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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시in> _ ‘스페셜 집중 조명’ _ 김규성 시인2 _ 신작시

스페셜 집중조명

by 미디어시인 2024. 8. 22.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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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_ 류현진 감독

 

 

지상의 안부 외 5

 

김규성

 

며칠 전

친구가 지금 뭐하냐고 물어 왔다

겨울연가를 보고 있다고 하니

친구는 그걸 또 보고 있느냐고 놀려댔다

 

나는 지금까지 지구가

몇 번이나 종말을 맞이했는지

아니 시작도 끝도 없이 그것을 밤과 낮처럼 반복하는지 아느냐고

친구에게 되묻지 않았다     

 

겨울연가에서 두 첫사랑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미안해!   고마워! 였다

나는 아직도 그 말을 다 배우지 못했다 

 

수십 년 토록

하루도 거르지 않는 친구의 안부전화를 받으면서도

먼저 안부를 물어본 기억이라곤 없는 나는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 친구는 지금 시한폭탄처럼 많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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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의 시
ㅡ내일의 서정시를 쓰는 시인에게

 

 

 

안개가 안개를 몰고 간다 안개는

안개를 유혹하며 텅 빈 영토를 확장한다

경계의 소실점마다 잠복한 안개의 혀

안개의 미로 속에 갇힌 안개 문법

주인 없는 해체의 전장(戰場)  

녹슨 탄피로 흩어지는 낱낱의 말들

어디에 무슨 말로 실종신고를 할까

미안하다 시()

백년 만에

천년의 주인을 놓친 이 땅의 노래여

그동안 얼마나, 먼 허공과              

이방의 지하 동굴 속을 헤매었었니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은 호우주의보 속의 안개

저 안개 속에서 너와 내가

뜨겁게 얼굴을 마주보기 위해서는

맑고 뚜렷한 소리로

애타게 서로를 불러야 한다

가장 가까이서

낯익은 이름을 새롭게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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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앞의 잣나무*

 

 

 

말이 말을 죽이는 남루한 옹벽 너머

텅 빈 순수에 나포된 나의 언어는

긴 침묵의 노루잠에서 깨어

기표와 기의의 소실점을 좇는다

존재의 꼬리와 부재의 머리가 마주하는

모순의 끝말잇기

사유의 건조주의보 속

침묵과 언어 그 가파른

경계의 바다에서 실어증을 앓던 시인의 해골

눈먼 도서관장의 에스페란토

그들이 남기고 간 주어 없는 문장의

먼지 낀 부품을 해체한다

마치 죽음이 삶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그 역순의 조립은 불가능하다

한 덩어리로 얼면 움직일 수 없고

둘로 가르면

돌아올 길 없이 멀어지는 빙벽

영원과 무의 다리 사이에 놓인 사다리

계단이 없듯 시작도 끝도 없는

폐허의 너머를 넘어

이름과 함께 굳어 온 혀를 씻어야 한다

 

*조주선사의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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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그림자를 거느리지 않는다

어둠에 살결이 없는 것처럼

깊은 골짜기 호수에도

빛나는 파동의 세포 무성하고

시작하기 전 끝난 전쟁을

평화라는 이름으로 반복하는 역사

원시의 망루 위에서

삶이 죽음에게 쏜 화살은

죽음의 부재와 함께

정처 없는 미래의

곰팡이 낀 신전에 압류되어 있다

까닭 없이 출정한 나그네는

과녁이 흔들린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활시위를 당기지 못 하는가

그럴수록

멈출 수 없는 익명의 춤

회전목마의 목은 축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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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다만 명멸할 뿐인가

 

저 정처가 없는

비상등은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내는 

순간, 잃어버린다 

 

그렇게

기억 밖의 자신이

도둑처럼 나타났다가

또 사라지고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가

아예 그조차 그만 둔다  

 

그런데

짙은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불빛이

나에게 묻는다

 

그런 너는 누구냐 대체

어디 있느냐,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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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소쩍새가 불면을 자처울고 난 아침, 물까치 떼 지어 고양이 먹이를 훔치고 까마귀 둔탁한 콜라보는 살 떨리게 음산하다 그 위로 매는 막 보리갈이를 한 밭의 영공을 선회하고 있다

 

지친 하루가 마지막 짐 부려놓을 즈음이면 고향에서는 어김없이 부엉이가 육중한 떨림의 목청으로 저녁 종을 울었다 찬 개울물로 긴 머리를 감은 소녀가 서둘러 스포츠머리 깃 바짝 세운 소년을 부르는 신호였다 어느 해 이른 봄날이던가 맥없이 말수 줄어든 그녀가 재 넘어 떠나자 어느 틈에 부엉이는 울지 않았다

 

깡 소주에 취한 날이면 친구는 부엉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팔려간 어미를 찾는 송아지처럼 울곤 했다 그러다가, 갔다 시름시름 이우는 기억들을 두고 부엉이보다도 멀리 갔다 그가 부엉이를 찾아 갔는지 아직 아무에게도 물어보지 못했지만

 

어젯밤은

영락없이 그 부엉이가

깊어가는 밤의 귓밥을 파주었다

고향과 동떨어진

뒷산에서

날카로운 부리로

 

 

_ ‘스페셜 집중 조명’ _ 김규성 시인2 _ 신작시 < 스페셜 집중조명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_ ‘스페셜 집중 조명’ _ 김규성 시인2 _ 신작시 - 미디어 시in

지상의 안부 외 5편 김규성 며칠 전 친구가 지금 뭐하냐고 물어 왔다겨울연가를 보고 있다고 하니친구는 그걸 또 보고 있느냐고 놀려댔다 나는 지금까지 지구가몇 번이나 종말을 맞이했는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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