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미래덩굴
이화우
더불어
사는 일을 내 일찍
알았다면
꽃 아니라 가시라도 피워낼 줄
알았겠다
도르르 움켜쥔 손을 펴 볼 줄도
알았겠다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가히,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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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덩굴은 ‘망개나무, 맹감 나무, 매발톱가시, 종가시나무, 팔청미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잎에는 강력한 항산화와 살균작용이 있고, 뿌리는 풍한과 습을 없애주고 해독작용을 하는 등, 잎과 뿌리 모두 사람에게 이로운 여러 효능을 갖고 있다. 또한 열매가 빨갛게 익었을 때는 장식적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필자가 청미래덩굴을 처음 접한 것은 어느 겨울날 식당으로 망개떡을 팔러 온 사람으로부터였다. 하트모양을 한 작은 잎새처럼 그것에 싸여있는 떡도 곱상했는데 맛도 아주 달달하니 좋았다.
“사물의 요체를 집약하고 특성을 주제화”할 줄 아는 것이 단시조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라는 이지엽 교수의 말처럼 이화우 시인은 청미래덩굴의 특성 (다글다글 피는 꽃에서 맺는 붉은 열매, ‘매발톱가시, 종가시나무’라는 이름처럼 가시가 많은 덩굴 그리고 잎이 잘 말리는 특성)을 잘 활용하여 사물이 간명하게 드러나면서 시적 긴장감을 주고 주제를 드러내는 단아한 시조 한 편을 뽑아냈다. 이 시에 흐르고 있는 관조와 성찰의 정조들은 지나온 삶을 한 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기에 있는 시인의 상황을 읽게 된다. 나아가 인간은 혼자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지만 점점 더 혼자로 가는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살 줄 몰라 청미래덩굴처럼 꽃 피지 못했고, 가시도 피울 줄 몰랐고, 손을 움켜쥔 채 살았다는 표현들이 지난 삶에 대한 성찰적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도르르”라는 시각적 심상이 좀 더 이 시 곁에 머물게 한다.
표문순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26 _ 이화우의 「청미래덩굴」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26 _ 이화우의 「청미래덩굴」 - 미디어 시in
청미래덩굴 이화우 더불어 사는 일을 내 일찍 알았다면 꽃 아니라 가시라도 피워낼 줄 알았겠다 도르르 움켜쥔 손을 펴 볼 줄도알았겠다 ―『먹물을 받아내는 화선지처럼』, 가히,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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