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6 _ 이숙경의 「모과, 꽃말처럼」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5. 1. 19. 19:20

본문

 

 

모과, 꽃말처럼

 

이숙경

 

매무새 붉게 여민 꽃 중의 꽃이고자

 

늦되게 터진 말문 드문드문 피어나

 

줄기에 골이 패도록 강단을 품고 사네

 

풍파를 견뎌야만 향기를 쟁이는 법

 

꼭 쥔 손에 만져지는 울퉁불퉁 지나온 길

 

못생겨 탐할 리 없다는 말쯤이야 대수랴

 

단단하고 무딘 껍질 순도를 드높여서

 

여유만만하게 벋으며 우려내는 참된 시간

 

끈끈히 스며 나온 내음 다디단 유혹이네

이숙경, 가장자리 물억새, 작가, 2024.

 

 

-----------

 

작가의 창작 행위는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과정과 닮았다. 시간이 지나면 꽃은 다시 탐스러운 열매를 통해 존재감을 알린다. 꽃잎이 진 자리에 맺힌 열매는 작가의 결실이며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고독과 불안을 품고 뿌리내린 나무는 인내의 시간을 거쳐 세상을 향해 잎을 펼치며,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숙경 시인의 시 모과, 꽃말처럼은 모과를 매개로 삶의 고단한 여정 속에서의 성찰과 실천적 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과꽃은 그 어떤 꽃보다도 진한 붉은색을 띠며, 그 색은 강렬하고 선명하다. “매무새 붉게 여민 꽃 중의 꽃이되고자 외부의 혹독한 환경을 견디고 탄탄하게 내면을 갖추어 간다. 모과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다. 특히 늦되게 터진 말문 드문드문 피어난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모과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늦게 꽃을 피운다. 이러한 점은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 마침내 작품을 낳는 창작의 길과 유사하다.

모과꽃은 모양과 색이 아름답지만, 자체만으로는 여전히 미완의 서사다. “풍파를 견뎌야만 향기를얻을 수 있는 모과처럼, 작가 역시 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야 비로소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펼칠 수 있다. “줄기에 골이 패도록 강단을 품고자라나는 모과나무처럼 굳건한 의지를 다져나가야 한다. 삶은 작가에게 울퉁불퉁모난 길을 제공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은 작품에 깊이를 더하는 양분이 된다. 과거의 시간과 경험을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단단하고 무딘 껍질을 통해 진정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작가에게 참된 시간이란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사색의 행위이며, 외부 세계를 탐구하고 이해하는 체험이다. 작가는 끈끈히 스며 나온 내음 다디단 유혹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각인시키고자 한다. (김보람 시인)

 

 

김보람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이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유심상을 수상했다.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6 _ 이숙경의 「모과, 꽃말처럼」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6 _ 이숙경의 「모과, 꽃말처럼」 - 미디어 시in

모과, 꽃말처럼 이숙경 매무새 붉게 여민 꽃 중의 꽃이고자 늦되게 터진 말문 드문드문 피어나 줄기에 골이 패도록 강단을 품고 사네 풍파를 견뎌야만 향기를 쟁이는 법 꼭 쥔 손에 만져지는 울

www.msiin.co.kr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