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올해로 19주년을 맞는 웹진 《시인광장》이 2025년 1월 11일(토) 서울 종로에 위치한 ‘흥사단’에서 제 18회 올해의좋은시賞 시상식 및 신년회를 가졌다. 이번 시상에서는 「콜링」을 쓴 임원묵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엔 많은 시인들과 관계자들이 모였다. 기념식 1부는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로 시인들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이근배 시인(한국시협 전회장, 전예술원회장), 오세영 시인(한국시협 전회장, 서울대명예교수), 이건청 시인(한국시협 전회장, 한양대 명예교수), 최동호 시인(한국시협 전회장, 고려대 명예교수), 유자효 시인(한국시협 전회장, 재능시낭송회회장), 김수복 시인(한국시인협회 현회장)의 격려와 축하의 말이 이어진 가운데 《시인광장》 행사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뒤이어 시상식이 이어졌다. 수상자 임원묵 시인은 담백한 인사말로 당선 소감을 전하며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다는 말로 수상의 기쁨을 표현했다. 임원묵 시인은 2022년 《시작》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2024년 10월에 첫 시집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민음사, 2024)을 발간했다. 그 시집에 수록된 「콜링」으로 ‘올해의 좋은시’ 본상을 수상한 것이다. 수상작 「콜링」은 목소리와 울음의 경계가 무너지고 울음으로 서로의 존재를 나타내면서 울음이란 기호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을 그만의 방법으로 독특하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임원묵 시인은 수상자와의 대담에서 “우리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이든 결국은 서로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을 거라는, 관계의 불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이 시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모든 소리가 결국은 불가해한 울음으로 들릴 거라는, 세상 모든 것에 내재 된 피할 수 없는 울음에 대해 감각한 순간 이를 어떻게 써야 설득력이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동물들의 소리를 울음이라고 표현한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세상 모든 울음에 대한 감각이 동물들의 울음이라는 요소를 통해 본인 자신에게 설득되었기에 그 이후부터는 힘을 빼고 문장을 전개해 나갈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2부에서 소프라노 박소은이 가곡 <그리워>와 오페라 아리아 <Meine lippen, sie küssen so heiss(내 입술 뜨겁게 입맞춤하고)>를 불러서 분위기를 흥겹게 끌어올렸다. 뒤를 이어 ‘올해의좋은시’ 10선에 올라온 시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꽃이 피는 나타샤」의 정윤천 시인, 「고양이를 볼 때 천사를 믿는다」의 최세라 시인, 「빛그늘」의 이병국 시인이 자신의 시를 낭독했다.
정해진 시간을 넘길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던 이날의 행사는 성대하게 마무리되었다. 한강 소설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 이곳 《시인광장》에서도 문학에 대한 문학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끝으로 임원묵 시인의 본상 수상작 「콜링」 외 시집에 수록된 다른 두 작품을 지면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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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좋은시賞 당선작>
콜링
임원묵
우리가 새와 고양이의 목소리를
그저 울음이라 여기듯
실은 우리가 발음하는 모든 소리도
이 밤을 건너려는 울음일지 모르지
누군가 부르는 소리, 좋아한다는 말
함께 웃는 소리, 새벽 버스 정류장의 고요까지
그저 오늘 태어난 아이의 울음이
한순간 변주된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
슬프지 않다고 울지 않는 건 아니니까
우리가 우주로 보낸 전파 신호는
어느 행성의 백과사전에 적혀 있을지 모르고
그 행성의 아기는 그렇게
전파를 내뿜으며 울지도 모르지
인간은 우주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이고
울음은 우주가 당신을 이해하는 방식이니까
가로등 아래에서 당신과 내가
입을 맞추던 순간에
사랑한다는 발음은 뭉개지고
끝내 모르는 말로 남게 되면서
서로의 울음을 들었던 거지
끝을 향해 몸을 내미는 세계를 살아가면서
처음 태어난 날을 이해하려 했기에
모르는 거지, 우리들은
이름을 부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보는 법을
울지 않는 서로의 얼굴을
*칼 세이건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 민음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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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속 시 맛보기>
친한 사이
임원묵
여기군요. 아직 열감이 남아 있어요. 누군가 방금 떠나간 자리입니다. 여기에 앉겠습니다. 이 정도 온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사랑을 빼고 만나야 오래간다고 했던가요? 기억나는 대로 카페인을 뺀 커피를 주문합니다. 밤이니까요. 두근거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오래 앉아 있을게요. 밑줄을 긋다가도 고개를 젓고 담배를 피우다가도 숨을 참으며. 빈자리가 생기고 다시 채워지고 또다시 떠나는 동안 수도 없이 종을 치는 문틈으로 빛이 들어올까 봐, 미미한 열감에 담요를 덮으면 콧등에 크림 묻는 꿈을 꾸겠지만. 몸을 일으키다 우유를 엎지르진 않겠습니다. 감기에 걸린 거라 해도. 이 정도 온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사랑을 빼고 써야 시가 된다고 했던가요? 기억나는 대로 썼습니다. 오래됐으니까요.
이 카페가 마음에 듭니다.
벽에 낙서가 참 많고
카페인을 빼도 커피 맛이 좋아요.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 민음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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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
임원묵
새를 잡은 사냥꾼은 말했다
너도 어서 방아쇠를 당기라고
익힌 살점은 늘 죽어 있어서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고
탄약을 가득 실은 기차가
이빨 빠진 간이역에 멈춘다
자꾸 숨을 참았지
생각을 버리고 싶어서
시를 쓰는 내가
그게 사격술인 줄도 모르고
내가 방아쇠를 당기면 사냥꾼은 말할 것이다
이 새의 날개는 비밀로 하자
우리는 모두 이 새의 날개에
총을 쏜 적이 있으니까
나는 모닥불과 텐트를 숨기려고
어두운 숲길만 뱅뱅 돌다가
갑자기 마주 오는 너를 만나서
놀라웠지, 시를 쓰는 내가
어둠 속에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니
기타를 연주하는 네가
손에 쥔 총으로 야영지를 가리키고
화약 냄새가 난다
나는 숨을 참고
자꾸 생각이 끊기고
―『개와 늑대와 도플갱어 숲』 민음사, 2024.
2025년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좋은시’賞 시상식&신년회 성료 < 현장+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2025년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좋은시’賞 시상식&신년회 성료 - 미디어 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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