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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의 모순과 괴리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경쾌한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주목해야 할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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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4. 11. 1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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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의 첫 시집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타이피스트 시인선 005번으로 출간

 

 

 

하린 기자

 

독립 문예지로 활동을 시작한 최민우의 첫 시집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5번으로 출간되었다. 최민우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하는 신인이다. 청년 세대의 현실을 독특한 유머로 비틀면서, 인디 문화와 결합된 시편들이 겹겹의 모순과 괴리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경쾌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최민우의 시는 슬픔에 쉽게 매몰되지 않는다. 나와 타자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소시민적 믿음으로써 슬픔을 벗어나게 하고 우리를 다음 장면으로 나아가게 한다.

 

최민우는 마침내 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자신과 세상을 동일화시키지 않고 몇 걸음 떨어져 관찰한다. 누구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비닐우산을 챙길 적에 그리스와 리비아폭우가 덮쳐 사람들이 떠내려”(정체성)가고 있었던 것처럼, 일상에서 수행하는 행위들에서 모종의 기시감과 죄책감을 느낀다. 그런 예민한 미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또다시 하루하루를 감내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시인은 이야기한다.

 

해설을 쓴 최선교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지금 여기는 신의 구원이나 회심은 찾기 어렵다. 신 역시 이런 세계에서 자신이 해야 할역할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이행하지 않는 자의 죄를 감당한다. 신과 지상의 존재인 우리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는 언술. 그렇게 시인은 신의 세계를 비틀어 유머를 연마하며 사랑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자가 된다.

 

시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십 대를 핍진하게 그려낸다. 그러한 목소리는 나와 세상이 겹겹이 감싸고 있는 그 무언가에 대해 묻는 시적 자의식이다. 자연스러운 것보다 인위적이고 즉흥적인 삶의 풍경에서 자신이 느끼는 이 정체 모를 괴리감과 죄의식, 그럼에도 그 삶에 녹아든 자신의 모습에서 시인은 새로운 질문들을 세계 속으로 던진다. 함께 실감이 되려고 끝없이 아파하려고 몸부림친다.

 

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 그럼에도 오래 보아 온 사람의 눈은 더 세밀하고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다는 시적 직관은 최민우가 자신이 지금껏 관찰해 온 세상의 풍경들에서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 사이를 구분하지 않고 횡단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렇다. 최민우 시인은 세상을 기괴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인 최민우 역시 자신을 기괴하다고 느끼고, 그 모든 것을 솔직담백하게 토로하면서 첫 시집을 미학적으로 끝간 데 없이 펼친다.

 

 

<시집 속 시 맛보기>

 

소시민

 

최민우

 

주말은 내 몸이 아직 평일인지 모른다

자는 동안 배송 중인 시집들이 곤지암 허브에 갇혔다

 

누군가 햄버거를 먹으며 친구에게 말했다

석촌호수에 시체 나온 게 한 달도 안 됐는데

어떻게 물맛 좋다는 제목을 쓰지 존나 기괴하다

 

동사무소 거울 앞에 항상 행복하세요라고 쓰여 있길래

이 건물이 내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민원 넣었다

 

바다가 날 부르는 줄 알았어

네 옷에 떨어진 모래가 녹아 녹색 유리로 변했어

새벽마다 꿈에서 헤어지는 너의 말을 메모한다

 

밤을 새면 심장에 무리가 가서수명이 줄어든다는 속보를 비웃다가

끔찍하게 좁은 방에서 바라보는 재개발 구역

철거민 연합

 

지하철 승객을 막는 경찰들나를 뛰어넘는 뭔가를 알아 버리면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지 못한다

 

뒤통수에 돌 맞다 죽기 싫어서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하기 시작했다

 

저는 농담과 진담을 잘 구분하지 못해요

마주치는 사람마다 웃음을 떼어 나눴다

 

너는 우리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전단 문구를 보고언제 울지 몰라 손수건을 챙기는 습관이 생겼다

 

내 코골이에 내가 깨서 냉장고를 들여다본다

곰팡이는 눈 깜짝할 새 자란다

 

버스 정류장에서 경기 바다 해양 수산물 기준이

"안전"인 것을 발견했다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히 고립됐다는 뜻 아닙니까?

