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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25 _ 공화순의 「감 농사」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4. 11. 1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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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농사

 

공화순

 

아부지, 감 농사를 망친 것 같습니다

 

지금쯤 나무 밑에 생선토막을 묻을까요

 

듬성한 어느 가지 끝에

 

불을 켜야 할까요

 

공화순,나무와 나무 사이에 모르는 새가 있다, 상상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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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 중 하나를 들라면 뒷마당 돌담에 곁을 둔 감나무를 들겠다. 노랗게 익은 감이 가지가 꺾이도록 휘어진 모습을 보면 그 집 참 감 농사 잘 지었다라며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마음 환해지는 게 감이다. 그것은 공중에 불을 켠 등()처럼 곱게 매달려 시각적으로 꽤 자극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이 시에서 화자는 아버지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아부지라는 호명이 격의 없는 부녀관계를 유추하게 하며, 보다 따뜻한 시골감성을 담고 있는 방언(아부지)을 씀으로써 이 시에 흐르는 다정한 분위기를 살려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생선토막에 있다. 친환경주의를 잘 보여주는 이 시는 평소 자연을 가족처럼 대하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로 보인다. 감나무 밑에 넣어줬던 각종 음식물들이 맛있고 실한 감의 내력이 되었던 것인데, 아버지의 부재로 감을 보살피던 일들이 어렵게 되면서 감 농사를 망치게 된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먹음직한 생선토막이 나왔지만 그 쓰임의 적절한 때(지금 쯤)와 장소(어느 감나무 밑)를 알 수 없는 화자는 해답을 묻는 방식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 ‘감 농사를 망친 것 같습니다.’라는 문장 속에 담겨있는 화자의 정서가 그리움의 등불을 환하게 켠 듯 감나무 가지 끝에 걸려 있다.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문장 속에서 아버지를 향한 간절한 그리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공화순 시인만의 화법이 절창으로 보여진다.

 

 

 

표문순

2014시조시학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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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25 _ 공화순의 「감 농사」 - 미디어 시in

감 농사 공화순 아부지, 감 농사를 망친 것 같습니다 지금쯤 나무 밑에 생선토막을 묻을까요 듬성한 어느 가지 끝에 불을 켜야 할까요 ―공화순,『나무와 나무 사이에 모르는 새가 있다』,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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