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해방
임영숙
내 곁 떠난 반란이 세상 밖에 흘러넘쳐
무늬만 먼지 위에 음각으로 선명하고
바람에 흩어진 입자들 음절로 피고 있다
연대도 사조도 연결고리도 없이 살아
자유로운 영혼들은 고독이 필수재라며
언제나 자체로 빛나는 참 멋진 패러독스
유폐된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고립된 시간은 고립된 해방으로
심오한 피안의 세계 또 다른 명랑한
나의 성城 나여야만 나답게 살 수 있지
속도에 맞게 사는 나다움이 일어설 때
몬순풍 바람 불어와 허공을 밟고 있다
―임영숙, 『들판 정치』, 작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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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한다. 바쁜 일상의 소란 속에서 고요와 안정을 갈망하는 현대인들은 스스로 고립이라는 평화를 선택한다. 빠른 변화와 경쟁의 분위기에 휩쓸려 진정한 자기 모습을 잃어버리기 쉽지만, 외적 압력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자유와 연결된다. 이때 고립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서 내면의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의 시작점이 된다. 임영숙 시인의 시 「고립된 해방」은 현대인의 고독과 자유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아낸다. 제약 속에서 오히려 해방을 경험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적 주체는 “반란”이라는 단어로 내적인 변화를 보여주고자 한다. 사회의 틀에 갇혀 있던 개인이 자유를 외치면서 세상 밖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러한 “반란”이 곧바로 사회적인 성공이나 인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늬만 먼지 위에 음각으로 선명”하게 남을 뿐이다. “연대도 사조도 연결고리도 없이” 살아가는 개인은 더 이상 어떠한 집단이나 이념에 속하지 않고 혼자만의 길을 걸어가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러한 자유는 “고독이 필수재”라서 “언제나 자체로 빛나는 참 멋진 패러독스”가 된다. 시적 주체는 “유폐된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규정하면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어느 한 시점을 특별하게 바라보고 있다. “고립된 시간”이 개인을 속박에서 해방시킨다고 보며 사회적인 관계나 의무에서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인다.
현대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주변의 기대나 사회적인 성공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과 “나다움”은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성城 나여야만 나답게 살 수 있”다. 이때 “성城”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견고한 요새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내면을 지키는 강한 정신력을 상징한다. 세상의 빠른 속도에 맞춰 춤을 추는 대신, 나만의 리듬을 잃지 않고 여유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속도”와 방식을 찾는 것은 마치 숲속을 걷는 일과 같다. 남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샛길을 찾아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더 큰 기쁨을 줄 수 있다. “순풍”을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듯 제약 없는 나의 길을 꿈꿀 시간이다. (김보람 시인)
김보람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이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유심상을 수상했다.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5 _ 임영숙의 「고립된 해방」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5 _ 임영숙의 「고립된 해방」 - 미디어 시in
고립된 해방 임영숙 내 곁 떠난 반란이 세상 밖에 흘러넘쳐무늬만 먼지 위에 음각으로 선명하고바람에 흩어진 입자들 음절로 피고 있다 연대도 사조도 연결고리도 없이 살아자유로운 영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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