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

 

까마귀 울음소리가 고요한 아침을 찢는다

 

나조차도 납득 못 하는 나의 세계관을 떠올리고

커피 내리는 걸 잊는 게 일상이다

 

일상을 뜸 들였구나

 

돌아오는 길에 문 앞에서 죽은 새를 보았다

가지런히 누워 있길래 무심코 애도했는데

동시에 고양이의 보은일까 생각했다

 

창문이 나를 비춘다

범인이 현장에 다시 온 것처럼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타이피스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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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최민우

 

쿠키 영상 없음. 떼제 기도회. 귀여운 노란색 양말. 슬픔 의 반죽과 버터를 겹겹이 말아 올린 크루아상 닥치고 먹어. 생일 기분. 겁쟁이.교회. 시혜와 자해. 슬픔 같은 건 다 망가져 버렸으면 좋겠다. 식물이 죽으면 초록별로 떠났다고. 투병하다 떠난 친구를 안아 주는 꿈.수족관에 죽어 있던 두 전어. 나는 나의 마음을 지나치거나 방치하곤 했다 그것이 진짜 같은 마음°이라 믿으면서.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자꾸 무너져요. 내가 내 기도에 갇힌 것 같다. 우울 - 절망- 슬픔 이란 말로 가난을 완성할 수 없다. 사람들은 악몽을 꾸고 나는 꿈꿀 힘이 없다. 된장찌개 마스터. 청년 절망 적금. 너는 내가 널 좋아하는 만큼 날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비싼 그릇에 담긴 말차 같은 슬픔. 당신의 소식을 전해 들은 내가 뭐를 했냐면요. 숨죽여 울기. 투쟁과 연대. 온몸으로 눈보라를 맞으며 M83을 듣는 사람. 검은 구슬로 변한 강아지. 갈비뼈처럼 보이는 횡단보도. 우린 붕괴된 사랑에서 자란다. 나뭇잎과 빛이 떨어지던 권나무 야외 공연. 내가 비닐우산을 챙길 적에 그리스와 리비아는 폭우가 덮쳐 사람들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디서 잠들까.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할 때면 기숙사 앞에 앉은 고양이를 마주하고 인사한다. 빈 역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네.°° 푸른 전구 빛. 신당역의 여성 노동자와 서울교통공사와 장애인 이동권 시위. 한 줌의 빛. 사랑 없이 발현되는 진실. 폭설 같은 여름. 기억을 보내 주시면 잠으로 교환해 드려요. 대낮에 위스키 한 잔. 수다와 농담과 가십을 나누는 산책. 팔레스타인 전통 자수는 집기억에 대한 상상이고 돌아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정신의 가속 노화. 태어나지 않은 첫째 형과 둘째 형에게 편지 쓰기.어릴 때 가족이 모여 드럼통에 구워 먹은 메뚜기. 작은아버지가 내 고추가 얼마나 익었냐고 손을 뻗었다. 첫사랑이 내게 붙인 별명은 허수아비. 내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 것 같아. 유영하는 구름 속에서 본 번개. 우우 우리를 돕고 싶어.°°°

 

° 이서하, 진짜 같은 마음, 2020.

°° 사뮈, <빈 역>, 2020.

°°° 김사월, <로맨스>, 2018.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타이피스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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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혐오자

 

최민우

 

나는 팔다리를 쭉 뻗고 있다가 문득

내가 시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는 종종 엄마를 잃어버렸어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나의 취미

 

내 뒤통수에 과녁이 자라난 것 같아

나를 괴롭히던 애들

엄마

떨어져 나간 사람들

아무도 없고 

 

사람들은 악몽을 믿어?

나는 꿈이 기억나지 않아

창밖에서 들리는

헤어지는 친구들의 인사 

 

운동장 한가운데 포클레인이

나 대신 봉사하고 있다

도살장처럼

 

사람이 몸을 던지는

옥상에서 나는 거듭 숨을 쉬고 내려왔다

 

식물이 죽으면 초록별로 떠난 거야 

영원히 떠날 수 없는

솜이 터진 곰돌이가 안고 있던

식물도감에도 없는 들꽃들

 

너의 편지는 동물의 숲 친구들처럼 나긋해

내 뼈는 유리처럼 약하지 않다고 했지°

너를 떠난 너의 다정함이 내 일부가 되었어

 

나로부터 겹겹이 분리된 사람들을 크로키한다

어둠에 적응한 눈

살갗을 찌르는 속옷 라벨

도시락 통에서 샌 김치 국물

우는 사람과 함께 우는 사람들

 

옷을 터니 욕조에 모래가 가득하다

내가 사막을 데려온 것 같아

 

귓가에 맴도는 옅은 환청

나는 내가 좋다

 

°장 피에르 주네, <아멜리에>, 2001.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 타이피스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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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의 모순과 괴리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경쾌한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주목해야 할 신

하린 기자 독립 문예지로 활동을 시작한 최민우의 첫 시집 『학교를 그만두고 유머를 연마했다』가 타이피스트 시인선 005번으로 출간되었다. 최민우 시인은 이번 시집 출간을 통해 작품 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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