 시in> 구독자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답변: 그동안 다독과 정독을 꾸준히 병행해왔습니다. 풍부함을 세밀함 즉, 자신의 언어로 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동서양의 고전들을 고루 읽어왔습니다.(아직도 태부족하지만) 기억에 남는 책으로는 『화엄경』, 『장자』, 스피노자의 『에티카』, 『베이다오 시선』, 『그리스로마신화』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들뢰즈에 관한 책들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10. 시와 더불어 산문 활동도 활발하게 하여 2023년엔 비평집 『남도 시의 현재와 미래』(문학들출판사)를 발간하셨습니다. 남도 시의 전통과 흐름과 비전에 대해 다루신 것 같은데요. 아래 출판사 소개글을 바탕으로 앞으로 후배 시인들이 남도 시의 맥을 이어갈 방법이나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흔히 남도의 대표적 정서로 역동적 한과 흥, 끈끈한 연대감, 따뜻한 인정으로 꼽는다. 이는 곧 한국적 정서의 근간이기도 하다. 남도는 평소에는 ‘두레’에서 보듯 이웃과 마을이 공동체를 이루고, 위기에는 의병 활동, 동학혁명, 광주학생사건, 5·18민주화운동 등을 통해 민중의 주체적 존재가치를 구현해 왔다. 또한 문화적으로는 조선 중기 담양에서 분출된 가사문학의 산실이며, 전통서정시와 참여시의 텃밭이기도 하다. ‘남도’가 지닌 이러한 문학적 힘이 지역문학의 탈중앙화를 추동하기도 했다.”(문학들 출판사의 책 소개 글)
답변: 남도는 평상시에는 농산물과 해산물을 비롯한 다양한 특산물 등,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땀 흘려 일하며 평화를 노래하다가, 누란의 위기 때마다 목숨을 걸고 그 최 일선을 사수하는 애국, 애족, 애향의 본거지였습니다. 그 원초적이며 숭고한 공동체 정신은 민중이 주체를 이루는 민주주의의 보루로 여전히 살아남아서, 도저한 정신문화의 주축을 담당해 왔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도 정서적 바탕과 역사적 배경을 이루며, 순박하고 따뜻한 서정과 정련된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서정시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최근에 남도 서정의 부활에 걸맞은 시와 시집들이 다투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 산업사회와의 정서적 이질감, 오월의 트라우마에 붙들려 평상의 내재율을 상실한 남도 서정시의 맥박을 되짚는 희소식입니다. 이 기운이 복고적 대세를 불러일으켜 신선한 르네상스를 촉발할 것인지 아니면 당대의 언어로 미래의 현실을 추구하는 시적 속성에 밀려 태풍 속의 찻잔에 그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그러나 해독하기 난처한 시들이 새로움을 빌미로 횡행하는 풍조 속에서 일련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고무적 사건임에는 분명합니다. 다만 이 현상이 다투어 미래 서정의 돗자리를 깔고, 이를 운동 수준의 열정이 뒷받침해야 만 두서없이 방황하는 현대 시단의 활로로 기능할 수 있을 것입니다.
11. 2021년 「우주」로 ‘제7회 디카시작품상’을 수상하셨는데요. 디카시를 쓰시게 된 동기는 무엇이고 자신만이 가진 디카시의 창작 방법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답변: 《문학과 경계》를 통해 알게 된 최광임 계간 《디카시》 주간의 청탁에 응하면서 부터 디카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디카시는 짧은 시를 많이 쓰는 저의 시적 성향과 어울리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디카시를 쓸 때, 순간적으로 이미지를 포착해 내는 '직관'에 몰입하다 보면 마치 오도송처럼 시상이 떠오르곤 합니다. 예컨대 후설의 현상학이나 격물치지와도 상통하는 지점입니다.
12.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집필실 운영에 관한 것과 본인의 창작 활동에 관한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답변: 집필실 운영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도움이 되는 한 계속하고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기여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집필 역시 죽을 때까지 심신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것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호흡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스페셜 집중 조명’ _ 김규성 시인1 < 스페셜 집중조명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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